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횡성전통시장에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각종 육전(肉煎)과 육회비빔밥을 주메뉴로 판매하는 <전가(全家)네> 식당과 또띠아, 피자, 커피 등을 함께 판매하는 <달보드레> 카페, 두 곳이다. 이 두 곳의 주인장들은 지난해 횡성군이 개최했던 횡성한우 비선호부위 음식 품평회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해, 횡성군과 횡성시장조합,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창업을 하게 된 ‘청년 창업자’들이다.
<전가네> 간·천엽 육전과 선지고로케 개발
장날마다 할인쿠폰 배포 전략
전가네는 한우의 비선호부위로 불리는 간, 천엽, 허파, 선지 등을 이용한 내장전과 꼬지전, 한우모듬전을 만들어 판다. 비선호 부위들은 비타민과 철분 등 영양이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으로 요리해 먹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전가네>의 주인장 이예성 씨는 “간이나 천엽전은 고급음식이지만 손질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잘못 손질하면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하기도, 집에서 직접 해먹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찬가게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원래 요리를 좋아했던 이예성 씨는 과감히 육전 요리에 도전을 했고, 품평회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창업지원을 받는 결실을 거뒀다.
전가네에는 낮 시간에도 막걸리를 기울이는 손님들이 종종 눈에 띄는데, ‘전’과 막걸리가 천생 궁합이라 그런 듯하다. “낮 장사보다 저녁장사가 잘 되요. 한잔 하러 오는 분들 때문이에요”라고 주인장은 말했다. 개업 직후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됐던 덕에, 타지에서 횡성에 왔다가 일부러 들러보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기대한 만큼의 매상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주인장의 고민이다.
| ▲ 식사메뉴로 인기를 끄는 더덕육회비빔밥. 가격은 6천원이다. |
“시장 안에 사람들이 없어요. 시장 내부가 밝고 활기차야 하는데, 어둡다 보니 사람들이 시장 안으로 들어오지를 않아요. 저녁이 되면 상인들이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잘 찾아오지도 않고, 그래서 식당도 잘 안 되는 점이 있어요.” 조금이라도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보려고 전가네의 주인장 부부는 가게 바깥에 조명도 설치했지만, 횡성전통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는 어렵다. 전가네가 시장 내 다른 가게들과 달리 밤 10까지 문을 열어두는 것은 저녁장사를 기대했던 것인데, 아직까지 일주일에 하루이틀은 손님이 없는 날도 있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에도 하나둘씩 단골손님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육회비빔밥, 모듬전 섞어찌개 등이 입소문을 내면서 점심식사를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고, 단골들이 새로운 고객을 끌고 오기도 한다. 그래서 이 주인장은 “일단 한번만 우리 가게를 들러보면, 자주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가네는 4월부터 장날마다 할인쿠폰을 만들어 돌리면서 적극적인 홍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 한우모듬전 한 상. 접시 왼편이 선지고로케다.
전가네가 횡성시장에 들어오면서 기획한 또 한가지 매출전략은 ‘주문택배’이며,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품목이 ‘선지고로케’다. 이예성 주인장은 “선지를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다 몇 달의 실험 끝에 고로케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두부, 부추, 양파, 당근 등이 함께 어우러진 ‘선지고로케’는 냉동으로 보관했다가 택배로 발송하면 소비자들이 계란만 입혀 튀길 수 있게끔 개발된 제품이다.
전가네가 한우전만 파는 것은 아니다. “육전이 입맛에 안 맞는 분들도 있어요. 그분들에겐 굳이 육전을 권하지 않아요. 동태전과 야채전, 동그랑땡도 드시고 갈 수 있어요.” 주인장이 말했다. 전가네의 위치는 횡성시장 내 감자옹심이 전문식당인 <정주간> 바로 옆이다.
