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한선씨가 1년여에 걸쳐 직접 꾸민 가게 내부. 고물상과 주택가에 버려진 것들에서 찾아낸 각종 보물(.)들이 신선한씨가 직접 그린 그림과 어우러져 있다. |
횡성읍 대동아파트 앞, 간판도 없는 한 음식점이 조용한 입소문을 타고 단골들을 늘려나가고 있다. 가게의 이름은 <보우드릴(bowdrill)>. 보우드릴의 신한선 사장에 따르면, 보우드릴이란 옛날 옛적 원시인들이 ‘불을 피우기 위해 맞대어 비비던 나무막대기’를 가리키는 단어라고 한다. 신한선 사장은 “불을 피우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고, 그러면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어서” 가게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보우드릴>은 음식점 내부의 실내장식(인테리어)이 이채로울 뿐 아니라, ‘느긋한’ 장사 방식도 여느 음식점과 달라 시선을 끈다. 우선, 음식점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사로잡는 각종 장식물들은 대부분 신한선 씨가 직접 수집하거나 고물상에서 싼값에 구해온 ‘옛날 물건’들, 혹은 ‘버려진 폐기물’들을 주워서 재활용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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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우드릴의 주인 신한선씨 |
30대 초반인 신한선 사장은 어릴 때부터 오래된 물건을 모아두는 게 취미였다고 한다. 할아버지 때부터 있었던 물건을 비롯해, 옛날 라디오와 텔레비젼, 미군들이 쓰던 음식깡통이나 램프 등이 벽면 곳곳을 채우고 있다. 신한선 사장은 “두 달에 한번 정도 고물상을 찾아가고, 한번 가면 서너 시간씩 돌아보면서 소품이 될 만한 걸 찾아서 사온다”고 했다. 때론 산을 돌아다니면서 병이나 캔 등을 주워오고, 아파트단지에서 사람들이 버린 폐기물들을 ‘운 좋게’ 줍기도 한다. 가게 한복판의 옛날 텔레비젼 상자는 공근면 오산리의 농가 ‘광’에 쳐박혀 있던 것을 가져온 것이다.
| ▲ 보우드릴에는 요즘 낮 손님들이 많다. 저렴하면서도 실속있는 점심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
신한선 사장의 주업은 택배 일이고, 보우드릴은 아직 ‘부업’쯤 된다. 현재 <보우드릴> 자리를 임대한 것은 2년이 넘었는데, 가게의 문을 연 것은 1년 정도 됐다. 그 1년 동안 신 사장은 가게 내부의 인테리어를 혼자서 직접 해왔다고 한다. 낮 동안은 택배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하다말다’ 해가며 내부를 꾸며왔다는 것이다. 내부 곳곳에 보이는 그림들은 신한선 사장이 직접 그린 것들이다.
<보우드릴>의 또 다른 특징은 ‘느긋’해 보인다는 점이다. 저녁시간에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대체로 배불리 ‘1차’를 먹고 나서 가볍게 ‘2차’를 하러 오는 경우들이 많은데, 보우드릴에는 ‘안주용 메뉴판’이 따로 없다. 그날그날 준비된 재료와 사정에 맞게 가벼운 안주를 술과 함께 내놓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 ▲ 간판이 없어 지나치기 쉽지만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
그런데 신 사장은 ‘저녁장사’에 그다지 열을 내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이문만 생각하면 스스로 쫓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재료값이 얼마 들었는지 계산하기보다 그냥 손님한테 서비스한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저 혼자 밖에 나가서 술 사먹으면 일주일에 10만원도 쓸 수 있는 건데, 그거 대신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보우드릴은 요즘 저녁장사보다도 낮장사가 더 바쁜데, 지난해 11월부터 신한선 사장의 어머니가 점심메뉴를 만들어 식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사장은 당장의 수입원으로 택배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천천히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5년 정도의 기간을 보고 있다. 좀 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제공하는 편안한 음식점, 유명한 음식점을 만들고, 스스로는 멋있는 식당의 운영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 본인이 직접 내부를 꾸미고 메뉴도 개발하는 식당 주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지금도 신한선 사장은 부지런히 가게를 계속 꾸며나간다. 기자가 찾아갔던 일주일 사이 보우드릴에는 테이블이 하나 더 늘었다. 버려진 나무 파레트를 주워서 다듬고 페인트를 칠해 만든 것이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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