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미경 (횡성교육도서관 자원봉사활동 동아리 < 그림책 나들이> 회원 )
내가 처음 도서관을 찾은 것은 아들 동은이 때문이었다. 동은이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병치레를 많이 하더니 세살인데도, 말을 잘 못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발달이 조금 늦는 아이인가 보다 생각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도 별로 좋아지질 않았다. 그래서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보았더니 언어발달조음장애 진단이 나왔다.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지금도 미안하고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책을 많이 읽어주면 좋다고 해서 매일 읽어주다 보니 집에 있는 책들은 너덜너덜해졌는데, 새로 사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다. 그래서 횡성 교육도서관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사서선생님께서 동화 구연 자격증 프로그램이 있으니 배워 보라고 하셨다. ‘동화구연을 배워서 재미있게 읽어주면 아들이 더 좋아하고, 그러면 자꾸 읽어 달라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발음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덜컥 수강신청을 해버렸다.
그 뒤로 지금은 그림책 봉사활동을 2년째 즐겁게 하고 있다. 처음에는 꼬마숲 어린이집 3,4세 어린이들이었다. 첫 수업을 하던 날, 유아들 앞인데도 왜 그리도 떨리고 어색하던지 보육교사 선생님들이 지켜봐서 더 떨렸던 것 같다. 호랑이 전래동화와 호랑이와 사자의 생태 과학책이 첫 수업 책이었다. 반짝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림책 속으로 빠져드는 아이들 모습을 보자 용기를 얻어 더욱 열심히 수업을 했다.
세 번째 갔을 때, 그 여리고 귀여운 아기들이 뛰어 나와서 안기고 뽀뽀하며 좋아할 때 너무나 사랑스럽고 기분이 좋았다. 지금 2년째 어린이집 봉사를 하고 있지만, 계속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또 계속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 나를 반겨주며 “동화 선생님” 하고 불러주고, 그 작고 귀여운 얼굴로 활짝 웃어 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맡은 곳은 6,7세 아이들인 공근 병설유치원이었다. 유아들과 달리 서로 대화와 소통이 되니 정말 정이 많이 들었다. 물론 그때도 첫 수업 때는 많이 떨렸다. 그림책을 읽어주면 그대로 책 속으로 빠져드는 이 시기 아이들은 전래동화와 그림에서 뭔가를 찾을 수 있는 볼거리가 있는 책들을 좋아했다. 숨은 그림이 들어 있는 책도 좋아하고 ‘눈물바다’ 같이 내가 알고 있는 그림을 찾을 수 있는 책, ‘샤를의 기적’처럼 색깔이 화려한 책들도 좋아했다.
볼이 탐스럽게 통통한 유경이가 토라질 때면 얼마나 귀엽던지... 승부에 목숨 거는 민형이, 뽀뽀쟁이 재홍이, 미래의 미스코리아 미소, 모범생 혜련이, 천사같이 착한 윤미, 천상여자 서진이, 생각쟁이 슬기, 반짝반짝 빛나는 수정이. 유치원 문 앞을 들어설 때면 맨발로 뛰어나와 가방 받아들면서 안아 달라, 뽀뽀해 달라 반갑게 맞아준 공근 병설유치원 친구들... ‘누가 나를 이렇게 반겨 주었던가.’ 학교 선생님들도 이런 마음이 아닐까. 스승과 제자 사이의 뜨끈한 정 같은 것을 새삼 생각해 보게 됐다.
예전에는 내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몰라 그냥 책만 읽어 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독후 활동놀이로 신나게 놀아 주다 보니 큰 아이하고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 큰 아이는 “엄마는 항상 동생만 좋아하고 동생만 사랑해! 나는 미워하면서” 이렇게 말하며 항상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같이 활동놀이를 하면 큰 아이 마음이 풀어져서 대화도 많이 나누고, 잘 안 듣던 말도 잘 듣는다.
아들 동은이도 매일 밤 그림책을 읽어주니 발음도 좋아지고, 언어구사력과 표현과 어휘력이 몰라보게 좋아져서 깜짝 깜짝 놀란다. 이제는 병원에 다니지 않고, 언어치료실만 다니고 있다. 언어 치료실에 가면 내 아들 같은 아이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어머니들께 꼭 한번 씩 얘기해 준다.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면 언어발달에 정말 좋아요.” 하고 말이다.
행복은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도 행복이다. 오늘도 나는 돌봄 교실로 수업을 간다. 이젠 그리 떨리지 않는다. 한 명 한명 아이들 이름을 익히고 성향도 알아가기 시작한다. 오늘도 아이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된다.
전미경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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