젊은 남성 바리스타의 카페<달보드레>
SNS 홍보로 중고등학생 고객 생겨
횡성전통시장 내 쉼터였던 <우하하복덕방>이 <달보드레> 카페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운 가게주인을 만나기 전에 명함부터 받아 봤다. ‘달보드레, 한효주’. 유명 여배우 한효주 씨를 모르더라도 으레 ‘여주인’일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건 선입견. 달보드레 카페의 주인장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다.
주인장 한효주 씨는 창업 이전에 새마을금고에서 일했지만, 그전에는 바리스타로 2년을 일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커피를 내리고 판매하는 것이 아주 익숙하다. 이곳에서는 커피의 참맛이라 불리는 ‘더치커피’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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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성한우 어둔살을 재료로 만든 또띠아 |
무엇보다도 달보드레의 특징이라면, 횡성특산물인 한우를 재료로 ‘또띠아’ ‘불고기피자’ 등을 만들어 판다는 점이다. 한효주 주인장은 “사람들이 시장에 오면 소고기를 많이 드시는데, 새로운 먹거리로 사람들을 유혹해 보자는 취지에서 메뉴를 준비했다”고 했다. 또띠아는 밀전병과 비슷한 남미 음식으로, 한국인들에겐 낯선 음식일 수 있지만, 한 주인장은 “나이 드신 분들이 의외로 많이 사드시고 일주일에 한번씩 또띠아를 사러 오는 어르신도 있다”고 했다. 양상추와 파프리카, 치커리, 피클, 양파 등의 채소와 불고기를 얇은 ‘빵껍질’에 싸서 데리야끼 소스를 넣어 먹는 맛은 어르신들에게도 중독성이 있는 모양이다. 한효주 주인장도 평소 또띠아를 자주 해먹었기 때문에 주 메뉴로 삼았다고 한다.
| ▲ 달보드레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메뉴들 |
달보드레를 주로 찾는 고객층은 “장보러 나온 40~50대 여성들”이라고 한다. 기자가 찾아간 날, 달보드레의 손님들 역시 모두 30대 혹은 40~5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었다. 한 고객은 “장보러 왔다가 들렸는데, 분위기도 좋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일부러 시장 바깥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고 했다. 이 여성 고객은 “남자가 주인이라서 처음에는 들어올까 주저하기도 했는데, 일단 들어오고 나면 괜찮다”고 덧붙였다.
지난 두 달간 달보드레의 매출은 주인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SNS(에스엔에스) 홍보를 시작하고 나서 중고등학생들이 찾아오고, 시장 근처에서 배달주문이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사이 단골이라 부를만한 고객도 다섯 명 이상 확보가 됐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일요일에도 가게 문을 연다.
| ▲ 장보러 왔다가 커피 한잔! |
한효주 주인장은 “횡성시장 자체는 특별한 게 없다. 그런데 외지에서 온 분들은 시장 안에 ‘쉼터 카페’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 새롭고 특이하다고 이야기한다”며 “젊은 층이 부족한 전통시장 안에서 나 스스로 특별한 존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곧 날이 더워지기 때문에 하절기 소비를 대비한 레몬에이드, 오렌지에이드, 그리고 빙수의 판매를 준비할 참이다.
전통시장 러브투어와 주말장터에 기대
전가네와 달보드레는 다른 시장상인들과 마찬가지로 4월을 무척 기다려왔다. 횡성군이 외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해마다 진행해온 ‘전통시장 러브투어’가 재개되면, 주말마다 관광객들이 시장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4월 18일부터 전통시장 북문 거리에서 <내고향 주말장터>가 진행된다는 점도 반가운 일이다. 횡성군과 시장조합은 지난해 진행됐던 토요토속장터의 규모를 확대해, 횡성 지역 내에서 생산된 각종 농산물과 임산물, 축산물 등의 로컬푸드를 생산자가 직거래 하는 주말장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횡성전통시장의 두 새싹들이 뿌리를 잘 내리고 시장과 횡성의 활력소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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