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영수(횡성도서관 관장)
이 글은 우리의 삶에서 도서관은 어떤 의미를 갖는 공간일까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도서관의 씁쓸한 현실과 갖고 싶고 함께 만들어가야 할 도서관의 모습에 대해 2회에 걸쳐 고민해 본다. 글 싣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우리나라 도서관의 씁쓸한 현실
② 우리가 되찾고 싶은 도서관을 위해
미국도서관에 관한 놀라운 사실
부럽기만한 통계가 있다. 인터넷에도 떠돌고, 여기저기 기사나 책에 인용되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부러워했을 그 통계, 바로 ‘미국 도서관에 관한 놀라운 사실 10가지‘이다. 누군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현실과 비교해 둔 것을 옮겨본다.
① 미국에는 맥도날드보다 공공도서관이 더 많다. 우리나라는 롯데리아가 더 많다. 2006년 기준 롯데리아 매장(781군데), 공고도서관(564관).
② 미국 도서관에서 매일 다루는 자료는 미국 국제 우편 및 화물운송의 하루 물류량 보다 많다. 미국 의회도서관의 1년 자료구입비 800억원, 한국 국회도서관 1년 자료구입비 18억원, 일본국립국회도서관은 252억원, 서울대 약 52억원, 연세대 약 31억원. 국회도서관 장서는 218만권이지만 미국은 1억 2772만권이다.
③ 미국 공공도서관 회원은 아마존 회원의 거의 5대 1수준이다. 공공도서관 가입회원과 인터넷 서점 가입회원은 비교할 자료가 없다. 그러나 결과는 비교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다.
④ 미국인들의 도서관 출입은 극장 가는 횟수의 두 배가 넘는다. 2006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은 평균 100명중 31명만이 도서관을 이용한다.
⑤ 미국인들은 스낵바에서 보내는 시간의 세배 이상을 도서관에서 보낸다. 한국 성인의 일반도서 독서시간은 평일 37분, 주말 34분, 일반도서 독서량은 연간 11.9권, 한달 1.5권이다.
⑥ 미국 도서관은 세계 각국의 책들을 160억권 정도 소장하고 있다.
⑦ 미국에서 한 해에 판매되는 스포츠 티켓은 2억 4백만인데 도서관 이용자는 매년 11억 이상이다.
⑧ 학창 시절 동안 미국학생들은 학교 도서관 미디어센터를 15억 번 이상 이용한다. 우리는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도서실의 이용이 필요했던 수업이 있었던가.
⑨ 미국인들은 집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시간의 일곱 배를 그들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도서관 자료를 이용하는 데 보낸다.
⑩ 미국의 단과 및 종합 대학의 사서들은 매년 9천 7백만 건의 참고질의에 답을 한다. 한국은 사서가 1∼2명 있는 대학교가 태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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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100㎞를 만들 때 1㎞만큼의 비용만 도서관에 사용해도 |
씁쓸한 우리의 현실
우리 도서관의 현실이 미국 도서관과 이토록 참담한 차이가 난다 한들, 누굴 탓할까. 도서관을 찾지 않고 이용하지 않으며, 도서관에 어떤 요구도 하지 않는 ‘이용자’를 탓해야 할까.
아마도 따지고 들어가게 되면 결국 당장 ‘돈’이라는 눈에 보이는 수익금을 내 놓지 못하는 도서관을 홀대하고 그나마 있는 도서관도 ‘경쟁’을 부추기는 시험공간으로 바꿔놓았던 그 누군가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들이 생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은 카이스트가 개혁을 위해 외국인 총장을 모셔온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건물도 짓고 실험실도 짓는다고 예산을 재조정하면서 제일 먼저 손을 댔던 것이 도서구입비였다는 사실을 통해 카이스트의 개혁이 껍데기일 뿐임을 지적했다. 씁쓸하지만 우리가 생산하려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주는 지적이다.
누가 우리나라 과학의 최고 산실인 카이스트에서 대학원생들의 신규도서 구입비가 3,000만원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과학자 한사람 인건비도 안 되는 신규도서구입으로 우리나라 과학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모래위에 누각을 세우겠다는 것과 같다. 민망한 건 서울대 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많은 대학이 100주년을 기념한다고 멋진 기념관들을 몇 개씩 새로 짓고 있지만 새로 정비한 진입로 100m보다 책을 먼저 구입하는 대학은 거의 없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예산 그리고 여기에 숨어있는 민자도로에 관한 비용은, 대체로 매년 약 15조원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선 고속도로와 국도만 합쳐도 연간 4000㎞ 정도를 새로 건설하는데 4차선 기준으로 1㎞당 22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정말이지 도로 100㎞를 만들 때 1㎞만큼의 비용만 도서관에 사용한다고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와 멀다.
물론, 도로의 경제적 가치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도서관 하나 동네에 만들거나 유지하기가 지금으로서는 너무 힘들고 어렵다.
그래도 도서관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모습의 도서관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다음호에 계속>
김영수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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