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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이야기] (37) 마옥리 들깨 생산자, 신현자 할머니예민한 들깨농사를 수십년 간 한 씨앗으로만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 승인 2015.10.29 16:13|(91호)

2014년 실태조사때 벙어리참깨와 늦들깨, 그루팥, 서리태등을 대물림해서 농사짓고 계시던 신현자 할머니(67세)를 다시 찾았다. 올해 들깨, 팥, 콩 농사가 잘 안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농사를 지으셨는지 궁금했다. 마침 집 앞 텃밭에서 들깨를 도리깨로 털고 계셨다. 도리깨질하는 모습을 오래만에 봤다. 보통은 털썩 주저앉아 방망이로 두드리는 모습을 많이 봐 왔던 터라 그 모습이 반가웠다.
요즘 들녘 곳곳에서 들깨 터는 모습을 한창 볼 수 있다. 자연스레 공기 중에 날리는 들깨향이 좋아 나그네들의 발길을 멈추기도 하는 낭만이 있는데 정작 농부들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하는 일이라 타작을 하고 나면 감기든 거 마냥 목도 칼칼하고 힘이 여간 드는 게 아니다. 이런 농민들의 고충을 아는지 최근엔 콩 터는 기계를 개조해서 들깨를 터는 기계도 나왔다.
할머니네도 잡곡 터는 기계를 샀는데 기계작동이 잘 안되어서 도리깨로 턴다면서 기계보다 도리깨가 더 낫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신다.
일하는 사이사이 작년에 저희에게 주신 토종씨앗들 다 심으셨냐고 여쭈었더니 들깨랑 팥, 서리태는 심었는데 벙어리참깨는 안 심으셨단다. 너무 힘이 들기도 하고 재작년 참깨가 남아서 올해는 농사를 안 지었는데 참깨는 묵어도 이듬해도 싹이 잘 나니 내년엔 심어야지 하신다. 올핸 들깨가 가물어서 다들 잘 안되었다고 하는데 할머니네는 가물을 덜 타 다행히 예년 수준으로 수확이 될 거 같다고 하신다. 들깨를 몇 평이나 심으셨을까?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들깨단을 보면 꽤 많이 심으셨을 거 같은데 할머니는 그냥 밭이 비면 비는 대로 심어서 평수를 모르겠단다. 경작본능이 있는 농민들은 밭이 비는 꼴을 두고 보지 않는다. 말복 가까이 되어서도 늦게 심으면 좀 덜 먹으면 돼지 하는 심정으로 빈 밭을 누비듯 심는다. 할머니도 밭이 비는 대로 포트에 키워놓은 모종을 갖다 심었는데 올해 들깨를 2가마정도 수확할 거 같다는 예상을 하신다.  

할아버지가 털어주고 나면 나머지 갈무리는 할머니의 몫

할아버지가 나오시니 다시 들깨 터는 기계가 돌아갔다. 웅웅드리링 웅웅드리링 들깨단이 통째로 들어가 아작이 나고 들깨는 옆구리로 나오고 아작 난 들깨 대공은 또다른 구멍으로 뱉어내듯이 나온다. 기계소음이 장난이 아니고 들깨대공이 빨려들어가는 모습은 손끝이 떨릴 정도로 아슬아슬 무섭다. 할아버지는 들깨를 기계에 멕이고 할머니는 갈퀴로 바스러진 들깨대를 걷어내는데 산더미 같던 들깨를 순식간에 타작을 한다. 할머니는 일을 따라하면서도 옆구리로 들어가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진 들깨가 많아 저 많은 걸 언제 그러모아 까불리나? 까불려면 시간이 배는 더 들겠다고 궁시렁거린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털어주고 나면 나머지 갈무리는 할머니 일로 남을 터이다.
할머니는 네 자녀를 두었는데 모두 출가하고 남편과 둘이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 2가마나 하셨으면 한 말 정도 파시라는 말에 자식들 주고나면 팔 것이 없다 한다. 자녀들이 들기름을 좋아하기에 아끼지 않고 달라는 대로 다 주신단다. 특히 할머니가 심고 계신 늦들깨는 알이 굵지는 않고 중립정도의 크기로 회갈색으로 기름도 많이 나고 맛이 좋아 이웃들도 이 씨앗으로 심는다고 한다. 8k정도 짜면 큰 물병으로 2병이 나온다고 하니 어찌 안 심을 수 있겠는가?

 

먼지와의 전쟁인 타작마당


할머니가 일하는 사이 마른 들깨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들깨를 품고 있는 봉오리는 하나같이 건드리기만 하면 들깨알이 우수수 떨어진다. 벌어진 사이로 솜털들이 나 있어 들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고 있으나 들깨알들은 언제 세상에 나와야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듯 건드리기만 하면 떨어진다. 이렇기에 들깨는 이슬이 마르기전 신새벽에 베어 말려야 수확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비올 때 심고, 서리 오기 전에 이슬이 마르기전에 베고, 비가 오기 전에 털어야 하는 들깨농사! 모든 농사가 다 기후에 영향을 받지만 특히 들깨농사는 더 예민하다. 이리 예민한 들깨농사를 수십년 간 한 씨앗으로만 농사짓고 계신 신현자할머니! 존경합니다.

잘 영근 들깨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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