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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 칼럼] 소방 재정은 빨대인가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 승인 2026.10.30|(352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소방에 대한 충분한 예산 지원은 소방관의 권리이자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내년도 예산과 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이다.

 

지난 10월 16일 화재 현장에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다가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했다. 많은 국민이 안타깝게 여기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하며 그를 추모했다. 그러나 이번 그의 순직이 더 크게 느껴진 것은 순직 3일 전,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국감에서 소방 재정 문제를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고 말한 파장이 컸다.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을 도지사가 재정의 짐으로 취급한 것이다. 올해 8월 경기도는 주요 재원인 취득세 등의 감소로 인해 ‘재정 위기’를 선언하고 긴축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각종 복지 예산과 함께 소방 분야 사업 예산 33억 5천만 원이 감액됐다. 소방관들이 느낀 상실감은 어느 때보다 컸을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그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고인의 빈소에서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면서 사과했다. 그리고 그 말은 중앙정부의 소방 예산 지원 부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가 좀 더 진정성이 있으려면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비 지원 비율을 늘려 달라고 국가에 강력히 요구해야 했다.

열악한 처우 개선과 대형 재난 대응력 강화를 위해 2020년 여야 합의로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했지만, 소방 재정에 대한 국비 지원은 여전히 형편없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취지는 달성되고 있는가’라는 자료에 의하면 2025년 전국 소방 예산은 8조 1,478억 원으로, 이중 국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다.

소방 재정의 주요 재원 중 하나인 소방안전교부세의 재원 구조도 불안정하다.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의 45%를 재원으로 하는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 세수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의 소방안전교부세는 올해보다 2,898억 원(27.6%) 줄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소방공무원을 5천 명 늘릴 계획인데 정작 교부세는 줄인 것이다. 이유는 담배 소비가 줄면서 담배 세수가 줄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반도체 호황 등으로 올해 국세 수입 전망치가 기존 예상치보다 약 63조 늘어 투자 확대는 고민하면서도 정작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쓸 돈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19일 최고위원회에 소방 인건비 6조 5천억 원 전액을 정부 일반회계로 편성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소방관 인건비를 일반회계에서 대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권의 빠른 태세 전환에도 이를 그대로 믿고 있기는 힘들다. 국비 지원 확대는 당연한 일이지만, 소방관의 순직 등 사안이 있을 때마다 처우 개선과 국비 지원 약속이 계속 나왔으나, 흐지부지되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교부세를 줄인 정부와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힘도 추미애 경기도지사 사퇴까지 요구하지만 위선이다.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동안 전국 소방관 정원은 단 1명 늘었고, 행안부 장관이었던 이상민은 2023년 소방안전교부세 사업비의 75%를 소방에 쓰도록 한 규정마저 없애려 해 소방청과 맞선 바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소방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는지, 인력 부족과 열악한 처우 문제는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관심은 없다. 소방에 대한 충분한 예산 지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위험한 일을 하는 소방관의 권리이자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누군가를 탓하는 것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정부와 여야의 말이 내년도 예산안에 어떻게 반영되고, 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이다.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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