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군의회가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제출했다. 횡성의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할 방안을 찾기 위해서라니 관광일색인 일정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주민들은 그만큼 충실한 연수였기를, 연수의 충실함이 보고서에 담겨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주민들과 언론의 질타에도 변함없이 ‘ 왜 꼭 그 곳에 가야만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정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횡성군의회가 “유네스코 지정 중국문화유적지를 시찰해 횡성군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할 방안을 찾겠다”며 간 대표적인 곳은 석림(石林)지역과 여강고성(古城).
중국 곤명의 석림은 석회암층이 만들어낸 자연유산이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곳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어떻게 관광객을 끌어들이는지 살펴보는 것은 청정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횡성에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국외여행을 심사한 위원들 역시 이러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중국행을 통과해 주었으리라.
그러나 횡성군의원들이 석림이 있는 곤명시에 질의한 주요 내용들은 “1년간 방문관광객 수”“지난해 관광수입‘”곤명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관광정책“”곤명시를 찾은 한국관광객 수“라고 한다. 주민을 대표하는 공적인 기관인 횡성군의회에서 곤명시에 공문을 보내 질문해도 답변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의 발달로 전 세계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세상인데 이 정도 내용을 질문하기 위해 중국까지 갔다와야만 했다니 예산낭비도 이런 예산낭비가 없다. 해당 지역의 기관을 방문해 기초적인 내용을 설명듣고 온 것은 여강고성도 마찬가지. 보고서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심층적인‘ 현황파악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횡성군의회는 국외연수보고서 이외에 추가로 주제별 심층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했다.
또다른 세계유산으로 횡성군의회가 다녀온 곳은 여강고성. 최근 횡성군이 집중육성하겠다고 밝힌 한옥관리현황을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보고서에 나타난 횡성군의회의 한옥산업에 대한 입장은, 횡성군이 제출한 한옥관련조례와 예산안 심사에서 보여줬던 입장과는 상당히 다르다. 보고서에서 의회는 “한옥이 전통문화의 가치와 새로운 경제활동 영역으로 급부상 하고 있으며, 2015. 6. 4. 한옥법 제정으로 국가차원의 한옥관련사업 활성화 기대됨”이라고 했다. 불과 한 달여 전, 조례심의과정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던 내용들이다. 횡성군은 한옥조례와 이에 따른 예산을 의회에서 승인받는데 꽤나 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횡성군의회가 한옥을 사양산업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여강고성을 보고 횡성군의원들의 생각이 이렇게 달라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보고서에서 의회는 “한옥으로 된 KFC 음식점과 나이트클럽 등은 우리의 사고를 뛰어넘는 전통과 현대의 하모니를 자아내고 있었음”이라고 했다. 해외 커피체인점인 스타벅스가 대한민국 경주에 한옥건물을 선택해 매장을 내고 영업을 한지도 수년째다. 횡성군의원들에게 국내 사례는 의미가 없는 것인지 혹은 몰랐다는 것인지. 어느 경우건 횡성군의회가 “전통과 현대의 하모니”를 보고 배우기 위해 상당한 금액의 교육비가 지출됐다. 예산낭비가 아닐 수 없다.
횡성군의회가 횡성회다지소리의 세계유산등재화 방안으로 내놓은 것은 “대중성을 얻기 위해 스토리텔링화가 필요”“세계유산등재에 앞서 대한민국무형문화재 선정이 선결과제”“평창올림픽 기간 국제적 홍보효과 극대화”“전승시스템구축”“지속적 관심과 투자”등이다. 이미 수없이 되풀이되었던 내용들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진척이 없는 이유를 분석하고 각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국외연수까지 다녀온 횡성군의회에 주민들이 기대하는 바다. “이색적인 한옥힐링 관광지조성”이라는 횡성군의회의 방안이 ‘여강고성의 짝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강고성의 성공원인에 대한 점검과 횡성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옛말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지피지기“ 라 했다. 횡성군의회가 나(횡성)는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횡성군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 제5조는 공무국외여행 심사기준의 하나로 “국외여행 이외의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거나 단순 시찰·견학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외여행은 억제되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 ‘있으나 마나 한 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횡성군의원들의 몫이다. 횡성군의회는 매년 초 각 의원들이 중점을 두어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할 분야와 구체적인 주제 등을 담은 의정계획서를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 횡성군의회가 예산낭비에 불과한 주마간산(走馬看山)식 해외관광이라는 오명(汚名)을 벗기 위해서라도 이후 공부하는 의회가 되어 내년 초에는 내용있는 의정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내놓는 의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용희 기자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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