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사회 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이야기
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이야기(33) 횡성읍 입석리 한승기, 원정렬 부부달래와 도라지는 집안 식구들 먹을라고 계속 심지요.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5.05.28 17:09|(0호)

 

 

▲ 수익작물을 심지만 골고루 토종작물을 심어 거두는 한승기 (횡성읍 입석리.81세) 할아버지와 원정렬(84세)할머니
 

 

 

 

 

 

 

 

 

 

 

 

 

 

 

 

 

 

 


- 5월 초순에 캐면 한웅큼 올라오는 진주알 같은 달래 뿌리들, 푸른 잎이 화초처럼 고운 토종 도라지 -
 

 

 

 

 

 

 

 

 

 

 

 

 

 

 

 

 

 

 

 횡성읍 입석리 광제사 바로 윗집이라는 원정렬(84세) 할머니 댁을 찾았다. 집 뒤로 나지막한 산이 있고 밭이 펼쳐져있다. 읍내에서 농가를 보니 무척 반갑다. 근처에 살면서 직장 쉴 때마다 일을 돕는 둘째 아드님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찾아주셨다.
  
  한승기(81세) 할아버지는 작년에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는 할머니에게 바람도 쏘일 겸, 할머니를 모시고 집 옆의 달래 밭에 가 계셨다. 할아버지가 호미로 긁어 뿌리를 캐어내니 진주알처럼 고운 알뿌리들이 알알이 붙어 한움큼씩 올라온다. 달래는 그대로 둬도 저절로 나오지만, 이렇게 씨를 캤다 다시 심으면 더욱 실하다.

 

 

▲ 5월 초순에 달래를 캐면 알뿌리가 한움큼씩 한꺼번에 올라온다.




 “이걸 캐고서 가을에 골을 키고선 호르르 뿌려 놔두면 봄에 땅만 풀리면 올라오거든.”
 달래뿌리는 5월 초순 경에 캐어야 적당하다. 시간이 지나면 알뿌리들이 다 흩어져서 찾기 힘들다고 한다. 입석리서 40년 넘게 사는 동안 달래를 계속 심어 먹었고 “진흙밭보다 모새밭이 잘 되지” 하신다. 올 봄에 며느리가 장에 팔아 꽤 많이 벌었다고 할머니가 거들어주신다.
  두 분은 공근면 상동에서 살다 횡성읍으로 나오셨다. 할머니는 공근면 삼배리가 고향이고 할아버지는 6.25전쟁으로 홍천집이 불타고 없어지자 큰집이 있는 상동으로 들어오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상동으로 시집간 뒤에 시부모를 모시며 농사를 지었다.

 “거기서 30리가 넘는 횡성장을 걸어 다녔잖아. 아침에 일찌감치 장에 나오면 애를 들쳐 업고는 팔 거 가지고 나오거든. 나왔다가 들어가려면 캄캄해서 들어갈 수가 없어서 낮에 나오다가 길가에 봐놓고, 논배미 가서 짚토맥이를 빼가지고 불을 붙여가지고 산골 돌다리를 건너서 집에를 가고 그랬어요. ”

 상동에서는 여느 밭농사와 누에를 약간 쳤다. 아이들이 커가자 교육 때문에 횡성읍으로 나와 지금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횡성고등학교 잠과를 나온 큰아들이 있어서 야산에 뽕나무를 심어 누에도 십년 넘게 꽤 오랫동안 쳤다고 한다. 그때 누에를 쳤던 집 앞의 잠사 건물을 알려주신다. 수익을 내는 주된 작물은 대파였다. 읍에 와서는 밭에다 모두 대파를 심어서 뽑아 껍질을 까면 아들이 시장에 가서 팔았다.

 

 

 

 

▲ 심은 지 3년 된 토종도라지라 올 가을에 수확한다.




 읍내 농사가 도시적일 거라 짐작했는데, 할머니 집과 밭을 둘러보니 마치 모든 자연이 한곳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앞마당에는 마늘이, 집 양쪽 자투리 땅에는 달래와 곤드레나물이 보인다. 바로 건너편에 손님방으로 쓰고 있는 옛집은 진짜 농가답다. 옛집 마당가 한쪽에 상추, 아욱, 깻잎이 어울러 자라고 옆으로는 모를 키우는 조그만 하우스가 있다. 하우스를 돌면 엄나무 울타리 아래로 물이 흐르고, 촉촉한 둔덕 위에 밤나물. 취나물. 곰취. 둥글레가 엄나무 새순 사이로 한들거려 숲에 온 것 같았다.

 마당 안으로 들어가 모퉁이를 돌면 닭. 거위. 오리를 함께 치는 닭장이 하나 있는데, 알을 낳으려는지 둥지에 올라가 앉은 닭이 보인다. 닭장을 지나면 사뭇 밭이다. 뚱딴지, 곤드레, 키 작은 두릅을 보면서 올라갔다. 

 밭에는 한승기(81세) 할아버지가 둘째 아드님과 함께 참깨 비닐을 씌우고 계셨다. 폭식한 땅에 이랑을 만들고 다시 널찍한 판자로 이랑을 밀어 평평해지게 한다. 그래야 비닐에 붙은 참깨 씨가 흙에 붙어 싹이 올라온다고 한다. 참깨 밭은 작년 가을에 씨를 뿌려놓았던 달래를 봄에 캐어낸 곳이다. 

 

 

 

 

 

▲ 곰취. 곤드레 등 엄나무울타리아래의 토종나물들



 특이하게 밭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저수지가 있었다. 모두 논이었던 밭을 두 다랑이 남기고 밭으로 만들었는데, 논과 밭에 물을 대느라 땅을 파서 아예 저수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주위로 나무와 풀이 무성하고 붕어 새끼 떼가 몰려서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만들어진지 꽤 오랜 듯하다. 참깨 밭 아래 다랑이에 도라지를 심어놓았다. 

 “도라지는 옛날 토종씨지. 먹느라고 옛날부터 조금씩 심지. 반찬 해먹고 누가 달래면 주고 또 약도 대려내리고. 올해 도라지를 캐면 자리를 바꿔서 또 딴 데다 심고. 도라지도 진흙보다 모새땅이 잘 되지. ”

 싱그러운 푸른 잎이 화초처럼 예뻤다. 도라지는 한 곳에 사오년 심으면 뿌리가 썩어 없어지니, 심은 지 3년이 되면 캐어내야 한다. 올해는 광제사 아래쪽 밭에 도라지 씨를 새로 심었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수익을 내기 위해 누에를 쳤고 40년 대파농사를 해왔다. 그나마 농협에서 횡성대파보다 싼 남쪽대파를 사다 팔기에 올해부터는 그만두었다. 지금은 돈 되는 작물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그래도 오래된 전통농업을 접지는 않는다. 식구들 먹이려고 수익 작물보다 가짓수 많게 토종작물을 골고루 심어놓았다. 마을 전망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햇볕 좋고 폭신한 이 땅에 오래도록 농사가 이어지기를, 달래와 도라지가 해를 더해 풍성해지기를 기대해본다.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횡성희망신문  yongy63@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1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