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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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굵은 손이 아름다운 오영자 씨 (청일면, 60세) |
8월 중순에 오영자님을 찾아갔을 때, 마지막 따온 오이라면서 물김치 담는 비법을 보여주셨다. 17년 동안 ‘청일관광농원’이라는 농장과 식당을 해오면서 해마다 여름이 되면 담아오던 물김치다. 토종 오이를 싹싹 씻어 십자로 칼집을 넣고, 역시 칼집을 낸 청고추와 얇게 썬 마늘과 양파를 넣는다. 땅 깊은 곳 암반수에 그가 쓰고 있는 좋은 ‘빛소금’을 간간하게 풀어 이 물에 재료들을 넣어 하루 지나면 아삭하고 시원한 토종 오이 물김치가 된다.
오영자씨는 농장 한 편에 둥근 하우스대를 올려 토종 오이와 애호박을 양쪽으로 심어놓았다. 따로 퇴비를 주지 않아도 좋을 밭에서 장정의 엄지 손가락보다 굵은 오이줄기가 하우스대를 따라 길게 넝쿨을 올렸다. 모 59개가 키운 오이가 시원한 물김치가 되어 농원 식구들과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무더위를 이겨내는 보약이 되어준다.
처녀가장으로 어릴 때부터 농사를 지어왔던 오영자씨는 친구에게 오이씨를 얻어 30년 넘게 해마다 씨를 받으며 오이를 심어오고 있다. 일반 백다대기나 청오이와 비교할 수 없게 토종 오이 맛이 좋기 때문이다.
사업가가 꿈이었던 오영자씨가 꿈을 일궈온 시간들은 토종 오이 씨를 받았던 그만큼 길었다. 부부가 28년 전 낙엽송이 빽빽한 만 사천평의 산을 사서 오랜 시간 개간한 땅이 유기농 밭이 되고, 사람들이 쉬었다가는 농원이 되고,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재료로 식당을 하면서, 그 맛에 반한 사람들이 자꾸 찾아서 아예 가공 산업에도 손을 대게 되었다. 2006년부터 식품제조허가를 받아서 ‘오장금 장아찌’를 만들었고, 작년부터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게 한다는 그의 호를 따서 만든 ‘동경 장아찌 3종’(더덕, 깻잎, 곰취)이 롯데백화점에 들어가고 있다. 동경 장아찌는 소금, 설탕, 간장, 양파, 파 등의 모든 부자재까지도 다 유기농이어야 하기 때문에 마치 남들이 박사학위를 받는 과정처럼 어려웠다고 한다. 열심히 일을 해서 굵어졌다고 보여주는 손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둘러본 농장에는 구운 찰옥수수와 초당 옥수수가 다 끝나가고, 마밭과 더덕밭이 한창 푸른빛으로 무성하다. 된장, 고추장을 담고 장아찌를 숙성시키는 발효실과 콩을 삶고 효소를 짜는 작업장, 땅을 파서 더덕을 보관하는 서늘한 토굴도 보여주셨다. 유기농밭은 비닐을 한 번 씌우면 3-4년간 그대로 둔 채 그 자리에 농사를 지으면서, 농작물이 제 뿌리로 영양소를 찾아먹도록 하는 ‘뿌리농법’을 쓰고 있다고 했다.
(사)한국여성농업인횡성군연합회(한여농) 회장을 거친 오영자씨는 횡성의 많은 여성들이 그녀처럼 한여농의 ‘비지니스 아카데미’와 경영을 가르치는 ‘금산벤쳐대학’에 꼭 도전해보기를 권했다. 돈을 벌자고 서울에 빌딩을 짓고 땅을 사는 것은 욕심이지만, 육십이 넘도록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고 그녀는 강조한다. 오늘과 똑같은 내일이라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연과 세상에 순응하며 욕심 없이 사는 많은 할머니들이 토종씨앗을 키우고 있다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업가라 할 수 있는 오영자씨가 키우는 토종 오이도 있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낙엽송 산을 개간하여 농사를 지어온 30여 년 동안, 남들은 돈과 학벌에 기댈 때, 그녀는 성실함과 인내와 용기에 자신을 맡겼다. 그녀는 오랜 세월 같이 살아온 토종 오이 같이 시원하고 변함없는 분이다.
“예전에 어머니가 늘 말씀하셨어요. 부자가 되는 길은 부엌에 물이 가득가득 채워져 있고, 땔나무가 항상 쌓여져 있으면 부자가 된다. 한 시간을 참으면 열 시간이 편하고, 한 순간을 참으면 살인을 면한다.”
오영자님의 어머니 말씀대로 그녀는 부지런히 일하며 끊임없이 어려움을 인내했고 거기에 도전정신을 보탰다. 토종 오이가 이러한 새 주인을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하여 잊지 못할 맛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토종 오이였다.
| (사진 아래 왼쪽부터) 작고 뭉툭한 토종 오이와 토종 오이로 담근 물김치. 뿌리농법으로 키우는토종 오이의 굵은 줄기. (사진 위)오장금장아찌선물세트. 선물셋트에 들어가는 곰취, 깻잎,더덕, 간장더덕, 무말랭이 장아찌들은 유기재배한 농산물이다. |



횡성희망신문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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