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지원금 93억 원을 둘러싼 횡성군 집행부와 군의회의 갈등이 지역사회의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군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재정 부담 및 지급 근거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며, 횡성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정책에 힘을 모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이번 논란은 지원금 지급 여부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민선 9기 장신상 군정이 정책과 사업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고 있는지, 재정과 행정력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생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면 집행부는 그 근거와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예산을 삭감한 의회 역시 판단의 이유와 대안을 군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양측의 공방이 길어질수록 군정이 당면한 더 큰 과제는 뒤로 밀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을 넘어 횡성의 현실에 맞는 정책의 순서를 정하는 일이다.
지방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만, 모든 사업을 같은 시기에 같은 규모로 추진할 수는 없다. 예산에는 한계가 있고 행정력도 무한하지 않다. 여러 사업을 동시에 벌이는 것보다 반드시 필요한 과제를 가려내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의 숫자가 많다고 군정의 성과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민선 9기 군정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재도전, 관광 500만 시대, 햇빛소득마을 등 횡성의 미래와 관련된 과제가 놓여 있다. 여기에 주민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회복도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각각 필요한 정책일 수 있지만, 어느 사업을 먼저 추진하고 어떤 사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모든 정책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면 정작 무엇이 군정의 중심인지 알기 어렵다.
우선순위는 정책의 중요성만으로 정할 수 없다. 주민에게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 실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재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임기 안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준비가 부족한 사업은 계획을 보완하고, 효과가 확인된 사업은 확대하며, 성과가 불분명한 사업은 재검토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민생지원금 논란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일회성 지원이 당장 어려운 주민의 부담을 덜고 지역 소비를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라면 그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동시에 같은 재원을 다른 민생대책에 투입했을 때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지급 자체를 목표로 삼거나 삭감 자체를 성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군민에게 더 도움이 되는 선택이 무엇인지가 판단의 기준이어야 한다.
장신상 군정은 이제 정책을 더 많이 제시하는 것보다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군정의 핵심 목표를 정하고, 주요 사업의 예산과 추진 일정, 기대효과를 군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재정과 행정력이 부족해 모든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추진 순서를 조정하는 것도 책임 있는 행정이다.
선택과 집중은 사업을 무조건 줄이자는 뜻이 아니다. 꼭 필요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군민의 기본적인 생활과 안전, 복지는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되, 추가적인 정책 투자에서는 시급성과 효과, 지속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그래야 한정된 재원이 여러 사업에 흩어지는 일을 막고 군정의 성과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민생지원금 논란이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집행부와 의회는 서로의 책임을 따지는 데 머물지 말고 횡성군이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 군민이 바라는 것은 사업의 나열이나 끝없는 논쟁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이고, 그 결과가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는 군정이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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