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독자의 글]검정고무신
김학열 | 승인 2015.03.25|(0호)

 


 오늘은 횡성5일 장이다.
 1일,6일 장날이 되면 아내와 함께 살 것이 없어도 장구경가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유일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작은 추억하나 만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챙이 국수 한그릇, 수수부꾸미도 먹어보고 어린 동심의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장날이 아닌가 싶다. 뻥튀기 할아버지의 ‘뻥이요’하는 소리에 하이얀 연기가 피어올라 오면 그 연기 속에 귀를 막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 개구쟁이 모습이 잠시 잠깐 있다. 뻥튀기의 고소함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지고 신발 파는 아낙네 진열장에는 검정고무신이 유난히 반짝인다. 

 검정고무신을 보면 기쁨보다 아련함이 먼저 밀려와 두 눈이 붉어진다. 어린 시절 검정고무신에 진한 슬픈 추억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나 읍내의 아이들과는 조금은 달랐겠지만 나를 비롯해 시골 촌에 사는 아이들은 대부분 검정고무신을 신었다. 삼천리표, 말표, 백양. 그 중에 삼천리표 신발이 가장 질긴 거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 시절에는 천 운동화만 신어도 세련되고 멋져 보이고 내 검정고무신은 초라하고 볼품이 없었다. 

 할머니가 장날에 곡식을 내다팔고 검정고무신 한 켤례 사다주시면서 잃어버리지 말라고 신발위에다 ‘+’표시를 해주시고 그러면 나는 그 신발을 잃어버릴까봐 잠잘 때도 방안 윗목에 밀가루 부대종이 위에 올려놓고 잠들기 전까지 수없이 보고 또 보다 잠이 들었다. 학교 신발장에서 어느 아이가 가져갔는지 신발을 잃어버리고 찾지 못해 어두컴컴한 밤이 되도록 울며 집에 못 들어가고 있으면 저 멀리서 할머니가 날 부르는 소리에 나는 더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나는 검정고무신과 흰고무신을 사서 가슴에 품고 기억 저 편에 있는 할머니를 찾아 가고 있다.


김학열  
갑천면 하대리.
저서: ‘눈물소리’‘사랑하되 소유하지 마라’‘살아있음에 지금 나는 행복하다’‘다 때려치우고 산골에 산다’

 

 

 

김학열  yongy63@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6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