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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라져 가는 것들.]① 양조장
이용희 기자 | 승인 2015.07.08|(0호)

 힘들었던 시절 함께 있었던 것, 늘 내 곁에 있는 것들,  낡은 것...그것이 소소한 물건이건 마을 한자락을 차지하고 있던 건물이건 사라져야 했던 때가 있었다. 사라지는 것이 당연했고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땀 흘리며 앞을 보고 달려야 했던 때가 있었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은 개발시대를 거치며 ‘발전’과 ‘개발’을 구분하게 되면서 깨닫게 된 아픈 경험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 길이 만들어지고 새 집이 들어서고 새로운 외양으로 변해 가는 횡성. 그 역동성을 유지하면서도 횡성이 지켜야 할 것들, 횡성이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은 오늘을 사는 횡성인들의 몫이다.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되짚어 보는 것은 그 출발이다. <편집자 주>
▲ 양조장(왼쪽)이 있는 골목. 골목 끝에 양조장 정문이 있다.

 해방 이후 반세기를 넘기며 횡성사람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양조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횡성읍 읍상리 288-1 횡성양조장. 2005년 막걸리 생산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던 이곳은 얼마 전 소유주가 바뀐 데 이어 곧 철거되고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차장이 부족해 불편하다는 횡성시장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횡성군은 양조장 부지에 45면의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양조장 새 소유주와의 부지매입협의를 마치고 양조장과 맞닿은 건물을 매입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주차장이 조성되면 농협군지부 앞 길거리 주차장은 폐쇄하고 인도를 확장하는 등 보행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 그 어느 곳보다 보행자가 많은 곳이지만 울퉁불퉁하게 깔려 있는 보도블럭, 가뜩이나 좁고 불편한 인도 곳곳을 가로막은 각종 표지판들로  보행환경은 최악인 곳이 군농협 앞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농협 앞길의 보행환경과 교통흐름을 개선하고 횡성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차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이와 맞물려 조성될 주차장이 꼭 양조장자리여야 하는지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주차장이 들어설 양조장은 생산을 중단하고 퇴색되어 가는 중이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횡성읍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중심으로 역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횡성양조장은 횡성시장에 인접해 있는데다 흙벽돌로 지어진 벽체와 목조 지붕골조, 단열방식 등 5~60년대 건축당시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일부 건물을 제외하면 관리상태도 나쁘지 않다.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근대문화유산은 아니지만 횡성 주민들의 삶을 드러내는 횡성만의 문화지표인 것이다. 

 양조장으로 사용되던 건물들은 짚을 섞어 빚은 흙벽돌로 만들어졌다. 몇 달간 가뭄이 이어지는데도 양조장 건물에 들어가면 아무런 냉방장치가 없는 데도 시원한 이유다. 60년대 초에 만들어진 건물들은 외벽에 시멘트를 덧발랐다. 시멘트가 귀하던 때는 제법 위용을 뽐내는 건물이었을테지만 시간이 흐르며 낡고 허름한, 시대에 뒤떨어진 건물이 됐다. 

 말통에 가득 막걸리를 담은 자전거, 누런 양은주전자를 들고 막걸리를 받으러 온 이들이 양조장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 일이 사라지면서 양조장 골목은 더없이 적막한 골목이 됐다. 횡성시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길거리 박물관’이라며 기념사진을 찍는 경우가 아니면 횡성주민들이 찾을 일이 없는 골목. 그 골목에 반세기를 넘기며 횡성사람들의 눈물과 웃음, 농사의 고단함을 씻어주던 양조장이 있다. 다음호에 계속<이용희기자>

 
 


이용희 기자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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