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우리 동화작가, 동화작품
기획 연재/ 우리 동화작가, 동화작품(5)현덕의 유년 동화 (1)어린이의 ‘생활’ 속에 어린이의 ‘본성’을 그리다
오숙민 기자 | 승인 2015.09.22|(85호)

어린이를 위한 동화에는 동화가 지어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아이들이 바라는 세상,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전하고자 했던 꿈과 생각이 담겨있다. 우리의 삶과 꿈을 담아온 우리나라 동화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현덕 (1909~?) : 1930년대 말 뛰어난 동화와 소년소설을 남긴 아동문학가로 서울수복 때 월북했다. 북한에서의 활동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며, 1960년대 북한의 작품집에 실렸던 현덕의 모습으로 국내 현덕전집에 실린 그림이다

현덕(1909-?)은 서울 생으로 그 자신의 기록인 <자서소전>에 따르면 “아버지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사업을 꿈꾸며 경향으로 돌고 가사를 돌보지 않았다. 나는 조부의 집으로 당숙의 집으로 돌며 몸을 붙였다.”고 할 정도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숙의 집인 인천 근처 대부도에서 보낸 삼사년간의 소년시절이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한다.

이런 환경으로 그의 학력은 제일고보 중퇴에 머물렀으며, 이후 사람을 싫어하는 염인증(厭人症)과 하루 종일 도서관에 들어박히는 칩거벽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다가 뜻한 바 있어 수원 근방에서 노동일을 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최하층 노동자 생활을 하다가, 도저히 노동을 견딜 수 없는 몸임을 깨닫고, 조선으로 돌아와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193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고무신>이 실리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남생이><경칩><군맹> 등의 수준 높은 소설과 <고구마><모자><나비를 잡는 아버지><광명을 찾아서> 등의 소년소설을 남겼다. 40여 편의 동화와 여러 편의 소년소설들은 대부분 1938년부터 1940년 사이에 쓰여졌다.

1939년 3월 5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현덕의 동화<강아지>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오늘에는 현덕이 아동문학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는 서울수복 시기에 월북한 작가라는 이유로 오랜 세월 잊혀질 수밖에 없었다. 조선 문단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단한 작가였으나 카프계열 작가 이후의 ‘신세대 작가’로서 30년대 말의 짧은 활동을 하다가 40년대에는 절필, 이후 북한에서는 숙청대상이 되었던 점들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더욱이 아동문학 작가이다 보니 연구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1988년 월북 작가에 대한 해금 이후, 현덕의 작품을 발굴하고 주목한 연구자들에 의해 이제 현덕의 작품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해방 전후로 지금까지 최고의 리얼리즘 유년동화로 평가받고 있는 그의 40여 편 작품들이 <너하고 안 놀아>라는 동화집으로 1995년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노마, 영이, 기동이, 똘똘이는 이 연작 동화의 주인공으로 도시의 가난한 산동네 아이들인데 기동이만 빼고 모두 가난하다. 노마는 아버지가 없으며, 영이는 행상을 나간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며, 똘똘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어린 아이다. 이 동화들에는 조금씩 다른 네 아이의 성격과 개성, 환경이 잘 나타나있으며 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감정들이 아주 섬세하고 생생하다. 그럼에도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부쩍부쩍 자라고 있다.

기동이가 욕심이 좀 있어서 아이들 세계에서 감정의 파장을 일으키지만, 아이들은 기동에게 잘 보여 과자를 얻어먹기도 하고, 때론 그 벌로 놀이에 기동이를 끼워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 중에 노마는 생각이 깊어 장난감이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 놀고, 기동이에게 없는 용기를 크게 내서 대장이 되기도 한다. 영이는 똘똘이가 유리구슬 하나를 줘야 소꿉질에 끼어주기도 하고, 어른처럼 치마를 올려 뒤로 동이고 바구니를 갖고 나물 캐러 가기도 한다. 똘똘이는 동전 한 닢을 얻어 뽐내는 걸음으로 가게에 장난감을 사러 가고, 동무들 앞에서 전봇대에 올라갈 수 있다고 큰 소리쳐서 난처한 순간을 맞을 때도 있다.

눈이 오는 날, 아이들은 옛이야기 속의 토끼 삼형제가 되어 눈 속을 뛰어놀고, 기동이를 늑대로 만들어 놀이에 끼어들게 해준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것은 유리구슬이 최고이고, 기동이의 물딱총이나 세발자전거는 만져보기도 힘든 것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가난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며 건강하게 살아간다.

왼쪽<너하고 안 놀아 >원종찬 엮음 / 창비 / 1995년에 세상에 나온 현덕 동화집으로 해방이후 지금까지 최고의 리얼리즘 유년동화로 평가받는 그의 동화 40여 편이 실려 있다.
가운데<뽐내는 걸음으로>현덕 글/ 이형진 그림/ 한길사 /2004년 / 똘똘이를 주인공으로 한 현덕 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오른쪽<조그만 발명가 > 현덕 글/ 조미애 그림/사계절 /2007년/ 노마가 주인공인 현덕 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현실을 이겨내는 건강한 아이들 세계는 어른의 부조리한 세계를 바로 보면서도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끊임없이 남루한 현실에 맞서는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주인공인 아이들은 함께 어울려 놀며, 동무의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해주기도 한다. 장난감이나 물딱총, 강아지, 고무신 등이 없는 현실에서는 제 스스로 상자갑으로 기차와 강아지를 만들고, 영이 고무신을 신으며 버티기도 하고, 기동이가 놀다버린 강아지와 즐겁게 지내기도 한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맞설 수 있는 부분에서는 맞서고 있다.

싸전놀이, 전차놀이, 맨몸으로 할 수 있는 무한한 놀이세계의 즐거움과 의미를 이렇게 붙잡은 동화가 있기에 우리는 오래 전 잊어버린 유년의 놀이세계와 잃어버린 동심의 힘 있는 원형을 언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어린이의 ‘본성’은 행상나간 엄마가 오기를, 멀리 떠났다는 아빠가 돌아오기를, 잃어버린 구슬을 되찾기를, 동무가 과자 하나 나눠주기를 고대하는 이 모든 고단한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밝고 건강한 마음으로 현실을 이겨내고 진실을 바로 보게 한다. <오숙민객원기자>

오숙민 기자  iyarggy@hanmail.net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숙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6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