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연휴 기간에도 농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던 베벳덕 씨. |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의 한 육묘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있다. 베트남 청년 베벳덕(34) 씨다. 5년 전 인천의 한 미나리농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한국생활을 시작했다는 베벳덕 씨는, 지금의 육묘장 농장주 가족과 인연이 닿으면서 2년 전부터 둔내면의 육묘장에서 각종 모종을 키우고 비닐하우스를 관리하는 일을 해 왔다.
그런 베벳덕 씨가 최근 커다란 좌절을 맛봤다. 열심히 준비해왔던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원하던 결과를 못 얻은 것이다. 시험에 통과하면 베벳덕 씨는 한국 체류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합격을 못했기 때문에, 체류허가가 만료되는 4월초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어시험 결과가 발표되기 전, 베벳덕 씨는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은 농업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자동차공장에서 일해보고 싶은 꿈. 한국에서 5년 내지 10년 정도 더 일을 배우고 나서, 베트남으로 돌아가 자동차수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다.
베벳덕 씨는 결혼하고 5개월 만에 한국에 온 ‘새신랑’이었다. 아내도 곧바로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오려고 했지만, 한국정부가 베트남 노동자 도입을 중단시키면서 뜻하지 않게 ‘긴 이별’을 하게 됐다. 베벳덕 씨는 한국에 온 뒤 처음으로 지난해 여름 고국에 다녀왔다. 월평균 100~15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지만, 대부분의 돈을 베트남의 가족들에게 보내고 나니, 고국에 자주 다녀올 형편이 못됐던 것이다.
치열하게 매달렸던 한국어 공부
한국에서 좀 더 일하고 싶어 하는 베벳덕 씨에겐 한국어시험 통과가 절대적인 과제였지만, 아쉽게도 그는 한국말이 서툴다. 한국어를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생활 초기에 베트남 동료들과 생활하다보니 한국어가 늘지 않았던 것이다. 횡성으로 오고 나서 TV나 인터넷으로 한국어공부를 하던 베벳덕 씨는 ‘횡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만나게 되면서 한국어공부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다문화센터의 베트남어 통번역사 티디엠 씨는 “베벳덕 씨가 지난해 8월부터 일주일에 사흘씩 오전 10시부터 두시간 동안 수업에 참여했고, 방학 때는 혼자 센터에 찾아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가며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전했다. 다문화센터의 한국어강좌는 결혼이민여성들을 대상으로 낮 시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로서 다문화센터를 찾아온 사람은 베벳덕 씨가 처음이었다. 베벳덕 씨는 왕복 80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면서까지 다문화센터를 찾았고, 지난 겨울에는 횡성읍내에 방을 얻고 매일 한국어 공부를 위해 다문화센터를 방문했다고 한다. 그만큼 베벳덕 씨에겐 한국어시험 통과가 절실했던 것이다.
베벳덕 씨가 한국어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던 데는 농장주 도중기 씨의 배려도 컸다. 도중기 씨는 “베벳덕한테는 사활이 걸린 일이었기 때문에, 다른 인력을 구해 쓰더라도 베벳덕에게 한국어 공부할 시간을 내줘야 했다. 하지만 내가 (예상문제집을) 봐도 한국어시험이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겨울에 바깥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면서도 언젠가는 자동차공장에서 일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지내왔던 베벳덕 씨. 얼마 뒤면 한국을 떠나야 할 처지이지만, 지난 5년간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 준 그도 우리의 이웃이었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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