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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의 아이들] (28) 횡성교육청 학부모기자단“얘들아, 우리도 함께 배우면서 뛴단다”
이창조 기자 | 승인 2015.03.10|(0호)

 


 

 횡성교육지원청이 2012년부터 해마다 2~4회씩 발행하는 잡지가 있다. “동행하는 으뜸 학부모”라는 부제가 달린 <행복동행>이라는 잡지(사진)로 지난해까지 8호를 발행했다. ‘수능시험일 풍경’, ‘초등학교 안전지킴이 인터뷰’, ‘학교도서관 탐방’과 같은 학교현장 곳곳의 소식들, ‘자유학기제’와 ‘성취평가제’ 등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해설, 입시와 각종 프로그램 정보 등을 모아 소개하는 이 잡지는, 교육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유익한 매체다. <행복동행>의 중요한 성격 중 하나는 학부모들이 직접 ‘기자’로 참여해 현장을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들을 싣고 있다는 점이다.



 학부모 기자단은 횡성교육지원청 학부모지원센터(담당 이현주)가 모집하고 있으며, 현재 참여중인 사람은 21명. 매월 첫째주 수요일 오전마다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직장생활 등으로 평일 모임 참석이 어려운 사람들도 많지만, 기자단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정례모임을 유지한다.
 3월 정례모임에는 학부모 기자 8명이 참석했다. 전업주부, 농업인, 자영업자, 직장인 등 각기 다른 생활배경을 가진 ‘엄마’들이었고, 자녀들의 연령대도 ‘미취학 아동’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했다. 이날 모임에서 학부모 기자들은 ‘나는 어떠한 부모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노트에 옮겨 적은 생각을 발표하고, 다른 참석자들로부터 그에 대한 의견과 경험담을 듣다 보면, 어느새 중요한 논점을 갖는 토론이 진행된다. 
 

각자의 고백이 공동의 토론으로
 

 엄마들이 스스로 돌아본 각자의 모습은 어떠할까. 용윤정 씨는 “친구 같은 마음을 갖고 싶은 엄마”라고 했고, 황수숙 씨는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는 엄마”라고 했다. 말로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몸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 황수숙 기자, “(아이들에게)말로 가르치기보다는 노력하는 모습을 몸으로 보여주려고 해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도 나타난다. 조미랑 씨는 “너그러운 부모인 것 같은데, 부정적으로 보면 방치하는 부모”라고 했고, 이화숙 씨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많이 못 챙겨주는 자신을 “소극적인 부모”라고 평했다. 가장 어린 자녀들을 둔 박소라 씨는 “아이들과 잘 놀아주다가도 막판에 가면 체력의 한계를 느끼다보니 꼭 욱하곤 한다”며 “욱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욱하는 부모”라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이설희 씨는 “큰 아이에겐 엄한 부모이고 둘째에겐 관대한 부모, 막내에겐 그냥 밥주고 사랑주는 엄마”라며 “세 명의 아이들에게 일관된 모습을 못 보여주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가 소개될 때마다 공감의 탄성이 터지기도 하고, ‘또 다른 경험담’이 뒤따르기도 한다.
 

▲ 신동미 기자, “글쓰는 것보다는 만나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 더 좋아요. 아들! 고운말 쓰자~”

‘기자’가 된 까닭
 

 각기 다른 직업과 생활을 갖고 있으면서도 학부모기자들은 중요한 한 가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일 수가 있었다. 바로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거기다 조미랑 씨와 박소라 씨는 “많은 정보를 얻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을 기자가 된 또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이날이 첫 참석이었다는 용윤정 씨는 “많이 배우고 싶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소개했다. ‘기자’라는 직업과 역할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고 한다. 최성희 씨와 이설희 씨의 이야기다. 이설희 씨는 “기자라는 일은 항상 꿈꾸던 일이었다”고 했다. “글쓰는 것보다는 같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아서”(신동미),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좀더 높아질 필요가 있어서”(이화숙)라는 설명도 있다. 황수숙 씨는 이날 참석자들로부터 축하의 인사도 받았다. “지난해엔 연차휴가를 사용해가며 기자단 활동에 참여했는데, 올해부터는 일하고 있는 기관의 기관장이 (학부모기자단 모임 참가를) ‘출장’으로 인정해주게 됐다”는 것 때문이다.


▲ 용윤정 기자, “듣는 걸 좋아해요. 많이 배우고 싶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 이설희 기자, “기자는 항상 꿈꾸던 일이었어요. 목소리를 남길 수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요.”


관심 있는 취재 아이템은.

학부모 기자들의 관심사로는 9시 등교, 현천고등학교, 인재육성관, 학교폭력사건, 서비스지원사업 등이 떠올랐다. 최성희 씨는 “(횡성고는) 9시 등교에 대한 찬성이 많았는데, 왜 시행을 안 하는지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고 했고, 조미랑 씨는 “대안교육에 관심이 있어서 현천고등학교 개교에 많은 관심이 간다”고 했다. 현천고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탓인지, 입학생들의 특성, 교사의 질에 관한 학부모들의 궁금증과 우려의 의견이 잇따랐다.
 

▲ 조미랑 기자, “대안교육에 관심있어서 현천고등학교에 많은 관심이 가요.”


인재육성관은 뜨거운 관심사였다. 기자들은 각기 “육성관 공부를 따라가기 위해 다시 과외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육성관에 다니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간의 소통 문제가 우려된다.” “선행학습을 진행하는 것은 ‘진보’가 아닌 ‘퇴보’하는 교육이다.” “예산이 너무 (소수학생에게만) 집중된다는 생각을 한다.” “미래에 횡성에 남아 횡성을 지켜갈 아이들에 대한 투자가 오히려 부족하다.” “인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필요하다.”는 등 여러 의견들을 쏟아내면서, ‘기자’로서 인재육성관의 운영과정을 주목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 박소라 기자, “사회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은 아동·청소년 심리지원서비스, 비전 형성 서비스, 부모상담 및 교육서비스 등을 가구의 소득수준에 따라 정부가 일정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에 대해 “서비스를 신청한다고 해도 실제 서비스할 기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이화숙 기자,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필요를 느껴요.”


 ‘학교폭력’사건에 관한 소문이 지역사회에 돌고 있는데, 그것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른바 ‘카더라 통신’만 떠도는 점, 자유학기제에 대한 관심도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필요성, 그리고 ‘행복플러스 혁신학교’의 운영 등도 기자로서의 주요 관심사로 제시됐다. 
 

아이들에겐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
 

▲ 최성희 기자, “아이들에겐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나가지만 말고 곱씹는 시간, 가만히 있는 시간...”
 

학부모 기자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열정적 멘토”, “배려심을 키우는 것”, “자신감”, “도전하는 정신”, “스스로를 곱씹어 볼 자기만의 시간” 등이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덧붙여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주문도 빠지지 않았다. 박소라 씨는 “사회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복동행>의 편집을 맡고 학부모기자단의 조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현주 교육복지사는 “기자단 운영은 정해진 틀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함께 계획하며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취재를 위한 편집회의만이 아니라,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학부모 기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올 한해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기자단은 오는 3월 20일-21일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1박2일간의 기초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강원도교육청이 도내 모든 학부모기자단을 대상으로 순회교육을 진행하는데 전문 기자의 글쓰기 특강과 실습, 토크쇼, 조별 발표 등이 있게 된다. 동행하는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 한다”는 말이 있는데, 학부모의 비중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부모로서의 성찰(省察)’을 바탕으로 ‘열정’을 키워나가고 있는 학부모 기자단의 노력은 횡성 아이들의 성장에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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