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
[가업(家業)을 잇는 사람들] (1) 횡성전통시장의 신광지물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이어가는 벽지장판 가게
이창조 기자 | 승인 2015.10.29|(91호)

1952년 개업. 할아버지인 고(故) 민인호 씨가 6·25(한국전쟁) 때 고무신과 종이장판 장사를 시작한 것이 신광지물의 출발이라고 했다. 횡성전통시장 내에 위치한 신광지물은 3대(代)째 ‘벽지와 장판’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민준식 사장과 어머니 이영자 여사(아버지 민영석 씨의 영정과 함께)
횡성전통시장 안의 신광지물
지물포와 역사를 함께 해온 돈통, 가위, 주판

손자이자 지금의 사장인 민준식 씨는 2001년부터 세 번째 사장으로 15년째 신광지물을 운영하고 있다. 민 사장의 부친인 고(故) 민영석 씨는 197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해 왔고, 1980년대 횡성전통시장이 새로 지어질 때부터 시장에 참여해 시장조합장도 역임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하던 민준식 씨는 2000년부터 아버지의 일에 함께 했는데, 1년만에 아버지가 병환으로 쓰러지게 되자 가게를 맡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기업은 할아버지로부터 손자에게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3대에 이어지는 기업이다 보니, 손님들 중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서원면 복지골에 사시는 90대의 한 어르신은 해마다 벽지와 창호지를 구입해 가는데, “내가 니 할아버지에게 고무신을 샀었다”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많은 단골손님들도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60대 이상의 손님들이라고 한다. 손님들으로부터 조부와 부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할아버지와 아버지께 누가 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민준식 사장. “그분들께는 조금이라도 ‘여유’있게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게 안의 물품 중에는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띈다. 한국전쟁 때 얻었다는 ‘탄약통’은 지금까지도 ‘돈통’으로 쓰이고 있고, 민 사장의 어머니가 사용해온 주판도 60년 정도 나이를 먹었다고 한다. 어머니 이영자 여사는 지금도 계산기 대신 주판을 사용하는데, 그게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가게 한켠에는 비슷한 세월을 지내온 가위도 놓여 있는데, 무수히 많은 장판을 잘랐을 그 가위는 이제 ‘칼’에게 자리를 내어줬다고 한다.
장사를 하면서 신념이나 원칙 같은 것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민준식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속이지만 말자! 연세 드신 분들이라고 해서 500원짜리를 1000원으로 부르는 그런 장사가 아니라, 양심적인 장사를 하고 싶습니다.” 민 사장은 젊은 세대들의 ‘오해’에 대해 한마디 아쉬움을 덧붙였다. “젊은 세대들이 주로 원주에 나가서 물품을 사는데, 횡성이 원주에 비해 비싸고 브랜드 수준이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민준식 사장이 가업을 잇던 무렵인 2000년대 초반에는 장판업계가 활황이었다고 한다. 아파트신축과 집개량 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5년 사이 지업사는 전국적으로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장판 대신 나무마루를 까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란다. 녹록치 않은 영업환경에도 불구하고 민 사장은 두 아들 중에 누군가 가업(家業)을 잇겠다고 한다면 “크게 밀어주고 싶다”고 했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자부심과 부담을 함께 주는 일이다. 민준식 사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일을 이어 한다는 게 뿌듯하게 느껴지고, 종종 ‘아들이 이어받아 하니까 다행이네’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흐뭇하다”고 했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창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6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