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지원과에서 담당하는 ‘권역사업’이나 ‘마을만들기 사업’ 등은 농업예산이라기보다는 마을개발사업 예산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횡성에서는 지난 2007년 이래 세 곳의 ‘권역’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공근면 금계권역(2007~2011년), 횡성읍 덕고권역(2011~2015년), 청일면 춘당권역(2011~2015) 등 세 곳의 개발사업에 투여된 예산은 도합 162억원이 넘는다.
엄청난 예산이 쓰인 만큼, 그 예산이 각 마을공동체의 양적·질적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하다. 사업비 집행이 완료된 금계권역과 달리, 덕고와 춘당권역은 아직도 ‘공사 중’이기 때문에 평가를 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각각의 권역사업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는 살펴볼 수가 있다.
수익창출사업 명암엇갈려
질적 성과에 대한 평가 필요
금계권역은 수차례 농림부장관이 다녀갈 만큼,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주요 사업내용을 보면, 3곳 폐교의 리모델링(공근리, 어둔리, 가곡리), 누룽지가공공장(공근리)·김치가공공장(삼배리)·방앗간 신축(가곡리), 한우축사 신축(삼배리, 상동리) 등의 소득사업과 노인정 리모델링 및 마을경관로 가로수 식재 등 환경·복지사업 등에 총 56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집행했다.
올해 7년차를 맞는 누룽지공장은 지난해 6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마을의 효자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익창출이 마을공동체의 질적 변화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는지는 평가가 필요하다. 김치가공공장은 당초 주민들의 공동사업체로 만들어졌다가 적자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가동이 중단된 상태며, 올 가을부터 절임배추 전문시설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고춧가루, 떡, 기름 등을 생산하려던 방앗간 역시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며, 가곡리에서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국수공장은 중도에 포기됐다. 이처럼 가공시설들의 명암이 엇갈리는 반면, 리모델링을 통해 재탄생한 학교건물들은 각기 ‘한살림생협의 영농체험지’ ‘농촌형 체험학교’ ‘농촌형 펜션’ 등의 특성을 띠며 운영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덕고권역에서는 1단계 사업으로 덕고초등학교 리모델링, 한우체험장, 풀사료 재배생산시설 신축이 진행됐고, 2단계 사업으로 농산물가공시설, 장수운동관(주민복지시설) 신축, 이야기탐방로 조성 등을 예정하고 있다. 리모델링으로 재탄생한 도농교류센터(덕고 폐교)는 농어촌인성학교로서 전국 각지의 학생체험을 유치해 소득을 창출하려는 목표로 세워졌다.
| ▲ 덕고권역사업으로 만들어진 소들녁한우체험장 |
인근의 한우체험장, 이야기길, 오토캠프장과의 연결을 통해 체험수요를 늘리려는 계획이지만, 아직 수익창출의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한 상황이다. 연간 5~6천명 정도의 방문객들이 와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체험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2천명 정도가 방문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한우체험장 역시 아직은 수익발생에 이르지 못한 단계다.
춘당권역은 지난해 8월 사업시행계획이 승인된 탓에 아직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는 상황이다. 학교 리모델링, 한우가공센터, 친환경농산물가공센터, 다목적체육시설, 친환경농업센터 신축사업 등에 30여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며, 오는 9월경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광수준 선진지견학
주민과 분리된 외부전문가 교육
3개 권역사업에는 공통적으로 ‘주민역량강화’ 사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다. ‘교육 혹은 선진지 견학’등의 역량강화사업에 들어가는 비용만도 금계권역에서 1억6천만원, 덕고권역 1억4800만원, 춘당권역 1억2400만원이다. 이는 ‘마을개발사업’의 목적이 ‘소득창출’뿐 아니라 ‘사람을 키우고 공동체를 강화하는 것’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잖은 예산이 주민교육에 투여됐음에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평가다. 선진지 견학이 관광에 그쳐버리고 교수들의 강연이 흘려듣는 이야기에 그치는 것은, 교육에 관한 ‘피드백’이 아예 없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대부분의 교육사업을 ‘컨설팅업체’에 맡겨 진행했기 때문에, 주민들 스스로의 욕구와 필요가 교육내용에 별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마을개발사업과 관련해 중요한 점 한 가지를 지적했다. “주민들 간의 갈등과 리더의 독단이라는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은 망한다”는 것. 그래서 “시행착오의 경험을 서로 나누고 갈등의 양상을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개발예산이 허공에 뿌려질 수도, 마을 성장의 마중물로도 쓰일 수 있는데, 그 갈림이 여기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올해도 마을개발사업 예산은 꾸준히 지출된다. 창조적마을만들기와 행복마을만들기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있기는 하나, 본질은 같다. 국민의 세금이 살기좋은 농촌마을을 만드는데 얼마나 쓸모 있게 쓰이느냐의 문제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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