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은 다시 찾아올 테고 산더미 같은 택배와의 싸움은 이어지겠지만. 무거운 택배일수록 내 책임감은 비례할 것...
횡성군은 강원도에서 택배발송 물량이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다. 그 중심에는 한우와 더덕이 가장 많고, 그 밖에 계절마다 집하되어 들어오는 농산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나물 종류를 제외한 나머지 품종들은 무게가 상당하다. 그래서 모든 택배관련 종사자들은 무거운 택배와의 싸움을 매일 반복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우체국 택배는 두 가지 접수방법이 있는데, 우체국으로 직접 방문하는 창구접수와 인터넷이나 콜센터, 해당지역 우체국에 전화로 신청하는 방문접수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은 방문택배이고 누군가 원하면 가야 하는 일이다.
매년 찾아오는 명절이 되면 한우선물세트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가장 바쁜 시기다. 명절 2주 전부터 하루에 많게는 4천 세트, 적게는 3천 세트가 우리 손을 거쳐 나간다. 상하차 분류작업은 손수 인력으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설 명절에는 신선도나 부패 걱정이 없지만 추석에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집하와 배달이 되어야 한다. 배송이 늦어져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민원이 발생하고 접수 측과 배송 측 모두의 곤욕이 되기도 한다. 횡성의 특산물인 더덕의 신선도 역시 한우와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다.
이렇게 명절택배와 전쟁을 치르고 나면 몸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힘들다. 시간이 흐르고 금세 명절이 다가오고 도망갈 곳 없이 또다시 맞는 명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한 해 한 해 흘러 7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하지만 전국최고의 횡성한우와 더덕을 접수하는 사람으로서 힘들어도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일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한편 명절이 지났어도 택배물량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횡성은 택배를 통해 감자, 고구마, 옥수수는 물론이고 포도, 블루베리, 도라지 등 다양하게 나가고 있다.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쌀은 생각보다는 택배로 덜 나간다는 것이다. 반대로 철원에서 근무하시는 분은 파스를 항상 품고 일할 정도라고 한다. 농산물들은 직거래나, 각지의 가족· 친척· 친구 분들께 선물하거나 나누어 드시려고 택배가 발송되며, 이 또한 정성껏 소중하고 안전하게 보내드리고 있다.
단골고객님들은 지난번 택배가 잘 배달되셨다면서 방문할 때마다 감자며 옥수수 먹을 것들을 챙겨주시기도 한다. 언제쯤 오냐고 전화하셔서 “30분 정도 걸립니다.” 하고 도착 하면 밥 먹었는지 묻지도 않으시고 밥을 차려놓기도 한다. 가끔은 이렇게 배부른 행복도 누린다. 대부분 흙이 묻은 상자를 운반하고 쌓기를 반복하다 보면 입은 옷들은 절반 농사꾼처럼 흙투성이가 되기도 하지만, 농가에서 얻어 마시는 시원한 물 한 잔이면 흙먼지쯤은 탓할 수 없다.
우체국 택배 요금이 최대 30KG까지이고 11,000원이면 시골 어르신들께 부담스러운 가격일 게다. 농산물 가격이 좋으면 문제없지만, 가격이 폭락하는 시기에는 정말 택배비가 사서 먹는 가격보다 더 나오는 격이다. 이럴 때는 죄송한 마음이 들 때도 많다. 힘든 농사일 하시는 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택배가 주로 농산물 위주의 생물이다 보니 발송전 주의사항들이 있다. 거래가 많은 여름과 가을철은 기온이 높기 때문에 택배 상자 속 농산물들이 상하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 최종 배달되기 때문에 작은 충격이라도 여러 번 겪고, 더운 날씨에 배달이 늦어지거나 햇볕에 노출이 오래될수록 상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규격박스를 쓰고 아이스박스와 얼음팩을 이용하면 신선함을 유지하는 데 좋다. 주소를 잘 써서 보내면 운반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편리하다. 또 김치택배 같은 경우는 포장미흡으로 김치 국물이 새어나오는 일들이 발생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물건들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택배는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한 부분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용량이 늘고 나를 찾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택배이용이 편리해질수록 그 중간에서 항상 수고하시는 집배원님과 택배기사님들이 계셔 내가 보낼 물건과 받을 물건들이 안전하게 오고 갈수 있는 것이리라. 명절은 다시 찾아올 테고 산더미 같은 택배와의 싸움은 이어지겠지만 보내시는 분의 정성과 받는 분들의 즐거움을 생각하며 힘들어도 즐겁게 택배접수는 계속될 것이다. 무거운 택배일수록 내 책임감은 비례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신한선(33세) :7년 전 원주서 횡성으로 이사와 우체국에서 택배일을 하고 있다. 횡성읍 대동아파트 옆 음식점‘보우드릴(bowdrill)’의 사장님이시기도 하다.
신한선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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