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밥상”
매주 금요일마다 둔내고 학생들에게 저녁밥을 지어주기로 한 둔내교회의 여성 교인들. 한번에 6명씩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종열 교장(사진 맨 왼쪽)도 학생들과 함께 식사대열에 섰다.
횡성군이 올해부터 고등학생 급식지원을 전격 중단하면서, 둔내고등학교의 상대적 박탈현상이 도드라지게 됐다. 둔내고는 갑천고, 안흥고와 마찬가지로 면 소재지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지만, 두 학교와 달리 강원도교육청의 급식지원대상 학교에 포함되지 못했다.
무상급식 철회, 둔내고 상대적 박탈
강원도교육청은 초중등 과정에 이어 고등학교 과정까지 점진적으로 보편급식지원(무상급식)을 확대할 계획이었으며, 그 첫 단계로 전체 학생수 60명 이하의 소규모 고등학교들에 급식비 전액을 지원해 왔다. 둔내고등학교는 전체 학생수가 104명으로 강원교육청의 기준선보다 44명이 많다. 그럼에도 지난 3년 동안은 횡성군의 보편급식 정책에 따라 다른 고등학교들과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횡성군의 급식정책이 바뀌면서 둔내고등학교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현재 고등학생의 급식비는 1끼당 3250원으로, 1인당 한달 약 7만원씩을 새로 부담해야 한다.
이종열 교장은 “점심급식도 문제지만, 방과 후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저녁밥은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점심때는 공동급식을 통해 균형잡힌 식사를 제공할 수 있지만, 저녁때는 아이들이 제각각 식사를 해결하다 보니, 제대로 영양섭취할 수 있는 식사가 안 된다는 것이다. 학교에는 식사를 제공할만한 예산이 전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이 손을 내밀고 나서면서 문제해결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둔내교회(담임목사 곽신) 교인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직접 식사를 준비해 학생 20여명에게 저녁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곽신 담임목사는 “아이들이 매주 금요일을 기다리면서 따뜻한 식사에 고마움을 느껴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둔내면장학회(회장 한상훈)도 2015년 둔내중고등학교에 지원한 ‘면학풍토조성금’ 800만원 가운데 일정액을 둔내고의 방과 후 석식비로 활용해도 좋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둔내고는 장학회 지원금 중 700만원을 방과 후 석식비에 사용하기로 했으며, 학부모들도 ‘석식(夕食)위원회’를 구성해 저녁밥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학교와 지역주민, 학부모들의 공동노력으로 올해 둔내고의 ‘저녁밥’은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종열 교장은 “아이들의 저녁밥을 해결하는 것은 둔내고등학교의 숙원사업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임시방편”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정책변화와 예산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기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면소재지 학교 육성하는 인재육성정책으로 변해야
이종열 둔내고 교장은 “둔내고 학생들에게도 다른 면 단위 학생들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장에 따르면, 면 소재지 학교에 대한 지원은 특혜라기보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에 대한 보상이다. 횡성읍 소재 학교들은 기숙사와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교육여건이 훨씬 좋은 편이지만, 면 소재지의 학교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환경이 열악한 면 지역에 특별한 교육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교장의 의견이다. 면 소재지에 위치한 ‘시골 학교’들이 해당지역의 정서적, 지역적 구심역할을 한다는 점도 면 소재지 학교 육성이 중요한 이유다.
이종열 교장은 인재육성관을 예로 들며 정책의 변화를 주문했다. “강원도가 고교평준화된 상황에서는 횡성의 학생들이 원주로 진학할 유인이 별로 없고, 농촌전형에 따라 오히려 횡성에 남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인재유출을 막겠다’는 애초의 명분이 퇴색한 상황”이라며 “인재육성은 본래 학교에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육성관’이라는 사교육기관에 그 일을 계속 맡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장은 “육성관 예산을 학교별로 분배한다면, 교장 재량으로 ‘밥’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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