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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화작가, 동화작품](6)현덕의 소년소설 (2)청소년의 심리와 성장 과정을 탁월하게 그리다
오숙민 기자 | 승인 2015.10.13|(90호)
<광명을 찾아서> 초판본 (1949년) 표지

현덕의 유일한 장편소년소설인 <광명을 찾아서>는 소문으로만 전해지다가, 고서 수집가인 박현철씨가 일본에서 고서적 경매를 통해 어렵게 입수했고, 현덕 연구자 원종찬 교수에 의해 2013년 복간돼 극적으로 나타난 책이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와 함께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이 읽기에 좋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에는 ‘기수’를 중심으로 문기, 인환, 성만, 수만, 동훈, 갑동, 일성이라는 소년들이 제각기 겪는 이야기들이 독립적으로 펼쳐진다. 중학생 정도의 고만고만한 청소년의 일상으로 그 시기 청소년들의 심리와 우정, 진로에 대한 고민, 양심의 갈등들을 그렸다.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못한 친구를 돕고자 하는 아름다운 우정, 자신의 욕구보다 양심을 선택하는 착한 마음, 친구들 간에 쉽게 생기는 오해와 오해를 풀 줄 아는 용기는 무척 감동적이다.

이야기 중 하나인 <고구마>에는 다달이 내는 수업료를 낼 수 없기에, 남들보다 일찍 등교해서 교장선생님 댁의 허드렛일을 해주며 월사금을 벌고 있는 ‘수만’이 나온다. 학교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가 한 모퉁이 캐어진 것을 본 친구들은 가난한 처지의 수만을 도둑으로 점찍어버리고 만다. 친구들은 집요하게 수만을 의심하며 양복주머니에 불룩하게 들어있는 것이 뭐냐며 그를 괴롭힌다. 급기야 수만이 책보 속에서 한 덩이 무언가를 꺼내들고 일어나자 아이들은 우르르 그를 쫓아 몰려나간다.

“호주머니에 감춘 거 냉큼 못 내놓겠니?” / “......” / “아, 못 내놓겠어? ”수만이는 여전히 입을 봉하고 섰더니, 갑자기 한마디로 딱 끊어서 / “못 내놓겠다.” /그리고 할대로 해라 하는 태도로 양복 주머니를 두 손으로 움켜쥔다. 인환이는 좌우로 눈을 찡긋찡긋 군호를 하더니 불시에 수만이에게로 달려들어 등 뒤로 허리를 껴안는다. 그리고 우우 대들어 팔을 붙잡고, 다리를 붙잡고, 그래도 몸을 빼치려 가만있지 않는 수만이 호주머니에 기수는 손을 넣었다. ....(중략) 그러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딱딱하게 마른 눌은밥, 눌은 밥 한 덩이였다. 묻지 않아도 수만이 어머니가 남의 집 부엌일을 해주고 얻어 온 것이리라. 수만이는 무한 남부끄러움에 취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섰다. 그러나 그 수만이보다 갑절 부끄럽기는 인환이였다. 아이들이었다. 기수 자신이었다.

현덕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의 심리와 행동을 놓치지 않았다. 성장하는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흔히 있는 친구들 간의 오해와 갈등을 잘 그렸으며, 또한 잘못을 얼른 인정하고 밝게 성장하는 모습들을 끝까지 표현하고 있다.

<광명을 찾아서>
현덕 소년소설
/ 김정은 그림 / 창비 (2013년)

<광명을 찾아서>는 창수, 수만 등의 생생한 인물 설정, 그들의 행동과 심리의 정확한 묘사, 선보다 악의 편에서 흘러가는 냉혹한 현실, 악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창수의 갈등과 성장 과정들이 긴장감을 주며 끝까지 책을 붙잡게 만든다. 아름답고 쉬운 우리말과 친근한 입말체의 문장 역시 이 책의 진가를 높이고 있다. 1949년 작품으로 분단 전 아동문학사를 가름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그처럼 뼈아프게 필요한 인형이지만 그 집에서는 그저 책꽂이 위에 놓아두는 장식물밖에 안 되겠지. 그리고 또 그 자리에 인형이 서 있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집 사람들은 아주 무심하겠지... 열네살 먹은 어린애가 인형을 갖고 싶어서 가져갔기로 그다지 크게 허물 될 것은 없지 않느냐 말이다. 사실 그 집에서는 그저 아이들 장난쯤으로 여기고 말겠지...

창수가 자신의 후원금을 빼앗았던 수만의 꼬임에 빠져 소매치기가 된 뒤, 인형을 훔치면서 자기 합리화하는 장면이다. 부모 없이 삼촌 댁에서 잘 지내고 있었지만, 숙모가 가난한 살림 속에서 어렵게 마련해준 학교 후원금을 잃어버린 그는 학교에도, 집에도 돌아갈 수 없는, 거리를 헤매는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처지가 되고 만다. 그는 수만과 자신의 행동을 순간마다 들여다보며 양심의 가책을 받고, 급성폐렴으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소매치기 당한 할아버지, 인형을 잃은 소녀를 보면서 양심과 광명을 잃어버린 자신을 깨닫게 되지만 한 소년의 의지만으로 현실이 바뀌지는 쉽지 않다. 이때 참된 어른은 소년을 도울 수 있는 존재다.

“ 나는 국가나 그런 큰 기관을 대신하여 너희들에게 그 땅을 주마. 그 기계를 주마. 그리고 그런 기관을 대신하여 너희들과 상의를 하마. 너희들을 지도해주마...(중략) 얼마나 찬란한 햇빛이냐. 나는 저 아침 해를 볼 때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즉 생의 기쁨을 말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곧 기쁨이요 광명인 것이다. 그리고 저 아침 해의 의지가 곧 그런 것이다. 너도 이제부터는 매일 저 아침 해를 보고 기뻐하는 사람이 되어라.”

작품 속에서 소녀의 아버지로 등장한 어른은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고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1949년 새 사회 건설을 꿈꾸던 해방정국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며, 청소년의 미래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작가의 관점이기도 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양심을 지키며 아침 해를 보고 기뻐하는 사람이 되라는 작가의 목소리, 창수의 갈등과 고난의 성장과정들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과 반성을 던진다. ‘내 아이도 성장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지’ ‘어른인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지’를.

오숙민 기자  iyargg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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