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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과의 전쟁에서 두 손 두 발 들었어요[행복한동행]우쿠자노바 디나
우쿠자노바 디나 | 승인 2012.05.23|(0호)
저는 2003년도에 한국으로 시집온 우쿠자노바 디나라고 해요. 지금은 횡성 읍하리에서 남자 아이 두 명을 키우면서 남편과 함께 잘 살고 있어요. 한국에서 9년째 살면서 힘들었던 때를 생각해보면 음식에 익숙해지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 우쿠자노바 디나(32세) : 태환(초1),태경(4살) 두 아이의 엄마이며, 횡성군종합사회복지관에서 미용강사로 활동하며 남편과 함께 유정란을 생산하는 여성농민이다. 앞으로 다문화를 많은 분들에게 알리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처음에 한국에 와서 빨간 색깔에 매운 음식을 맛보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매워서 기침과 콧물, 눈물까지 쏟아져 나왔지요. 앞으로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매운 음식들을 먹고 어떻게 살아갈지 자신이 없었어요. 어디 가든 빨갛고 매운 음식들만 있어서 밥을 먹고 싶어도 못 먹었죠.

그렇게 배고프던 어느 날, 밥에다 마요네즈를 비벼서 먹어봤어요. 얼마나 맛있는지 그날부터 매일 그렇게 먹었어요. 한국 음식을 못 먹은 이유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매운 거 아예 먹지 않아서일 거예요. 빵과 고기가 주식이라서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들이 대부분이에요. 빵도 한국 빵이 달고 맛있지만 카자흐스탄에는 그런 빵을 잘 먹지 않아요. 약간 질기면서 고소한 빵을 횡성에서 찾으러 다니다가 드디어 어느 날 바게트란 빵을 찾았어요. 맛은 카자흐스탄 빵 맛에 가까워서 반가웠지요.

지금은 못 먹을 것 같은데 그때 나에게는 빵에다가 계란 후라이, 햄, 마요네즈를 넣어 먹은 것이 주식이었죠. 그러다가 밥에 조금씩 김치 국물 넣고 비벼먹고, 라면을 조금씩 먹다보니 매운 음식에 적응이 되었어요. 안 매운 콩나물 반찬, 오뎅 반찬, 갈비탕, 멸치, 김을 먹으면서 한국 와서 1년 지난 뒤에 마요네즈를 끊었지요.



매일 집에만 있어 심심해하다가 일하고 싶어서 남편에게 부탁을 해서 김치 공장에 들어갔어요. 일도 하고 한국어도 배우고 특히 한국음식에 적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배추 절이고 김치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김치를 먹게 되었어요. 그때가 매운 음식을 먹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7개월 정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에게는 김치와 전쟁하는 긴 시간이었어요. 총각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먹는 것과 만드는 것을 배웠어요. 매워도 시원하고, 신 맛이 차츰 좋아졌어요.

결국 저는 한국 음식과의 전쟁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지요. 이제는 한국 음식 없이 못 살 정도가 되서, 친정에 가도 김치와 라면, 된장국이 그리워서 한국에 빨리 오고 싶더라고요.
고기를 많이 먹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에게 한국의 김치를 소개해주면 아주 좋을 것 같아요. 느끼한 음식을 김치와 같이 먹으면 소화도 잘 될 것 같고, 김치가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 사람들도 이따금씩 느끼하고 기름진 카자흐스탄의 고기볶음과 양 꼬치구이를 먹어보면 좋겠어요. 저처럼 처음엔 못 먹지만 시간이 지나면 맛있게 잘 먹게 마련이지요.

앞으로 한국과 카자흐스탄 음식을 서로 알려주며, 우리 아이와 한국 어린이에게 가리지 않고 잘 먹을 수 있도록 가르칠 거예요. 카자흐스탄 음식을 먹으면서 자랐지만 이제는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쿠자노바 디나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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