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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지원금 93억 삭감...집행부·의회 모두 답해야군 “민생경제 회복 위한 최소한의 조치”...의회 국힘 의원 “중대한 위기 기준·재정 대책부터”
조만회 기자 | 승인 2026.10.03|(350호)
27일 횡성군의회의 민생지원금 예산 삭감과 관련해 횡성군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장신상 군수

12개 사업 96억7천여만 원 삭감...본회의 복원안도 부결, 시민사회·공직사회 반응 엇갈려
군수 “더 단단한 대책 마련”...국힘 의원들도 “조건 충족하면 지급 검토” 밝혀

민생지원금 93억여원이 삭감된 뒤 횡성군 집행부와 횡성군의회 사이의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산 삭감으로 끝날 것 같았던 논쟁은 군의 입장문에 이어 횡성군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이 성명을 내면서 오히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군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했던 예산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급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조례가 정한 ‘중대한 위기’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근거와 재정 대책이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논쟁은 ‘민생지원금을 줄 것이냐 말 것이냐’에서 ‘왜 지금 필요한지, 왜 지금은 안 되는지, 그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지’를 둘러싼 정책 검증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횡성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9월 17일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수정 가결했다. 군이 제출한 이번 추경 규모는 7,965억3천400만 원으로 당초예산보다 790억6천300만 원, 11.02% 증가했다. 일반회계는 7,149억8천300만 원으로 11.13%, 특별회계는 815억5천100만 원으로 10.04% 각각 늘었다.

하지만 증액된 예산 가운데 12개 사업은 삭감됐다. 삭감 규모는 모두 96억7천775만5천 원이다. 당초 요구액 97억9천955만5천 원 가운데 대부분이 삭감되고 최종 반영된 금액은 1억2천180만 원에 그쳤다.

가장 큰 쟁점은 민생지원금이었다. 군은 전 군민을 대상으로 1인당 2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 92억 원을 편성했다. 여기에 사업 추진을 위한 인건비 7천965만5천 원과 운영비 5천920만 원을 더해 민생지원금 관련 예산은 모두 93억3천885만원 에 달했다. 그러나 지급액과 인건비, 운영비가 모두 전액 삭감됐다.

▲본회의 복원안도 부결

예결위에서 삭감된 민생지원금은 본회의에서 다시 논의됐다.

9월 22일 열린 본회의에서 백오인·박기영·이수정 의원이 민생지원금 예산을 복원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찬성 1명, 반대 4명, 무효 2명으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예결위의 전액 삭감 결정이 유지됐다.

의회가 문제 삼은 핵심은 민생 지원의 필요성 자체가 아니었다. 관련 조례는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민생경제에 중대한 위기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결위는 현재 횡성의 경제 상황이 이 같은 요건에 해당하는지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하고, 지원금 지급에 따른 실제 효과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의회는 93억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기 전에 ‘왜 지금인가’에 대한 근거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횡성군은 민생지원금이 군민들의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장신상 군수는 9월 2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지원금을 청년과 아이들, 어르신, 농·축산인, 소상공인 등 군민 모두의 가계 부담을 덜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희망의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예산 삭감에 대한 의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지원금 지급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과 책임감을 나타냈다.

장 군수는 그러면서도 민생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번 결과를 더 단단한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의회와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군민에게 필요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하루 뒤 국힘 의원들 “책임 있는 재정지출인가”

그런데 하루 뒤인 9월 28일, 횡성군의회 국민의힘 소속 박승남·손동수·성락·정순연 의원 4명이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민생 지원의 필요성을 부정해서 예산을 승인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조례가 정한 ‘중대한 위기’의 요건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1월 조례 제정 과정에서 마련하기로 했던 횡성군 자체의 ‘중대한 위기’ 판단 기준이나 지침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제시했다.

재정 문제도 제기했다. 의원들은 민생지원금 재원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충당될 경우 기금이 약 401억 원 규모로 남게 된다며, 향후 대형 재난이나 군비가 필요한 대규모 국책사업 등에 대비할 재정 여력이 충분한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내년 재도전 예정인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와 관련해 연간 483억 원의 자체 재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은 민생지원금 자체를 앞으로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집행부가 조례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위기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실제 횡성의 경제 상황이 그 기준을 충족해 지원 필요성이 확인된다면 언제든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번 논쟁의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군수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하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조건이 충족되면 검토할 수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 무엇을 가지고 다시 판단할 것인가.

결국 남은 것은 주장보다 자료다.

▲‘주겠다’와 ‘못 준다’의 싸움 넘어...이제는 근거와 재정 대책 싸움

민생지원금을 둘러싼 횡성군 집행부와 의회의 공방은 이제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넘어섰다.

군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원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객관적인 위기 판단기준과 재정 대책이 먼저라고 맞서고 있다.

결국 양쪽 모두 군민에게 설명해야 할 과제가 생겼다.

집행부는 왜 지금 93억 원이 필요한지, 의회는 왜 지금은 안 되는지를 각각 구체적인 자료와 기준으로 설명해야 한다.

▲군은 ‘민생경제 효과’를 보여줘야

횡성군이 민생지원금을 다시 추진하려면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할 부분은 경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다.

