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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복련(공근면 오산리.61세) |
강원도의 이월은 춥다. 비닐하우스가 아닌 밭에서는 푸른 작물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거의 얼어있는 듯 허옇게 땅에 붙어 있다가 삼월이 되면 되살아나는 작물이 있다. 바로 토종시금치다. 횡성지역에서도 하우스에 재배하면 2월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작물이기도 하다.
정복련(61세)씨는 6년 전 친정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공근면 오산리로 들어와 농사를 짓고 있다. 원주서 남편과 함께 슈퍼마켓을 하다가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러 시골로 왔다. 말년은 시골서 보내고 싶었던 터라 집에 딸린 500평과, 남의 땅 1300평을 빌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 농사를 지었을 때는 친구들이 많이 사주었다. 지금은 일주에 한번 도시소비자에게 보내는 ‘언니네 텃밭’의 꾸러미사업에 작물을 낸다.

▲ 토종시금치 씨앗
시금치 씨앗은 4년 전 토종씨앗 나눔을 할 때 홍천서 농사짓는 선애진씨에게 얻었다. 토종연구가 안완식 박사님께서 전국여성농민회에 주신 씨앗이라고 했다. 안완식 박사님께 정복련씨의 시금치씨앗 사진을 보냈더니, 뿔시금치 중에서 둥근 씨앗을 골라 자꾸 심으면 이런 토종씨앗을 얻을 수 있다고 하셨다. 자라면 암꽃이 피는 시금치와 수꽃이 피는 시금치를 볼 수 있는데, 암꽃에는 씨앗이 달려있고 수꽃에는 꽃가루만 있다고 하신다. 한국의 어느 농가에서 온 씨앗은 돌고 돌아 이제 횡성의 정복련씨 집에 자리를 잡았다.
“시금치는 봄에도 뿌리고 가을에 뿌려도 되지. 골을 파고 씨앗을 뿌렸지. 4월에 뿌리면 두 달 정도 지나면 먹지. 한여름에 뿌리면 녹아서 안 돼. 가을에 뿌리면 뜯어먹고 남은 게 겨울을 나서 봄까지 가는 거지.”
강원도의 혹한을 넘기고도 시금치 뿌리는 얼지 않아 봄이 되면 잎이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아욱이나 상추, 부추처럼 씨앗이 떨어져 옆에 자라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시금치는 거름이 많고 폭신폭신한 땅에서 잘 자란다. 토종은 일반 시금치 잎보다 더 넓적하고 짧고, 색이 좀 더 진하고 단맛이 난다. 작년에 꾸러미에 냈을 때 소비자들 반응은 좋았다.

▲ 강원도의 혹한을 맨땅에서 넘기는 토종 시금치
한편 씨앗 나눔에서 다른 농가들에도 토종시금치 씨앗이 전해졌지만 그만 없어져 버렸다. 다른 종자처럼 씨가 땅속에 남아 번식하지 않고, 씨앗 받기에 정성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러 내버려둬야 꽃이 펴서 씨가 되잖아. 대궁이 노랗게 될 때까지 그냥 놔둬야 돼.”
만약 시금치를 밭 가운데다 심어놓으면 나중에 밭을 갈 때 다 없어져버린다. 그래서 밭 가장자리에 심어 일부러 씨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씨앗 역시 뿌린 대로 거둔다. 작년 봄 밭가에다 거름을 많이 하고, 흙을 파고 폭폭 덮어준 거는 씨앗이 아주 잘 나왔다.
“ 그렇게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꾀가 나더라고. 휙 뿌리고 각지 갖다가 벅벅 긁어 놨더니 안 됐어. 뿌린 대로 거둔다는 걸 그때 알았어. 빨리 나오라고 까만 망 덮어주고 물 갖다 주고 해도 정성스레 심은 데만큼 안 나오더라고.”
지금 밭에는 작년 가을에 먹고 남았던 시금치가 얼고 녹고를 계속하며 몇 포기 남아있고, 비닐 창고 한 쪽에 몇 포기 시금치가 있다. 작년에 받은 씨가 꽤 많으니 올해는 정성껏 심고 또 씨앗을 받아놓을 생각이다.

▲ 포트에 있다가 비닐창고 안 흙바닥으로 옮겨진 토종시금치
그는 앞으로 토종이 미래라니까, 씨앗 안사고 우리 것을 지킬 수 있으니까, 소중하다고 하니까 토종을 짓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로 토종작물을 심고 계속 씨를 받는다. 농산물을 직접 소비자에게 보내기 때문에 제초제를 치지 않고, 농약도 직접 만든 친환경제재에 돼지감자나 은행 삶은 물 등을 쓴다. 이미 있는 축사를 놀리지 않기 위해 소 네 마리를 들여 밭의 거름을 얻는다. 농사의 시작으로 완두콩 300평을 심는 까닭은 그 뒤 이모작으로 콩과 팥을 심을 수 있고, 약을 치지 않은 좋은 콩깍지를 소에게 먹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에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공들여 농사짓는 1300평 빌린 땅에서 계속 농사지을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 두면 부부가 함께 농사짓고 사는 것, 나중에 자식이 시골 내려와 소를 키우며 농사지을 수 있는 것을 바란다. 겨울을 넘기며 더 깊은 단맛과 영양을 주는 토종시금치처럼 소박하고 행복한 말년이 되면 좋겠다.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횡성희망신문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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