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치러진 제50회강원도민체육대회를 앞두고 횡성군체육회는 횡성 관내의 각 기업체에 공문을 보내 선수단에 대한 ‘격려와 성원’을 부탁했다. 횡성군으로부터 ‘격려와 성원’을 요청받은 기업들 중에는 ‘금품’으로 ‘격려와 성원’을 표시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횡성군을 대표해 출전하는 선수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물심양면의 ‘격려와 성원’을 보내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의 미덕이고 체육진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기업들이 도민체전 선수단에 기부금품을 전달한 것은 누가 뭐라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기부금품을 내게 된 과정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횡성군수가 회장인 횡성군체육회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발송해 격려와 성원을 ‘부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횡성군 각 실과소 공무원들까지 나서 기업에 ‘격려와 성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공무원들의 ‘협조요청’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공문을 받은 170개 기업들 중에는 횡성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즉, ‘을(乙)’의 관계에 놓인 기업이 적지 않다. 공문을 보내는 쪽이야 ‘부탁’이라고 하지만 요청받는 쪽의 입장에서는 ‘강요’일 수 있는 것이다. 강제성이 없는 단순한 ‘요청’이라고 하지만 군과 이해관계가 밀접한 업체들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세금, 횡성군의 ‘갑질’로 여겨질 수 있다. 기부 및 후원에 관한 법률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등록되지 않은 기부, 후원물품은 받을 수 없다”고 못박아 놓은 이유다.
그럼에도 공무원을 통한 ‘협조요청’은 관행이라거나 혹은 현실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체육회 임원들이 기업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요청해야 별 효과가 없을뿐더러 각자 다른 생업에 종사하는 체육회 임원들에겐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기업들이 말 그대로 ‘알아서’ 기부금품을 내주면 좋겠지만 경제도 어려우니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대형행사를 치를 때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 업체들에게 각종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모양새가 되곤 한다. 결국 공무원이 나서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기업들과의 관계에서 군(공무원)이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인 것이다.
자발적인 것이건 암묵적 강요때문이건 올해 도민체전에서 기부금품이 ‘격려와 성원’의 표시로 횡성군체육회와 선수단에 전달됐다. 그런데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대회성과보고회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횡성군이나 횡성군체육회나 기업에 공문을 보내고 공무원까지 동원한 당초 취지와 달리 불만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해 보인다.
횡성군은 체육관련 조례도 여럿 있다. 기부금을 심사하기 위한 기부금심사위원회도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체육정책은 과거의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체계적인 선수육성과 종목 간 불균형을 해결하고 스포츠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사회 통합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격려와 성원’을 이끌어내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기부와 후원의 문화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가늠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투명하고 건전한 기부와 후원문화 정착을 위해 체육분야가 선도적인 실천을 보이길 기대한다.
횡성희망신문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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