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보다 조금은 더디게 오는 횡성 산골에도 봄은 오고 있나보다. 양지바른 논두렁밭두렁에 파릇파릇 애기 손톱만한 작은 새싹들이 봄 햇살을 찾아 제 키를 키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쑥버무리라는 음식이 생각난다.
연한 쑥잎을 뜯어 뜨거운 물에 데쳐서 찬물에 담가 놓았다가 쓴 내가 빠지면 물기를 빼서 쌀가루로 떡을 해먹었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밀가루로 쑥버무리를 해먹곤 했다. 한기를 걱정하던 시절에는 쑥버무리가 든든한 식량이 되곤 했다.
봄만 되면 아내와 어린 쑥을 뜯어 동네 방앗간에서 쌀가루와 쑥을 섞어 빻아 갖고 와 아기 손바닥만 하게 둥굴 넓적한 모양으로 만들어 대여섯장 씩 비닐 포장을 하여 얼려 두었다가 구준하고 생각날 때마다 쪄서 먹곤 한다.
그래도 나는 쑥떡보다 쑥버무리가 더 먹고 싶고 그립다. 소죽 끓이면 무쇠솥에 얼기 설기 엮은 철사위에 베보자기 깔고 밀가루 묻혀 훌훌 펼쳐서 바로쪄 김이 모락모락 날 때 먹는 맛이 좋은 쑥버무리. 어린 쑥만 보면 쑥버무리를 해먹고 싶어 한다.
내 인생에서 쑥버무리 추억이 있는 봄이 많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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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열(갑천면 하대리)저서: 눈물소리, 다 때려치우고 산골에 산다, 사랑하된 소유하지 마라, 살아있음에 지금 나는 행복하다. |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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