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동화에는 동화가 지어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아이들이 바라는 세상,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전하고자 했던 꿈과 생각이 담겨있다. 우리의 삶과 꿈을 담아온 우리나라 동화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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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선생님은 소설가로 더욱 유명하지만, 많지 않은 10여 편의 동화는 지금 읽어보아도 모두 빼어난 작품들이다. 1904년 철원에서 출생해 개화파인 아버지를 따라 블라디보스톡에서 잠시 살았고, 6살 때 아버지 9살 때 어머니마저 잃고서 고향으로 돌아와 친척집에 얹혀있거나 객주집 사환으로 일했던 성장기를 거쳐 휘문고등보통학교와 일본상지대학에서 고학하며 문학에 뜻을 둔다.
계급과 현실을 반영했던 카프문학과는 다르게 ‘소설이 예술이 되도록, 예술 그 이상이 되도록... 우리의 말과 글을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갈고 다듬어 아름다운 언어예술을 창조해내려 했던’ 이태준 선생님은 1930년대는 소설가 이태준의 시대라 할 만큼, 빼어난 문장으로 단편소설의 대가가 되었다. 1935년부터 창작에만 전념했던 그는, 해방직전 대부분의 작가들이 친일작품을 많이 썼던 시기에 강원도 철원 산골로 들어가 절필로 작가의 양심을 지키기도 했다.

▲ .『몰라쟁이 엄마 』이태준 글/ 우리교육
아름다운 문장과 따스한 시선으로 어린이의 삶을 그려낸 이태준의 동화 모음집
▲ 『엄마 마중』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보림
1930년대 이태준의 유년동화가 김동성 작가의 그림을 만나 한국의 대표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1946년 월북하여 전쟁이 끝날 때까지 활발하게 활동하였으나, 사상의 불철저함을 이유로 숙청당해 북한에서의 생활과 사망년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다. 남한에서는 1988년 월북·납북 작가들에 대한 해금조치 이후에야 비로소 ‘이태준’이란 이름을 되찾고, 그의 작품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태준’은 모르지만 『엄마 마중』이란 한국의 대표 그림책을 아는 분은 많다. 김동성 작가의 그림으로 새로 태어난 그림책은 1930년대의 풍경과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절절한 마음을 지금의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림책 글이 바로 이태준의 유년동화다.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낑 하고 안전지대에 올라섰습니다. //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하면서 지나갔습니다. //...(중략)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 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30년대 중반의 암울한 시대에 불행한 처지에 놓여있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이 현대의 우리를 붙잡고 있다. <엄마 마중>은 이태준 선생님의 동화를 모두 모아놓은 책『몰라쟁이 엄마』에 다른 작품들과 함께 실려 있다. 이처럼 선생님의 유년동화는 마치 진주를 알알이 꿴 듯 아름다운 문장이 빛을 내며 유년기 아이들 세계를 바로 보여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인물의 모습과 행동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다른 동화들도 오래 두고 가끔씩 꺼내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다. <어린 수문장>은 어린 동물의 생리와 연약함을 어른과 아이들에게 환기시키며, 작은 생명에 깊은 연민과 동정을 가지는 동심을 건드린다.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만 있어 적적하고 든든한 지킴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개울 건너 웃말 할머니 댁에서 새끼 개를 얻어오지만 그 새끼 개는 어미개가 그리워 난생 처음 개울을 건너가다 물에 빠져 죽어버린다.
새로 취임하는 우리 집 어린 수문장은 울지도 않고 안겨 왔습니다. 그리고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더니 이만한 집은 넉넉히 수비할 수 있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습니다.(중략)... 그가 웬만큼만 다리에 힘이 있었던들 요만 돌다리야 뛰어 건널 수도 있었을 것이요, 혹시 발이 모자라 떨어진다 하더라도 요만 물은 헤어 건널 수도 있었으련만, 그가 우리 집에서 이 개울까지 나온 것이 아무 힘 없는, 아무 위험도 모르는 그의 난생 첫걸음이었을 것입니다...
이태준 동화는 가엾은 어린 생명에 대한 깊은 연민과 동정을 갖게 하며, 고단한 현실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소년들을 만나게 해 줄 것이다. <오숙민객원기자>
오숙민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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