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전 봉사를 마치고 식당으로 모인 홍성예, 김태현, 김초원, 신유라 학생(왼쪽부터). 시장상인들이 학생들을 위해 음식을 무료제공해준다 |
매주 토요일마다 횡성전통시장 북문 앞 도로에서 진행되는 ‘내고향 주말장터’를 찾아가 보면, 장터 한복판에서 물방개를 이용한 경품행사를 진행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횡성여고와 횡성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로, 동아리 <시나브로>의 회원들이다.
<시나브로>는 시장에서의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모인 청소년동아리다. 지난해 5월 동아리를 창립한 1기 회장 홍성예(횡여고 3) 학생은 “봉사하는 마음을 조금씩 모아서 나눠주자는 뜻에서 이름을 <시나브로>라고 지었다”고 소개했다.
성예 학생이 전한 동아리 창립의 계기는 아주 우연적이다. “시장에 왔다가 어쩌다보니 가게주인의 심부름을 도와드린 일이 있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청소년수련관 선생님께서 동아리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2학년이던 성예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인 동생의 친구들을 모아서 홍보와 모집활동을 한 결과 30명에 이르는 동아리 회원을 모으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모인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토요일마다 전통시장에 가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토토장’이라는 이름의 주말장터가 시장통 안에서 열렸었고, 인형극 진행을 돕거나 물품판매대를 옮기는 일, 아이들 체험프로그램을 보조하는 일 등을 맡아했다.
| ▲ 경품이벤트를 진행 중인 시나브로 회원들. 이경화, 심정이 학생 |
올해 들어 2기 ‘시나브로’ 회원들을 모집했는데, 횡성고와 횡성여고를 합해 45명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그중에서 면접을 거쳐 25명의 1학년 학생들이 동아리 회원으로 뽑혔다. 토요일 오전 오후 각각 3명씩 한 조를 이뤄, 매주 6명의 인원만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모든 신청자를 뽑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힘들더라도 할일이 더 많아지길 원하는 학생들
현재 시나브로 회원들이 맡아 하는 일은 시장에서 1만원 이상의 물품을 구매한 손님들을 대상으로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이다. 물방개를 이용한 추첨을 진행해 경품을 지급하고, 중간중간 시장을 돌며 가게마다 경품권을 배포하는 일이 주된 활동이다. 즉, 전통시장의 물품판매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아 하는 것이다.
시장손님들 중에는 때로 당황스럽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당첨된 경품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것들로 바꿔달라고 졸라대는 손님들도 있고, 경품이벤트가 맘에 들지 않는다며 화를 내는 어른들도 있다는 것. 동아리 회원들 사이에는 “그래도 재밌다”는 의견도,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2기 회장인 신유라(횡여고 2년) 학생은 “애기들하고 요리를 만들기도 하고 인형극도 했던 지난해만큼 재밌지는 않다”면서 “봉사할 학생들을 더 늘려서 재미있는 이벤트 하나 더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초원(횡여고 2년) 학생도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와서 덜 지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 시나브로 회원들이 진행하는 물방개 경품이벤트. 아이들의 호기심이 매우 크다. |
학생들의 자발적인 봉사가 시장에는 분명 활기(活氣)를 더하는 것 같다. 횡성전통시장육성사업단의 조준희 차장은 “아이들의 봉사가 많은 도움이 되어 왔다. 모자라는 손을 채워주기도 하고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생각보다 손님 상대도 잘하고 있다”고 했다.
전통시장의 상대적 침체에 대한 나름의 걱정들도 한마디씩 한다. 이경화(횡여고 2년) 학생은 “시장에 다양성이 부족하고 어수선한 면이 있다”고 봤고, 심정이(횡여고 2년) 학생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게 별로 없으니까 잘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막상 시장에 와보니 사람들이 정감 있고 재미있다”고 했다. 김태현(횡고 1년) 학생은 “오늘 처음 시장 봉사활동에 나왔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사람들이 전통시장보다는 대형마트를 더 찾는 것 같다. 사람들이 시장을 더 알아줬으면 한다”는 바램을 전했다.
‘봉사’의 이유가 ‘스펙 쌓기’와 ‘점수’, 혹은 ‘의무’로 변질되어가는 세상이긴 하지만, <시나브로> 회원들은 “전통시장을 살리는데 힘이 된다잖아요”라면서 분명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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