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사회 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이야기
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이야기 (32) “우린 한 번도 씨앗을 안 바꿔 봤어. 마늘 농사가 잘 되니까 계속 심었지.”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5.04.20 15:56|(0호)

 

 
▲ 박건남할머니(73세. 갑천면 상대리)


 

 마늘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으로 쓰인다. 수입산에 비해 향과 맛이 좋고 매운 맛이 적어서 횡성군의 농가에서는 토종마늘을 심는 집이 많다. 농가의 주된 소득원이 되는 쌀, 콩, 고추, 옥수수, 감자가 더 좋은 수확량이나 맛 때문에 개량되었다면, 마늘은 아직도 토종이 우세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알이 굵은 놈을 골라 심으면 잘 거둘 것 같지만, 마늘은 그리 만만한 작물이 아니다.

 

▲ 지난해 거둔 마늘이 지금까지도 싱싱하다


 “ 둔내 맷돌구리(삽교리 맷돌거리), 우리 시어머니가 거기서 커서 열여섯에 이리로 시집을  왔대. 시어머니가 살림하면서 친정에서 갖다 심었지. ”

 갑천면 상대리의 박건남(73세) 할머니가 들려주는 마늘의 내력은 둔내에서 심었던 시기를 계산해 넣지 않더라도 70년은 넘어 보였다. 70년 동안 한 집에서 종자를 바꾸지 않고 계속 심었다니 정말 놀랍다. 묵은 콩이나 옥수수가 싹을 틔우기도 하지만, 마늘은 해를 넘길 수 없다. 또 오래 심다보면 잘 되지 않아 다른 집 종자로 바꿔 심는다는 집을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마치 주인을 닮듯이, 작물도 할머니를 닮는 것 같다. 홍천읍 하오안리에서 스물한 살 때 시집와 억척같은 시어머님 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동안 시동생 시누이가 자랐고 아들 넷이 커갔다. 남보다 공부를 더 했던 시아버지는 농사일은 못하고 학교일을 보았다. 시어머니를 닮아 상일꾼이던 남편은 18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깊은 산골 상대리에서 할머니는 궂을 때나 좋을 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농사를 지으셨다.

 “ 우리는 마늘이 잘 돼. 저 건너 밭이 있는데 지금은 내가 못해서 남에게 삼밭으로 준 게 있어. 거기는 질땅이야. 흙이 진흙이라고 차진 흙이 섞여 있던데. 지금은 집 가생이(가장자리) 하우스 뒤로 가서 문턱에 올해 3년째 심나. 이쪽은 검은 땅인데도 곧잘 되던데.”

 

 

▲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토종마늘


 붉은색 진흙이 섞인 질땅은 마늘통이 굵고 맛이 좋을뿐더러 농사가 잘 되어 그동안 마늘농사를 많이 지었다고 한다. 마늘이 안 되니 밭을 빌려달라며 이웃이 심은 경우도 있을 만큼 남들이 다 알아주는 마늘 밭이었다. 지금 고추 하우스 뒤쪽은 햇볕은 덜 받지만 수분이 있는 땅이어서 마늘이 잘 자란다. 

  할머니는 여기다 축사의 소똥 거름을 펴고 퇴비를 사다가 충분히 거름을 해주었다. 마늘용 비닐을 씌우고 씨앗을 심은 뒤 추운 겨울을 잘 넘기라고 다시 비닐을 덮었다. 김장 전에 심었던 마늘에서 싹이 올라오는 3월에는 위의 비닐을 걷어주었다. 이제 5월에 마늘쫑을 뽑아주면 대궁에 콩마늘이 덜 생긴다. 이 콩마늘은 먹기도 하지만 심으면 쪽이 하나인 통마늘이 된다고 한다. 

 

 

▲ 마늘대궁에서 나온 콩마늘을 심었더니 싹이 조그맣게 나오고 있다.


 마늘이 자랄 때 혹시라도 날이 가물다고 물을 주면 저장성이 떨어져 오래 두고 먹을 수 없다고 한다. 잎이 노랗게 되어 잘 여문 마늘은 장마오기 전에 뽑아 크기를 고르고 한 접(100개)씩 묶는다. 비 안 맞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걸고 겨울 지나 봄까지 할머니는 모든 정성을 다 기울이신다. 

 이제 마늘을 다 까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으니 새 마늘을 수확하는 여름까지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하셨다. 차분하게 말하는 얼굴빛이 편안했지만 남편이 시부모님보다 9년 먼저 세상을 떴을 때는 정말 힘드셨던 것 같았다. 

 “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2년 있다가 손녀딸이 왔어. 내가 맘 잡을 데 없는데 첫돌 지난 게 내 일하는 데 따라다니고. 어째 세월이 갔는지 몰라. 없었으면 더 힘들었지. 삼사일만 집에 없으면 빈 집 같애. ”

 할머니는 지금 장애가 심해 옆에서 챙겨줘야 하는 막내아들을 거두며 살고 있다. 적적한 집이지만 손녀딸이 중학교에서 돌아오면 시끌벅적해지고 웃음소리가 난다. 할머니는 오늘 못 하면 못 하구, 성화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되어 가는대로 산다고 하셨다.  

 마늘 농사는 자신 있기에 건너편 삼밭에 다시 마늘을 심고픈 욕심도 있다. 하지만 더 심고 싶어도 팔기가 힘들다며 ‘먹을 거나 좀 심어야지’하고 도로 마음을 편히 잡수신다.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횡성희망신문  yongy63@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1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