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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양근의 『열세 동무』일제강점기 암울한 농촌을 개척해가는 굳센 청소년의 모습,[우리 동화작가, 동화작품](7)
오숙민 기자 | 승인 2015.12.18|(94호)

1930년대는 불과 80여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이다. 당시 일제의 농업정책은 농민들을 더많이 수탈하는 것이었으므로, 살기 어려운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 빈민층이 되고, 일본으로 건너가 단순 노무자로 일하거나, 농사를 짓기 위해 만주나 연해주로 향했다. 농민들은 한 해 고된 노동을 해도 소작료는 높고 일제의 식량공출로 먹을 식량조차 없었다. 그러니 농촌 아이들은 상급학교 진학은커녕 지금의 초등학교인 보통학교 졸업도 무척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은 소작제나 일제의 농민수탈에 항거하여 수위 높은 반일투쟁을 벌였고, 일제는 모든 조직과 투쟁들을 불법화시켰다. 이즈음 신문사 또는 기독교 등의 여러 단체에서 농촌지역의 문맹을 없애고 생활을 개선하려는 ‘농촌계몽운동’을 펼쳤다. 유명한 심훈의『상록수』라는 소설이 이를 다뤘다면, 아동문학에서는 노양근의『열세 동무』가 있다. 이 장편 소년소설은 1937년 7월 1일부터 두 달 동안 「동아일보」에 연재되다가, 동아일보가 정간되는 바람에 마무리하지 못했던 결말을 작가가 마무리하여, 1940년에 단행본으로 나왔다. 인기가 높았던지 해방 후와 1960년대에 재발행 되었다고 한다.

노양근(1900-?)은 일제강점기에 활발한 활동을 했으나, 황해도 금천 출신의 재북 작가였기에 해방 후에는 많이 잊혀져버린 작가다. 개성의 송도고보를 졸업한 뒤, 금천· 개성· 철원 등지에서 보통학교 교원 생활을 했고, 1940년부터는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만주 등지를 유랑하며 보냈다고 한다. 빈농 출신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꿋꿋하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2000년대 들어 재조명되고 있으며, 2003년에 『열세 동무』가 창비사에서 재발행됐다.

한번은 어느 비 오는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중 제일 나이 어린 애가 울면서 잘 쫓아오지 못하므로 시환이가 그 집에까지 줄곧 업어다 주었다. 그랬더니 그 부모님은 뛰어나오며 “아이고! 저를 어쩌나― 제 형도 저렇게까지는 못할 텐데......” 하고 다시금 시환이를 고마운 낯으로 본 일도 있었다.

『열세 동무』의 주인공 ‘장시환’은 농촌계몽운동을 했던 실제인물을 모델로 했는데, 성실한 수재이자 남의 어려움을 제 일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넓은 인물이다. 한 농촌마을인 신흥동에는 보통학교를 졸업한 열세 동무가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누구도 서울의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못한다. 늘 농촌의 미래를 고민하던 시환은 한 동무라도 서울로 유학갔다 농촌으로 돌아오면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동무들을 설득해 유학생의 학비를 대줄 ‘상조회’를 만들고 제비뽑기로 윤걸을 서울로 올려 보내기로 한다.

‘상조회’에서는 마을 우물을 파서 그 흙으로 신작로를 평평하게 만들고, 마을 가운데에 목간통을 지어 이용비를 모으고, 논을 얻어 공동경작해 수익금을 내기로 한다. 여학생인 점숙과 옥례는 땅 파는 일이 힘에 부치자, 온 동네를 다니며 똥이란 똥은 모두 주워 거름을 준비하는 일을 맡는다. 한편 열두 동무들 중에 ‘광철’은 하는 일마다 상조회에 방해되는 일들을 하면서 어깃장을 놓는다. 작품에는 ‘상조회’를 의심하는 경찰과, 먹고 살기 어려워 만주로 이민 가는 개돌이와 성집네의 상세한 묘사로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물을 파던 시환은 흙더미에 깔려 병원에 입원하는 어려움을 겪지만, 신문사에서 이 소식을 기사로 싣고 여러 독지가들이 성금을 보내주면서 다시 힘을 얻는다. 여학생이 모아들인 똥이 좋은 퇴비가 되어 벼가 잘 익어가고 있는 가을, 서울서 공부하던 윤걸이는 그만 볼 것도 놀 것도 많은 서울에 정신이 빼앗겨 잠시 방황한다. 한 푼의 돈이라도 아끼려고 걸어서 상경한 시환을 본 윤걸은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은 농촌의 미래를 위하여 서로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분명한 주제와 술술 익히는 흥미로운 구성과 빠른 전개는 이 책의 진가를 높여준다. 열세 동무들 중에 자주 등장하는 ‘시환, 윤걸, 점숙, 옥례’를 보면 암울한 일제강점기 농촌에서 현실을 부단히 개척하고자 했던 청소년들의 의지와 굳센 힘을 느낄 수 있다. 75년이 지난 지금에도 재미있는 이 작품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물음을 던지는 아동문학의 역할에 충실하다.

오숙민 기자  iyargg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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