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김씨가 산책을 위해 오가던 도로에는 공사차량의 운행이 끊이질 않는다. 덮개도 하지 않아 흙먼지를 발생시키는 것은 물론 규정속도(20km)의 두배가 넘는 40km로 주행하는 경우도 많다. |
원주-강릉간 철도공사에 따른 횡성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의 적절성, 소음·분진 등 환경문제, 축산농가에서의 피해 등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돼 왔는데, 우천면 용둔리 공사구간에서는 한 장애인 가정이 지속적으로 생활권 침해를 호소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용둔리에 거주하는 김아무개 씨는 한쪽 팔 외에는 움직이지 못하는 전신지체장애인으로 하루 한 두 차례 전동휠체어를 타고 집 앞 도로를 따라 왕복 1시간씩 산책을 다녔다고 한다. 김 씨는 “누워만 있으면 답답하니까. 그리고 전동휠체어를 타면 아무래도 몸이 움직여지니까 운동도 되고, 맑은 공기랑 햇볕도 쐬려고” 산책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산책을 다니던 도로가 공사차량들의 이동경로가 되면서 김 씨는 대형 공사차량의 운행에 따른 사고위험과 먼지·매연 때문에, 더 이상 ‘건강을 위한 생활’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 김 씨는 “먼지 난다고 물을 뿌려대면, 휠체어가 지나갈 때 그 물이 튀어서 힘들다”고도 했다.
김 씨의 가정은 야간의 교통소음에 따른 고통도 호소하고 있다. 김 씨의 아내는 “새벽에도 운행하는 레미콘 차량들 소리에 자다가 깨고, 스트레스와 불면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내년 9월까지 공사를 하겠다는데, 그동안 나는 어쩌라는 거냐”며 “장애인리프트차량을 대여해서라도 내가 산책할 수 있는 공간에 데려다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시공회사 측 현장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덤프기사들에게 주의를 요구하고, 아저씨가 산책 나오면 휠체어 뒤를 따라가더라도 천천히 운행하라고 요청하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 한응순 할머니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철도공사에 따른 피해는 ‘생활’뿐 아니라 ‘생계’에도 미치고 있다. 용둔리 김 씨 가정은 우사가 공사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 바로 옆에 있어서 소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 씨는 “방음벽설치를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김 씨 부부와 시공회사 간에는 축사 임대료 지급에 관한 협의도 있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횡성읍 조곡리에 사는 한응순 할머니는 본인 소유의 토지와 축사 일부(전체의 10% 정도)가 철도노선 안에 포함되면서, 그에 따른 피해를 입게 된 경우다. 칠순이 넘은 탓에 직접 소를 키우지 않고 축사를 임대해서 소득을 올려왔던 한응순 할머니는 철도시설공단의 토지수용결정으로 인해 소득원을 잃게 됐다.
한응순 할머니는 1년에 700만원의 임대료를 받으며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임대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그러나 철도공사가 시작된 후 지난해 10월 임대는 중단됐다. 한 씨의 요구는 “2018년말까지 약속되어 있던 임대소득은 철도시설공단에서 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씨의 요구조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 원주지사 관계자는 “토지보상법상 임대료는 보상대상이 안 된다”며 “아직 우리나라 법률이 그런 부분까지 수용하는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할머니의 또 한 가지 요구는 “축사부지 전체를 철도시설공단에서 사 가라”는 것이다. 한 할머니는 “앞으로 땅을 팔아도 제값을 받기는 어려우니까, (시설공단에서) 나머지도 사 주면 난 여길 떠날 것”이라고 했다. 시설공단은 최근 한응순 할머니 앞으로 결정된 토지 및 축사보상액을 법원에 공탁했다. 공탁액은 철도노선 안에 포함된 토지와 축사시설 전체에 대한 보상액으로, 노선 안에 포함되지 않은 90%의 축사터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응순 할머니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각계로 진정을 제기하고 했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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