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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민, 공근면 |
받는 면적 기준으로 상토나 비료를 반값 혹은 무상 공급하는 횡성군의 지원책.
동네마다 한 농가씩은 있다. 쌀직불제 신청이 끝났는데 서류를 갖추지 못해 쌀농사를 지은 지 수십년이 되었건만 남들 다 받는 쌀소득보전직접지불금(가격과 연동되지 않는 생산 중립적인 소득지원)도 받지 못해 바보 천치 소리를 듣게 된 농가가.
영농에 종사하지 않는 토지 소유자가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거부한 채 소유자가 농사를 짓는다고 거짓 신고한 경우에 실제 경작 농가는 그 땅을 부치고 있지만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새로 땅을 얻는 경우에는 변경 신고를 해야 하는데 주인이 멀리 떨어져 있다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서류를 주고받고 하는 것이 주인의 입장에선 썩 반갑지 않는 일이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못 받게 된다. 여전히 절반이 넘는 농민이 소작을 짓고 있고 소작지 역시 꾸준히 늘어가고 있지만 농민이 농지관련 원 서류(농지원부)를 갖지 못한 것은 이처럼 부재지주를 더 옹호해주는 상황 때문이었다.
돈이 되지 않는 농사를 포기하게하고 농토를 도시 자본에게 쉽게 내주는 농지관리제도의 허점이 직불금을 받는 데 더 복잡한 서류를 갖추도록 만들었다. 소규모의 농토에 농사짓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사무처리가 익숙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난한 농민일수록 경작지를 뺏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과감한 요구를 못하고 있다. 문중 땅을 경작하는 경우는 도장 받은 사람이 많아서 아예 엄두를 내지도 못한다. 5년 전에 공무원이 논직불금을 수령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 더욱 까다로와진 직불금 제도가 농민에겐 매우 불편하다. 이장의 확인이나 농협에서 수매계약을 하면 인정받을 수 있었던 예전의 직불금 제도가 더 나아 보인다.
논직불금도 받지 못해 억울한 농민을 더 눈물나게 만드는 것은 횡성군의 생산비 절감 정책에서 소외되는 것이다. 횡성군은 쌀직불제를 받는 면적을 기준으로 상토나 비료를 반값 혹은 무상 공급하고 있어 혜택을 받지 못한 경우 영농비 부담도 더 커지고 자재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는다.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의 평균 쌀값 17만83원을 목표가격으로 결정하고 산지 쌀값이 하락할 때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으로 소득의 감소를 줄여보자는 취지로 2005년부터 실시되었다. 고정직불금은 2000년부터 시행했던 논직불금을 없애고 소득보전금 안에 금액을 정해 매년 똑같이 지원한다. 변동직불금은 수확기 쌀값이 목표가격보다 떨어질 때 고정직불금을 지급하고 나서 그래도 부족할 경우에 지급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는 쌀값하락을 천천히 유도해가는 정책으로 전락하고 있다. 저가 쌀 값 정책을 유지하는데 크게 저항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협을 통해 시중 시세로 구입한 비축미를 저가로 판매하면서 물가를 조절하고, 농협은 싸게 판 대가로 정부로부터 무이자 자금을 지원받으며 적자를 메워 쌀 값 하락의 악순환은 반복될 수 있음에도 큰 문제제기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보호로는 소규모의 쌀생산자를 이탈시킴으로써 논의 자급기반을 심각하게 흔들 수 있어 문제다. 실제 쌀농가의 실질소득은 지난해 80키로 가마당 6만4000원이나 떨어졌고(2004년 대비), 생산량은 기후 변화와 농경지의 감소로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비료값과 농약값은 다락같이 올라 생산비를 건지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농가 내부의 소득 양극화도 심해져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10배에 이른다. 부채도 꾸준히 늘어나 가구당 2721만원(2010년)으로 늘어났고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 농가가 2009년 20%에 달하고 있다. 중소농의 농업소득으로는 가계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해 모를 꽂고 돌아서자마자 막일을 나서고 있다. 소규모 쌀 생산자의 이탈이 생기는 원인이다.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이 늘어가는 판국에 풍년이 들면 쌀값은 곤두박질치고 흉년이 들면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으로 시중 가격이 조금 오르는 대신 변동직불제는 받지 못하게 되는 이 제도가 내년 국회에서 목표가격을 놓고 농민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생산비에 토지 임차료와 조건불리지역의 농기계비용을 반영시켜야 하고,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선에서 인건비가 책정되어야한다. 이미 쌀전업농단체는 목표가격을 23만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쌀직불제 중 고정직불제만은 논직불제처럼 소득과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매년 상승시켜야한다. 그보다 더 좋은 정책은 논의 기능을 보존하고 논 농업의 생태적 역할을 살려나가는 농가에게 직접 지원하는 형태의 직불제를 부활시키고, 논에 대한 마을 경영을 지원하는 것이다.
땅 빌려 쓴 값(도지)을 내고 나면 생산비도 못 건지는 쌀자루를 붙잡고 끙끙대는 농민들은 행정 편의보다는 직접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농사짓는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위민행정(爲民行政)의 공무 집행을 기대한다.
구현석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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