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하기 싫을 때도 있죠. 감기로 몸이 너무 아플 때나 축구를 너무 많이 해서 몸이 피곤할 때 뭐 그런 날...“
씨익 웃는 얼굴이 벌겋다. 비는 오지 않고 후덥지근한 날씨인데 몇 달 후 학교에서 있을 발표회 연습이 끝나자마자 달려온 탓이다.
원석이(최원석, 성북초6)는 아침에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축구부터 한다. 학교 축구부 수비수다. 매일 아침 수업이 시작되기 까지 축구공을 뻥뻥 차며 운동장을 이리저리 달리면 정말 신나고 재미있단다. 영락없는 초등학교 남자아이다. 그렇지만 축구는 어디까지나 취미일 뿐이라 한다(취미라는 말을 할 때 유달리 힘을 주었다).
플루트연주가가 꿈이라고 했다. 매일 학교수업이 끝나면 ‘횡성 행복한 홈스쿨’에서 플루트를 연습한다. 일주일에 한번은 전문 강사로부터 개인지도도 받는다.
전문 플루트연주가가 되고 싶은 원석이의 꿈은 처음 플루트를 배운 지난해 시작되었다. 플루트, 바이올린 등 클래식 악기를 배우는 ‘횡성 행복한 홈스쿨’의 문화정서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플루트를 배운지 불과 1년밖에 안되었지만 올해 4월 <무지개상자 클래식 악기 우수학생>으로 뽑혔다.
연주영상이 포함된 서류심사를 거쳐 서울에서 진행된 오디션을 당당히 통과했다. 원석이를 포함해 전국에서 3명이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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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석이는 원주시향 상임단원 김영애 선생님으로부터 집중 지도를 받으며 실력이 크게 늘었다. |
<무지개상자 클래식 악기 우수학생>은 GS홈쇼핑과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위원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음악적 재능이 있고 배우고 싶은 의지는 있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아동들을 돕는 지원사업이다.
우수학생으로 선발되어 매주 원주시향 상임단원인 김영애 선생님으로부터 집중적인 개인지도를 받으면서 원석이의 실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개인지도를 받으면서 제 스스로도 실력이 느는 게 느껴져요.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선생님으로부터 지도받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아쉬워요.”
무대에서 발표회를 하면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몇 달 간 연습한 발표회가 끝나면, 뭐랄까... 홀가분하다고 할까.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이 다 닳아 없어진 느낌.”라는 답을 했다.
떨리고 긴장되지만 기분이 좋다거나 자랑스럽다고 할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났다.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끌어 올린 연습이라는 범상치 않은 이야기였다. 원석이의 꿈이 꼭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런 자세 때문이 아닐까.
횡성과 같이 경제적 문화적으로 열악한 지역에서 클래식 악기를 배우고 연주가를 꿈꾸는 것은 쉽지 않다.
전국대회에서 수상권에 들어야만 비로소 눈을 돌리는 어른들의 기준이 바뀌지 않는다면 플루트연주가가 되고 싶은 원석이의 꿈은 한낮 몽상으로 끝날 지도 모른다.
지역의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희망의 씨앗을 심고 가꾸는 일이 어른들의 몫이라는 주장이 헛구호가 아님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인터뷰가 끝나자 원석이는 얼른 플루트가방을 집어 들고 뛰어나갔다. 음악연습에 늦었다며.
이용희 기자
이용희 기자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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