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의 농축협 조합장은, 고액 연봉과 지역 유지로서의 명예, 막강한 권한을 함께 쥐는 ‘경제 군수’로 불린다. 그 자리에 앉힐 인물을 선택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주민들은 이번 선거에 별 관심이 없다는 표정들이다. 왜 그런 것일까.
선거는 후보자들 간의 차이와 쟁점이 분명할 때, 관심과 흥미를 끌게 된다. 그러나 횡성의 8곳 조합장선거 어디에서도, ‘쟁점’이나 후보자들 간의 ‘차이점’은 보이질 않는다. 현혹될만한 정책도, 변화에 대한 약속도 없다 보니, 조합원들은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는다. ‘얼굴’만 다른 후보자들 사이에서 선택의 ‘기준’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조합장선거에 무관심한 이유다. 이러다보니 조합장에 나섰다는 상당수의 후보들이 조합을 이끌 공약으로 조합원들의 관심과 선택을 받으려 하기 보다는 불법과 편법, 온갖 인연을 내세워 표를 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현행 선거법이 조합원의 무관심과 후보자의 공약실종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일로부터 최소 60일 전에는 후보자의 존재를 알릴 수 있고, 따라서 여론의 관심과 검증도 시작되는 ‘공직선거’와 달리, 조합장선거에는 ‘예비후보등록’이라는 제도가 없다. 선거를 보름 앞두고서야 ‘후보’로서의 명함을 내보일 수 있으니, 후보자의 자질과 가치, 정책을 공개 검증할만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지금의 선거제도는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현직 조합장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헤비급 선수와 플라이급 선수가 맞붙는 것 같은 불공정 경쟁인 것이다. 결국 정책중심의 대결, ‘반전(反轉)의 경주’를 기대하기란 어렵고, 결과에 대한 관심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4년 뒤에 열릴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다른 조건 속에서 치러져야 한다. ‘예비후보 등록제’의 도입은 후보자들 간의 활발한 정책경쟁과 여론의 충분한 검증을 끌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한 변화 없이는 4년 후에도 제대로 된 선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도의 미비를 이유로 해야 할 일을 4년 후로 미루어서도 안된다. 돌아오는 조합장 선거에서는 자신이 출마한 조합의 경영상태에 대한 점검, 문제점에 대한 대안, 앞으로의 비전을 고민하는 후보자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조합원이 많아야 한다. 좋은 씨를 뿌려야 알찬 열매를 거둔다.
횡성희망신문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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