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혹
이 편지는 소재불명으로 되돌아오지 않았으면, 속마음에 담고 있네.
지금은 한창 가을걷이가 시작되어 빈 곡간이 허허 웃겠다. 그리고 안 마을 동구에 서 있는 노송한 그루 꺼벙히 서서 젊은이가 다 떠난 마을이 서글프다는 몸짓하고 있겠다.
동구 접어들면 오른쪽 첫집 나즉한 스레이트집 할머니네 우물가엔 샐비아꽃이 피고 있겠지
반장댁 큰 따님 군의원이 되어 활동 열심히 하는 지방일간지 박스난을 읽었네.
자네도 이젠 중앙 문단에 등단했으리라 믿어지네 그 순수성의 맛깔진 필력이 있으니,
읍내 문협 회장은 아직도 그분이 하고 있는가 그것도 감투라고... 문학은 감투가 아니고 얼마나의 감동을 주는 순수성의 화합이라야 하지.
또 왜 이장댁 큰 아들 사법시험 합격하고 무엇이 되어 어디서 삶을 엮는지. 자네도 이젠 팔순이 지났으니, 철학같은 묵직한 시집 한 권 나올 듯 한데, 어느 대학에서 스승 노릇을 하는고? 가끔씩 안 듣고 안 보았으면 좋을 뉴스에 내 얼굴이 화끈거리지. 내딴엔 아직은 흉잡힐 짓 없었고 욕 먹을 일 안 했다고 생각되어 나 이승 떠나 자리 잡을 곳이 가시밭은 아니겠지 뭐. 내 먼저 가면 자네도 찾으면 내어줄 몇 평 땅 잡아 놓으려네, 꼭, 답장주시게나.
오늘道 가는郡 내일面 떠나里,
한국문협, 강원문협 이사, 갑천약방 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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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갑천약방 운영 |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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