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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이야기 (35) 내지리 김명환 씨의 ‘구억배추’와 ‘게걸무’채종의 ‘달인’ 덕에 횡성에 뿌리를 내리다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5.08.29 20:53|(87호)
구억배추꽃

작년 이맘때쯤 토종씨드림에서 구억배추와 게걸무씨를 분양받아 횡성토종씨앗채종포에도 심고 여성농민회회원들과 나눠 심었다. 회원들에게 “씨앗을 받아주세요”라고 했지만 배추랑 무씨는 처음이라 어떻게 채종을 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결국 채종포에 심은 구억배추는 결구가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로 겨울을 맞아 그냥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채종을 못하고 걱정만 잔뜩 했다. 그러다가 횡성군 여성농민회 토종지킴이 한 분께 누군가 그 씨앗을 채종해주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천만다행이다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찾아뵈었다.

내지리에 살고 계신 김명환님. 수백이 고향이신데 바로 개울건너 내지리로 1980년에 시집을 왔고, 82년부터 쭉 농사를 짓고 계신다. 그동안 안 지어본 것이 없을 정도. 이것저것 많은 농사를 짓다가, 채종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2007년이다. 2007년은 배추 씨앗을 받기로 하고 농사를 시작했는데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바람에 “고생을 말도 못하게 해” 더 기억에 남는 해라 하신다. 아픈 남편과 함께 배추씨를 터는데, 들깨씨를 털 때처럼 약간 눅눅한 상태에서 털어야 되는 줄 알고 눅눅해진 배추줄기를 도리깨로 떠느라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그동안 배추, 무, 수박, 호박, 오이 등 다양한 채소를 채종해서 돈을 벌었다. 대부분은 ㅎ 종묘에 씨앗을 팔고, 간혹 ㅅ 기업과 농협종묘 등에 납품하기도 했다. 다른 농사보다 힘은 더 들지만 수확만 하면 모두 수매를 해주고, 판매처가 안정적이니까 채종 농사를 계속하게 된다고 하셨다. 많은 농민들이 씨앗채종을 하려고 줄을 선다는 말씀과 함께.

작년에 너무 늦게 씨앗을 드렸는데 어떻게 채종을 하셨을까. 게다가 똑부러지게 농사 잘 짓는다고 소문이 나 있는 터이고, 농사일은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늘상 강조하셨다는데 말이다. 늦게 받은 씨앗으로 어떻게 씨앗을 받는 것이 가능하셨는지 여쭈었다. “씨앗을 받아달라고 하니 받았지.” 우문에 현답! 심상하게 하는 대답에서 강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덧붙여 주옥같은 말씀이 이어진다. 채종은 정성어린 마음이 기본에 깔려야한다고. 보통 채종은 벌이나 파리 등이 수정을 시켜주기 때문에 곤충을 잘 살리는 일이 기본이며, 채종하는 밭 주변에 어떤 농약도 치지 않고 관리를 해야 하기에 농사짓는 일의 어려움이 큰데 채종 농부로서의 책임감과 농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담뿍 묻어났다.

보통 배추 채종은 김장거리로 심어놨던 배추를 뽑아 따뜻한 헛간에 보관을 했다가 봄이 되면 뿌리부분을 땅에 묻어 꽃을 피워 씨앗을 채종한다. 그런데 올봄에 수확한 구억배추씨는 다른 방법으로 채종을 했단다. 배추씨나 무씨의 경우 채종을 하려면 무조건 냉해를 입혀야 된다고 하셨다. 채종을 오래하며 터득한 지혜로 김명환님은 12월에 모를 붓고 모종을 하우스 안에서 키웠다. 매일매일 부직포를 덮었다 열었다 하며 물도 열심히 주면서 정성들여 관리를 해준 끝에, 3월에 밭에 정식을 하고 5월쯤 씨앗을 수확했다. 구억배추꽃은 유채처럼 노란색인데, 그 빛이 얼마나 예쁘고 고운지 모른다. 새들도 그 아름다움에 반해 일찍부터 드나들었던 걸까. 씨앗이 영그는 시기에 새들이 얼마나 모여들어 먹었는지 수확량이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새가 씨를 먹느냐고 여쭈어보니, 새가 벌레도 잡아먹고 씨앗도 파먹는 통에 채종을 하려면 새를 쫒는 일도 큰일이라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건 하우스 가장자리에 남겨두었던 게 효자노릇을 해 한 됫박 이상 씨앗을 건지셨다.

좋은 씨앗을 받으려면 무, 갓 등 비슷한 종류의 작물과는 멀리 떨어져 심어야 한다는 깨알정보도 놓치지 않고 알려주신다. 서로 닮기 때문에 그러는데, 갓 가까이에 배추를 심으면 갓 맛이 나는 배추가 나오기도 한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늦게 씨앗을 얻어 심었지만 채종하는 방법을 알고 계셨던 김명환님 덕분에 구억배추와 게걸무는 횡성땅에 널리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할머니들과 함께 좀 더 젊은 분들이 뒤를 이어 씨앗을 대물림 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보니 힘이 저절로 생긴다.

특히 김명환님이 채종을 해주신 구억배추 씨앗은 2008년 제주도 토종실태조사 때 수집한 씨앗이었다. 수집단원으로 참가해 수집했던 씨앗이 돌고 돌아 다시 내가 살고 있는 횡성에 심어지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감개무량한 일이다.

김장거리 심느라 바쁜 요즘, 한켠에는 아삭하고 달큰한 구억배추를, 그리고 한켠에는 물김치 담그면 최고인 게걸무를 한번 심어 보시면 어떨지? 이 땅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은 그 맛의 원형을 올 김장김치를 통해 재현해 보는 것은 꽤나 흥미진진한 일이 되지 않을까.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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