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에서 조례에 따라 지원하려면 ‘중대한 위기’ 여부를 판단할 기준과 지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특히 지난 1월 조례 제정 당시 필요성이 제기됐던 자체 판단기준이나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그렇다면 집행부는 지역경제가 실제로 어느 정도 어려운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농축산인 등 현장의 상황은 어떠한지, 민생지원금이 소비 증가와 지역경제 회복으로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자료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1인당 20만 원이라는 지급액을 정한 근거도 설명 대상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에서 20만 원의 산정 근거와 지급 이후 기대하는 민생경제 회복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군이 말하는 ‘희망의 마중물’이 실제 정책 효과로 이어지려면 마중물의 양과 효과를 보여줄 설계도가 필요한 셈이다.

▲의회도 삭감 이후의 책임 피할 수 없어

그렇다고 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예산 심의·의결은 지방의회의 중요한 권한이다. 필요성과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재정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예산을 조정하는 것은 의회의 역할에 속한다.

하지만 삭감에도 역시 설명이 필요하다. 민생지원금이 조례가 정한 ‘중대한 위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어떤 경제지표와 기준을 적용했는지, 향후 어느 정도의 상황이면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것인지 군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성명에서 “무조건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만큼 더욱 그렇다. 삭감의 기준이 명확하다면 집행부가 보완한 뒤 다시 예산을 제출하더라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그 과정이 공개돼야 군민들도 의회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483억 원과 기금 문제

이번 논쟁에서 재정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횡성군이 앞으로 추진해야 할 다른 대형 정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농어촌 기본소득이 그렇다. 횡성군 농정과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서는 선정될 경우, 연간 483억 원 규모의 자체 재원 마련이 중요한 과제다.

이번 국민의힘 의원들의 성명도 이 문제를 다시 꺼냈다. 민생지원금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지급하면서 동시에 농어촌 기본소득 재공모를 추진할 경우. 자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계획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추경에서 확인된 횡성군의 재정 여건도 있다.

제2회 추경을 통해 전체 예산은 7,965억3천400만 원으로 늘었지만 일반회계 자체 재원 비중은 9.81%에 그치고 의존 재원은 80.37%를 차지한다.

내부 재원을 통한 재정 보전 규모도 증가했다. 연말 기금 잔액은 529억9천400만 원으로 전망돼 지난해 말보다 284억3천100만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지원금과 농어촌 기본소득, 각종 신규 정책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려면 결국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따라서 집행부가 답해야 할 것은 민생지원금의 필요성만이 아니다.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면서도 앞으로 추진할 주요 사업의 재정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까지 함께 보여줘야 한다.

반대로 의회도 농어촌 기본소득을 비롯해 군민들이 요구하는 주요 정책을 추진할 경우. 어떤 재정 우선순위를 적용할 것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민생지원금 외 11개 사업도 삭감

이번 추경에서 삭감된 것은 민생지원금뿐이 아니다.

장애인체육관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비 7천만 원이 전액 삭감됐다. 기존 시설 활용 가능성과 이용 수요, 향후 건립과 운영에 따른 재정부담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관광 분야에서는 ‘횡성형 관광마을’ 컨설팅 4천400만 원과 농촌관광 플랫폼 콘텐츠 및 안내 체계 구축 6천400만 원이 전액 삭감됐다. 사업의 차별성, 실현 가능성, 효과뿐 아니라 대상과 규모, 운영·관리 방안 등을 더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500만 관광시대’에 대해서도 예결위는 개별적인 용역과 신규사업을 늘리기보다 전체 관광정책과 연계한 종합적인 추진계획과 실행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안전도시 기본조사 및 정책개발 용역비 5천500만 원, 한우포럼 개최 예산 1천200만 원도 전액 삭감됐다. 각각 군민 공감대와 향후 재정부담, 사업 목적과 효과 및 정책 활용방안 등을 보다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결국 이번 추경에서 의회가 요구한 것은 사업의 숫자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여달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역사회도 엇갈린 반응

횡성시민연대가 횡성군의회의 민생지원금 예산 전액 삭감에 항의하며 내건 현수막

민생지원금 삭감 이후 지역사회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타났다.

횡성시민연대는 ‘민생지원금 부결 주민 삶을 버린 책임 누가 지나’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의회의 결정에 반발했다.

공무원노조 자유게시판에서도 의회 결정을 비판하는 의견과 선심성 예산을 막았다는 의견, 집행부와 의회가 감정싸움 대신 설득과 합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함께 나타났다.

이 같은 반응은 이번 논쟁이 단순히 군청과 군의회의 문제가 아니라 군민들의 관심사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양쪽 모두 답해야 한다

이번 민생지원금 논쟁에서 어느 한쪽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행부는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다. 군민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충분한 근거와 실행계획을 준비했어야 한다. 특히 93억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이라면 경제효과와 재원 계획까지 설명할 준비가 필요했다.

의회는 감시와 견제의 주체다. 예산을 삭감했다면 왜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삭감 이후 군민의 민생을 위해 어떤 대안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장신상 군수는 이번 삭감을 끝으로 물러서기보다 의회와 소통하고 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객관적인 위기 판단기준과 필요성이 확인된다면 민생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군수가 다시 추진한다면 무엇을 보완했는지 군민에게 보여줘야 하고, 의회가 다시 판단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민생지원금 93억 원을 둘러싼 이번 공방이 정치적 대립으로만 남을지, 아니면 횡성의 재정과 정책을 한 단계 더 꼼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지는 이제 집행부와 의회 모두의 몫으로 남게 됐다.

 

조만회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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