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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무 적어, 최하 100개는 돼야 하는데”횡성 여성농민이 만들어 가는 세 번째 희망 세상 ‘도새울 공동체’
이용희 기자 | 승인 2012.05.23|(0호)
마을공동체의 힘으로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주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여성농민들이 키운 친환경농산물과 농산가공품, 자연이 베풀어주는 야생초들을 도시소비자와 교류하는 횡성여성농민회의 ‘언니네 텃밭’입니다. 횡성공동체, 오산공동체에 이어 1년 넘게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5월 1일 독립한 공근면 도곡리의 ‘도새울 공동체’를 찾아 여성농민들이 만들어 가는 희망세상을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한동안 가물어 심어놓았던 옥수수며 고추 등이 꽈배기 꼬이듯 몸을 비틀더니 단비가 내려 생기가 도는 듯합니다. 소비자 언니들...일주일이 무척 길게 느껴지셨져. 더운 날씨에 상하는 음식들이 있어 생 채소 위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이해하시져.“

▲ ‘도새울 공동체 ‘텃밭언니들. 포장작업을 마친 박스 앞에서 찍었다. 왼쪽부터 김남순(65세), 송순예(50세,생산자담당), 최인자(66세)김봉희(70세), 안옥순(67세, 도새울공동체 대표)


포장꾸러미 맨 위에 마지막으로 넣는 것은 편지다. 꾸러미를 받아 볼 도시소비자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은 ‘언니네 텃밭’이라는 이름 그대로 고향언니의 정겨움이 묻어난다. 가문 날씨를 견뎌내는 옥수수며 고추가 눈앞에 있는 듯 생생한데 게다가 ‘~느껴지셨져.’ ‘이해하시져.’하는 감칠맛 나는 말투까지 더해지니 생 채소 종류가 너무 많다 적다 타박할 소비자가 있을까 싶다.

언니네 텃밭 ‘도새울 공동체’가 꾸러미를 싸는 날 작업장을 찾았다. 오후2시가 겨우 넘은 것 같은데 이미 다른 물품 준비를 다 마쳐놓고 마당에 둘러앉아 돌미나리를 다듬고 있었다. 마을의 논두렁에서 베어 온 야생 돌미나리도 손질을 거의 다 끝낸 상태였다.
돌미나리 다듬기가 끝나자마자 숨 돌릴 새도 없이 꾸러미 포장이다. 도새울 공동체가 시작되고 이제 겨우 3번째 꾸러미배달이지만 언니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손발이 척척 맞는다. 그도 그럴 것이 언니네 텃밭 횡성공동체에서 1년 반 동안 꾸러미 일을 하면서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달 도새울 공동체로 정식 분가했기 때문이다.

▲ 텃밭언니들은 꾸러미에 마음을 담은 편지를 넣는다. 보내는 물품은 무엇인지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요리해 먹어야 좋을지 보관은 어찌해야 하는지 등 친정언니처럼 꼼꼼하게 적는다. 일주일에 한번 오는 꾸러미편지를 기다리는 소비자도 있을 정도. 꾸러미 편지를 확인하는 안옥순대표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오늘은 5명의 언니가 함께 작업했다. 마을에서 꾸러미를 작업하니 여러 모로 좋다고 한다. 횡성읍내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절약되고 물품준비도 여유롭다. 포장을 하다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바로 텃밭으로 달려가면 된다.

오늘 꾸러미에 보낼 물품은 모두 8가지. 우리 콩으로 만든 두부와 유정란 8알, 현미를 비롯해 상추, 취나물 등의 생 채소에 무말랭이무침과 더덕즙까지 다양하다. 산에 일을 다니며 틈틈이 뜯어 모은 취나물, 향이 좋은 밤나물,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물김치도 좋고 초고추장을 곁들여 먹어도 좋은 돗나물, 약이 된다는 야생돌미나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도시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특히 상추는 지난 가을 뿌려서 겨울을 난 상추답게 맛이 별나다. 속성으로 키워내는 여느 상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이 상추를 먹으면 잠이 온다. 상추 고유의 속성을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가 아닌 가을햇살과 바람에 말린 무말랭이 무침은 더 이상 손댈 것 없이 그릇에 덜어 먹기만 하면 된다.

도새울 공동체 언니들은 서울 강동과 송파, 경기지역 소비자들에게 전해질 이 풍성한 꾸러미를 38개 만들었다. 3개는 서비스다. 언니네 텃밭이 속한 전국여성농민회에서 전국의 각 공동체로부터 기부를 받아 여성쉼터, 조손가정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제공한다. 2개가 기본인데 도새울 공동체는 이날 한 개를 더 추가했다. 영업차원에서 서울의 한 곳에 견본을 보내는 것이다. 그동안 도시 소비자를 새로이 확보하는 일은 전국여성농민회가 맡아왔다. 생산자가 판로 걱정 없이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언니네 텃밭이 활성화되면서 각 공동체에서 직접 소비자를 확보하는 새로운 시도를 병행하고 있다.

▲ 꾸러미 작업을 하는 현장. 이날은 8가지 품목을 담았다.


“지금 너무 적어, 최하 100개는 돼야 하는데”
“아이구, 본집도 100개가 안되는데...”

안옥순대표의 말에 송순예 팀장이 얼른 받는다. 도새울 공동체 언니들의 웃음이 터진다.
본가는 일정한 경험을 쌓으면 마을공동체를 구성해 자꾸 분가해주기 때문에 100집을 넘기 힘들다. 하지만 분가해 새살림을 시작하면서 이만한 살림욕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 터무니없는 목표가 아님을 언니들의 여유 있는 환한 웃음으로 알 수 있다.

꾸러미작업을 마친 언니들은 각자 자신들의 밭을 일구러 간다. 텃밭언니들의 건강한 웃음과 손길아래 제초제를 쓰지 않은 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먹을거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작물은 주인의 발소리에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이용희 기자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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