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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문] 빨대는 꽂았다는데, 그때는 안 되고 지금은 왜?
조만회 기자 | 승인 2026.10.16|(351호)

장날 시장통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민심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정치학 책을 들춰보지 않아도, 여론조사 숫자를 헤아리지 않아도, 상인들의 말 몇 마디면 선거판에서 무슨 기대를 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얼마 전 민생지원금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상인의 말에 웃음이 났습니다. “힘 있는 여당 군수를 뽑아야 중앙정부 예산도 많이 가져올 것 아닙니까. 빨대를 꽂아서 쭉쭉 빨아먹어야지요.”

표현 한번 시원합니다. 중앙정부와 같은 당이면 예산을 따오기도 수월할 테고, 그러면 지역에 돈도 더 많이 풀리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입니다. 정치가 밥 먹여 주느냐고들 하지만, 적어도 예산이라도 가져와야 밥값을 하는 것 아니냐는 속내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리는 이야기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빨대를 꽂기는 꽂았다는데, 도대체 빨려 올라오는 게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관광 500만 시대도, 농어촌 기본소득도, 민생지원금도 기대했던 만큼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는 불만이죠. 그렇다고 빨대만 탓할 일도 아닐 것입니다. 빨대가 굵다고 물이 저절로 올라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정치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빨대만큼이나 신기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정치인의 말입니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하는 말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민생지원금 관련 조례를 논의하던 때에는 재원 조달 방안이 분명하지 않으면 결국 기금에서 돈을 꺼내 쓰게 될 것이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죠.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언제 사용할 수 있는지, 지원금 지급 기준은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죠. 군수가 마음먹기에 따라 기금을 쓸 수 있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취지였죠.

그런데 이제 와서는 바로 그 기금을 활용해 민생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기금은 그대로인데 생각이 달라진 것인지, 재정 여건이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그때는 보이지 않던 길이 지금은 훤히 보이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물론 사람의 생각은 바뀔 수 있습니다. 상황이 달라지면 판단도 달라지는 법이지요. 그때는 재정 걱정이 앞섰고, 지금은 민생 걱정이 앞선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정치인의 말이야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지만, 군민의 세금과 기금이 걸린 문제까지 그때그때 사정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때의 말과 지금의 말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원칙은 상황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이 되고, 군민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행정의 처신도 묘합니다.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군민에게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민생지원금처럼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집행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현수막을 지역 단체에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정책에 자신이 있다면 숫자와 자료로 설명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현수막이 걸리고 구호가 커지면 정책의 타당성도 덩달아 커지는 것일까요? 현수막이 열 장이면 예산도 열 배가 되는 것은 아닐 테고, 지지한다는 문구가 길어진다고 군민의 지갑이 두둑해지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행정은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곳이지, 지지 현수막을 모아 정책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곳은 아니죠. 주민들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면 그 차이를 좁힐 방법을 찾아야지, 한쪽 목소리를 크게 만드는 것으로 해결할 수는 없죠.

이쯤 되면 횡성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분명해집니다. 빨대를 더 많이 꽂는 일이 아니라, 어디에 힘을 모을 것인지 정하는 일이죠. 관광 500만 시대를 열겠다면 관광객 숫자만 늘릴 것이 아니라 그들이 횡성에서 얼마나 소비하고 지역에 어떤 소득을 남기는지 살펴야 합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에 재도전하겠다면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부터 구체화해야 합니다. 민생지원금이 필요하다면 지급의 근거와 재정 부담, 기대효과를 따져 군민에게 설명해야죠.

모든 사업을 한꺼번에 잘할 수는 없습니다. 예산도 한정돼 있고, 일할 사람과 시간도 무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더 준비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 힘을 모으고, 준비가 부족한 사업은 보완하며, 효과가 불분명한 사업은 다시 살펴야 합니다. 그것이 군정의 책임이고, 군민이 기대하는 힘 있는 행정일 것입니다.

선거 때는 빨대를 어디에 꽂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 군민들이 묻는 것은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한테 돌아온 게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정치의 몫이고 행정의 책임입니다. 그때는 안 된다더니 지금은 왜 되는지 설명해야 하죠.

빨대가 굵다고 자랑할 일도, 현수막이 많다고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빨대로 물을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그 물이 군민의 목마름을 얼마나 덜어주었는지 보여줄 때입니다.

그런데 혹시 말입니다. 빨대를 꽂았다는 말만 믿고 목을 축일 생각부터 한 것은 아닌지, 군민도 한 번쯤 돌아볼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인은 빨대를 자랑하고, 행정은 물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하는데, 정작 목마른 사람은 물맛도 못 봤다면 말입니다.

아무래도 이제는 빨대의 굵기보다 물통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 확인해야겠습니다. 군민은 빨대를 구경하자고 표를 준 것이 아니라, 목을 축일 물을 기대하며 표를 준 것일 테니까요.

 

조만회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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