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중앙회의 간판이 알게 모르게 바뀌었다. 농협중앙회의 간판이 NH은행으로 바뀐 것이다. NH은행으로 간판을 바꾸어야 했던 것은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으로 인한 것이다. 주의해서 살펴보지 않으면 모를 변화다. 간판을 바꿨다는 것은 농협의 가치를 변화시켰다는 것이고 현재 농협이 농촌, 농업에 가지고 있는 위상을 볼 때 우리 지역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되지만 농업인의 관심은 미미한 상태이다. 농협의 요란한 광고홍보물을 보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비관적인 심리만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에 대해 겉으로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신경분리)이지만 핵심은 농협중앙회의 금융지주회사화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간판을 바꾸게 한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가 지니는 의미와 지역에 미칠 영향, 농협이 나아갈 길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
지난 3월 개정된 지주회사와 관련된 농협법 발효의 주요내용은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 틀 위에서 경제사업 분야에서는 NH금융지주회사,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을 설립하고 NH증권 등 기존 자회사는 NH금융지주회사에 편입한다. 경제사업 분야에서는 가공·유통·판매 등 경제사업을 자회사화 하여 이를 묶는 농협경제지주회사를 설립한다고 했다.
지주회사란 ‘주식의 소유를 통해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이러한 지주회사의 정의를 놓고 보면 이제 농협중앙회는 1인 1표를 근간으로 하는 협동조합적 소유의 근간을 허물고, 주식의 보유량에 따라 회사를 지배하는 주식회사의 전형을 따라간다고 할 수 있다. 즉 더 이상 협동조합이 아니므로 농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농협’이란 명칭을 사용하는데 따른 명칭사용료만 내는 조직(영업수익 또는 매출액의 2.5% 수준)이 되어 버렸다.
주식회사가 됨으로써 농협중앙회는 더 이상 농업, 농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수익만을 추구하는 거대한 거대공룡으로 변모할 준비를 갖춘 것이다. 돈(명칭사용료)을 내고 “농업협동조합”이라는 이름만 빌린 것이다.
지난 3월 2일 NH금융지주가 출범하였다. 농협중앙회의 자산 총 287조(2010년말 기준) 중 240조 가까운 자산을 NH금융지주 및 그 자회사에 편입했다.
남아있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는 껍데기뿐인 조직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나 농림부가 주장하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주회사 출범”은 단지 말뿐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단적인 예가 최근 NH손해보험사의 농작물재해보상보험 약관 변경이다. 농민조합원을 가입대상자로 하기 때문에 저렴한 보험료와 많은 보장이 핵심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 농협으로 통지된 약관 내용은 ‘보장율은 낮게,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특약은 확대’한다는 것이다. 즉 보험회사에 ‘보다 많은 수익’을 주는 내용으로 약관을 변경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남해화학이 비료값 담합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 5백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실에서도 드러나듯이 NH금융지주나 NH경제지주 사업의 모든 사업영역에서 조합원을 위한 사업이라는 협동조합 본연의 목표는 사라지고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반 시장 상인으로 변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농협은 이러한 변화의 파도를 직접적으로 맞을 수 밖에 없다. NH금융지주의 자회사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지역농협은 경쟁력면에서 뒤쳐져 생존의 위기를 맞으며, 합병 등이 가속화 될 것이다. 예전 농협법에는 지역농협과 중앙회의 사업 경합 금지 조항이 있었다. 이에 의해 중앙회의 사업이 법적으로나마 어느 정도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완전한 경쟁체제가 된 것이다.
이미 전산 등 모든 영역에서 농협중앙회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는 경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엄연히 협동조합조직과 별개 조직인 NH금융지주나 NH경제지주가 힘의 우위를 활용하여 지역농협과 경쟁하게 되고, 이는 모든 부문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 지역농협의 고사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과 무관한 농업중앙회로 지역농협 생존 위협
그간 농협이 농협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많은 비판이 있었다. 본연의 사업인 경제사업에 집중하지 않고 돈벌이에만 전념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많은 비판은 농협이 농업협동조합으로서의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할 때 농업, 농촌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농협은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서 농업자금 지원창구의 역할, 농산물의 안정적 판매처로서의 기능, 상인들의 독점 방지 기능 등 농업, 농촌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런데 농협중앙회와 사업의 모든 부문에서 경쟁하고 불평등한 수수료를 강요받는다면 지역농협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2017년까지 지역농협을 500개 이내로 감축하겠다는 것이 농림부의 방침이다. 이 곳 횡성에서도 다수의 지역농협이 경영 약체를 이유로 구조조정되어 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 287조 자산은 농민 지역농협 몫
농협중앙회의 287조 자산은 그동안 농협의 성장과 함께한 농민들과 지역농협의 몫이어야 한다. 농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며 농촌경제 활성화를 내걸고 벌어들인 부인 것이고, 농민조합원과 지역농협의 출자를 기반으로 벌어들인 부인 것이다. 그런데 농협법 개정을 통해 이를 주식회사가 모두 가져가 버렸고 계속적인 부의 축적을 위해 수탈이 가능한 구조가 되었다. 농협법 재개정을 통해 농협을 다시 농민과 지역농협의 품으로 돌려 놓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태준호 전문기자
이용희 기자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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