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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열 칼럼]
윤장열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전공 교수 | 승인 2026.10.30|(352호)
윤장열(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전공 교수)

10월 13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자연재해 감소의 날이다. 이날의 의미를 짚는 언론 보도도 찾기 어렵지만,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우리의 관심은 대체로 대응과 복구에 집중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재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뿐 아니라, 재난의 위험을 키우는 원인을 논해야 한다.

왜 자연재해의 위험은 갈수록 커지는가. 그 위험을 만들어내고 피해를 불평등하게 분배하는 구조는 무엇인가. 자연적 위험이 재난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인간의 경제활동과 사회적 불평등이 얽혀 있다.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투입해 생산과 소비를 끊임없이 늘리는 경제구조가 유지되는 한, 기후 위기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우리는 보통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사용하고 친환경 인증 상품을 구매하는 일은 환경을 위한 실천으로 여긴다. 그런데 문제는 친환경 소비가 생산과 소비를 줄이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환경을 생각하며 구매하지만, 시장은 그 실천을 새로운 상품과 이윤을 창출하는 기회로 바꾼다. 친환경이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생산과 소비가 반복되는 것이다.

모든 상품을 친환경 상품으로 바꾸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대안은 불필요한 상품을 생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문제는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성장을 지속해야 경제가 유지된다고 여기는 체제 자체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탈성장을 주목해야 한다. 모든 생산을 중단하거나 빈곤을 감수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를 발전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관점에서 벗어나, 무엇을 얼마나 생산하고 그 결과를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지 묻는 것이다. 즉 생산의 총량을 무조건 줄이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늘릴 것인지 사회적으로 결정하는 일이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이미 생산된 자원을 더 오래,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제품을 수리하고 재사용하며 공유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거 문제를 살펴보면,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주택시장에서 자산을 증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주거의 사회적 필요보다 투자와 자산 가치의 상승이 우선되면, 주택의 생산과 거래가 늘어나더라도 주거 불안이 해소될 수 없다. 새로운 상품과 자산을 계속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사회 전체가 더 잘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 시장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공공재와 공공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사람을 위한 주택, 대중교통, 공공의료, 돌봄, 교육, 그리고 언론은 개인의 구매력에만 맡길 수 없는 사회적 기반이다. 이러한 공공서비스가 충분히 보장되면 사람들은 경쟁과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공서비스의 확대는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자원 소비를 줄이면서도 삶의 질과 안전을 높이는 사회적 전환이 되는 것이다.

물론 생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특정 산업과 지역, 노동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 따라서 탈성장은 긴축이나 복지 축소와 구별돼야 한다. 줄여야 할 것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소비가 아니라 생태적 한계를 넘어서는 과잉생산이다. 생산의 규모가 작아지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발전의 포기가 아니라 발전의 기준이 바뀌는 일이다.

더 많이 생산하는 능력을 강조하고 성장을 발전 척도로 삼는 사회에서는 재난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연을 소비하고 위험을 사회에 전가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더 적은 자원으로도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탈성장은 그 전환을 시작하기 위한 질문이다.

 

윤장열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전공 교수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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