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동화에는 동화가 지어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아이들이 바라는 세상,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전하고자 했던 꿈과 생각이 담겨있다. 우리의 삶과 꿈을 담아온 우리나라 동화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 이주홍 선생님(1906-1987) 경남 합천 출생. 1930-40년대는
사회주의 카프계 작가로 1947년부터는 부산에서 활동했으며, 리얼리즘과 재미를 함께 추구했던 동화작가이다.
1920-30년대에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주에게 부림 받고 학대당하는 소작인의 문제가 있었다. 온 식구가 굶주려 드러누워 있는데 지주가 찾아오고, 어머니는 혹시라도 부치고 있는 논을 떼일까 어렵게 쌀 한 홉과 청어 한 토막을 구해 지주를 대접한다. 밥 한 술 청어 한 점이 남기를 기다리며 옆방에서 숨죽이던 순덕이 본 것은, 지주가 꼭꼭 씹다 뱉어놓은 등 뼉다귀뿐이었다. 화와 슬픔을 참지 못한 순덕이는 홧김에 ‘이거라도 씹자’며 청어 뼉다귀를 삼키다 그만 목에 걸려 캑캑거린다.
병작을 떼이고 화가 난 아버지가 순덕이 등짝을 후려치자 마침 순덕이 앓고 있던 고름이 터지고 만다. 순덕이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자신들 처지가 가엾고 분해서 함께 울음을 터뜨리며 순덕이는 불쌍한 부모에게 한없는 애정을 느낀다. 상황과 소재가 특별해서 인상이 강하게 남는 동화 <청어 뼈다귀>는 불쌍한 순덕 식구들에게 깊은 동정을 느끼게 한다.
이주홍(1906-1987) 선생님이 1930년에 쓴 이 작품은,『청어 뼈다귀』란 창작동화집에 실려 있다. 이 책에는 지주와 소작인의 문제를 다룬 동화들과 1960-70년대의 대표동화들이 실려 있다. 사회성 짙은 주제인 경우에도 이야기가 재미있어 중학년부터 청소년까지 한번은 꼭 읽으면 좋을 책이다.

▲ 청어 뼈다귀(우리교육 )
1930년대 현실주의 동화와 60-70년대 대표 동화들을 모았다.
이렇게 시대를 드러내고 관통하는 문제를 다루며, 아이들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어떻게 현실과 대응해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동화를 “현실주의” 동화라고 한다. 이주홍 선생님은 한국아동문학사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실주의 동화를 개척하고 문학성이 뛰어난 현실주의 작품들을 남겼다.
선생님의 일생 역시 현실과 재미가 함께 했던 것 같다. 경남 합천의 아주 가난한 농가의 큰아들로 태어나 고향에서 3.1운동을 만난 뒤, 서울과 일본에서 혹독한 노동을 하며 고학을 한다. 1929년 귀국한 뒤 사회주의 카프계 아동잡지 <<신소년>>의 편집을 맡으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1952년에 쓴 장편소년소설로 일제 강점기 민중들의 삶과 바람을 잘 그렸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선생님은 1947년 카프와 결별하고 부산 동래중 교사로, 1949년부터는 부산수산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부산지역의 문학과 아동문학, 연극을 일으켰으며 활성화하는데 큰 힘을 기울였다. 그는 많은 제자들에게 훌륭한 스승이었으며 다재다능했던 예술인으로 살았다. 그림은 <<신소년 >>잡지와 여러 작품집에 표지를 그릴 정도로 뛰어났으며 서예 글씨 또한 빼어났다. 특히 전쟁전후 부산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연극 <탈선 춘향전>은 이몽룡의 봉건적 사상에 맞선 방자와 춘향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한편 1950년대와 60년대는 아동문학의 침체기였다. 4.19로 민주주의가 싹트기 전까지 아동문학은 반공문학이거나, 어른의 놀잇감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그린 아동문학이 대세였다. 이때 선생님은 극심한 좌우익의 갈등과 대립에 휘둘리지 않으며, 풍부한 재미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전해주는 동화들을 썼다. 그때 동화 모음집인『못나도 울엄마』를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슴이 뭉클하다.

아동문학의 침체기였던 1950-60대에 충실히 썼던 동화들을 모았다.
<못나도 울 엄마>에서 명희는 언니와 동생들, 자식을 잘 돌봐주는 인자한 어머니가 있으며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하지만 곧 자기가 주워온 아이이며, 다리밑에 사는 떡 장수 할머니가 친엄마임을 알게 된다. 친엄마는 한쪽 눈과 팔이 없는데다 못생기고 가난한 할머니였다.
명희는 못마땅했지만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할머니를 부축이고 옆집에서 물을 구해다 드린다. 정말 무섭고 못생겼지만, 금방 죽을 것 같은 모습을 보면서 명희는 친엄마에게 점점 가여움과 정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명희는 집이 좁고 어두워도, 엄마가 가난하고 못생겨도 좋다며 제발 돌아가시지만 말아달라고, 떡함지를 여다드리고 안 넘어지게 손을 끌고 다니겠다고 애원한다.
아기 울음소리와 언니가 깨우는 소리에 잠이 깬 명희는 그 모든 것이 꿈인걸 알고 놀란다. 아까 낮에 왔다 떡을 팔지 못하고 돌아간 떡장수 할머니를 생각하느라 꿈을 꾼 것이었다. 처음 읽을 적에는 이게 꿈 이야기인줄 모르고 진짜라고 생각되어 마음 졸이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못생긴 엄마라도 좋다.” 자신의 편안함을 버리고 당당히 더 낮은 처지를 받아드리는 명희의 순수한 마음은 우리를 깨어나게 한다. <객원기자 오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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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숙민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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