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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리 정옥현 할머니의 토종 마늘과 메밀[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이야기] (38)
횡성희망신문 | 승인 2015.11.25|(93호)

토종마늘을 심는 이유가 있다. 마늘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토종마늘은 마늘향이 강하고 달큰한 게 맛이 좋다. 마늘 맛이 다르니 김장 맛도 다르다.

 

김장도 막국수도 토종으로 손수 해먹어

마을 분들이 아직도 이용하는 디딜방아, 맨질맨질하게 윤이 나는 가마솥, 깔끔하게 정리된 농기구, 봉지봉지 담겨져 있는 토종씨앗들, 툇마루 앞마당에 가꾸고 있는 작은 정원 등 공근면 상동리 정옥현 할머니 댁을 찾아가면 마주치게 되는 장면들이다. 토종씨앗보유현황조사를 자주 다니는 토종씨드림 수집단원들로부터 토종이 있는 집을 알아내는 방법 중에 하나는 집은 남루해도 마당이 깨끗하고 농기구나 살림이 정돈되어 있는 집이라면 영락없이 토종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공근면 상동리에 살고 계신 정옥현 할머니 집이 딱 그렇다.

2014년 토종씨앗실태조사 때에 메밀, 토종파, 토종마늘을 비롯해 20품종의 토종씨앗을 내 주셨었다.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찍기 위해 지난해 여름에 방문하고 올해 여름에 다시 방문을 했을 때 할머니는 잊지 않고 반겨주신다. 이것저것 심어져 있던 밭은 거의 비어지고 이번 주말에 할 김장거리만 남아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 텃밭에는 토종씨앗을 채종하는 채종포의 밭처럼 수십 가지가 심어져 있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심고 계신 메밀과 마늘처럼 대물림을 한 씨앗에 대한 이야기를 진득하게 들었다.

김장 때 모이는 자녀들이 “알 굵은 마늘로 바꾸자” 하지만...

토종마늘

올핸 가물어서 마늘이 통이 안 들고 작은데다가 수확량도 적었는데 20접 정도 수확을 해서 다시 심을 거 5접 정도 쪼개 남겨두고 나머지는 김장양념으로 다 껍질을 까놨단다. 2남3녀 자녀들은 해마다 모여 함께 김장을 하는데 자식들이 ‘알 굵은 마늘도 많이 있는데 잔챙이 토종마늘을 고생스럽게 심지 말고 마늘을 사서 김장을 하자’는 말들도 한단다. 그러나 할머니가 계속 토종마늘을 심는 이유가 있다. 마늘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늘 맛이 다르니 김장 맛도 다르다고 한다. 토종마늘은 마늘향이 강하고 달큰한 게 맛이 좋지만, 산 마늘은 입안이 천불이 나게 맵기만 했지 맛이 없어 김치를 해 놓으면 맛이 없어 손이 가지 않는단다. 자연스레 토종마늘을 계속 심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토종마늘을 매년 심다보니 6쪽이 4쪽도 되고 8쪽도 나오는 것이 있어 조금씩 퇴화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좀 더 좋은 마늘을 찾아 할머니는 내년엔 마늘을 바꿔볼까 생각중이다. 대번에 씨앗을 확 바꿀 수는 없는 일이기에 씨앗으로 남겨 쪼개놓은 마늘은 어쩌거나 올해 안에 밭에 심어질 것이다. 춥기 전에 심어야 되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비 때문에 땅이 질어서 못 심고 있는데 올핸 마늘 비닐을 사서라도 심어야겠다고 하신다. 예전에 사방 한 뼘 간격으로 심느라 대충 줄 간격을 맞췄는데 이젠 구멍 뚫린 비닐에 마늘을 꽂기만 하면 되니 세상 좋아졌다 하신다.

맷돌로 타개고 어레미체로 걷어내고 곱게 갈아 만드는 메밀가루

토종메밀

마늘도 그렇지만 씨앗을 지우지 않으려고 심는 품종 중에 메밀이 있다. 올해도 조금심어 먹었다고 한다. 메밀농사를 지어도 껍질을 벗기는 것이 걱정인데 할머니는 맷돌로 껍질을 벗긴단다. 메밀을 맷돌로 타갠 후 어레미체로 겉껍질을 걷어내고 곱게 갈아 가루를 낸다. 메밀가루를 물에 넣고 윗물을 여러 번 따라 버리면 새하얀 메밀가루만 남는데 그걸로 화롯불에 소당(솥뚜껑)을 올리고 들기름 두르고 지진 메밀 부침은 그 어떤 음식과도 바꾸지 않는다고 하신다. 메밀가루로 막국수를 집에서 해서 먹기도 한다. 막국수기계는 아랫집에서 빌려다가 한다. 집에서 만드는 막국수도 시중에서 파는 것이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구수하고 속이 편하단다. 토종마늘을 넣고 버무린 김장, 메밀부침, 메밀막국수 등 손수 농사지은 거로만 만들어 먹는 전통음식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해가 저문다.

할머니의 텃밭

할머니는 농사일을 잘 하셔서 최근까지 평창 계촌으로 품을 팔러 다녔다고 한다. 얼마 전 지붕위의 호박을 따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갈비뼈를 다쳐서 복대를 하고 있지만 지금도 젊은 사람들보다 일은 더 잘 할 거라고 하신다. 겨우내 들어 앉아있으면 뼈도 다시 붙겠지 하시며 마중을 나오시는 할머니! 빨리 나으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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