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할머니 힘내세요!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가야 했던 할머니들은 일본이 위안부제도를 전쟁범죄로 인정하고 사과와 배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수요집회를 일본대사관앞에서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
일제강점기에 한 남자와 네 명의 여성을 찍은 사진이 있다. 사진 속의 젊은 남자는 여유롭게 웃고 있지만 맨 발에 남루한 옷차림의 여성들 중 한명은 임신한 모습으로 초점 없는 눈빛으로 있다. 다름 아닌 일본군과 일본군 ‘위안부’의 사진이다. 이 사진을 언제 처음 보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여성의 문제와 민중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본 사진 속의 여인에 대해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 애는 낳았을까. 라는 막연한 궁금증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지난 8월 23일 전국여성농민대회가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려 횡성에서도 여성농민임을 자부하는 언니, 할머니들이 갔다. 여성농민대회는 오후 3시. 하루 농사일을 접은 김에 이왕이면 좋은 곳도 둘러보자며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박물관)을 갔다.
박물관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여성폭력을 고발하고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공간이다.
책갈피 모양의 노란 박물관 입장권 뒷면에는 당일 영상으로 만나는 할머니의 사진과 이름 그리고 생애가 적혀 있다. 내 손에 들린 입장권이 알리는 그날의 할머니는 박영심 할머니였다. 할머니를 본 순간 너무 억울하고 속상해서 그리고 막연한 궁금증만을 갖고 살았던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막 울어버렸다. 그렇다. 내가 궁금해 했던 옛날 사진 속 여인이었다.
할머니는 열일곱 나이에 일본 경찰에 연행되어 중국, 버마 등으로 끌려 다니며 7년 동안 일본군 성노예 생활을 했다. 강요하는 성행위를 거부하다 일본 병사가 휘두른 단도에 목을 베이기도 하고 아이는 연합군 포로수용소에서 유산되기도 하였다.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에 참석하여 사진 속 역사를 현실로 증명했지만 끝내 문제해결을 보지 못한 채 2006년에 돌아가셨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도 우물에 생매장 당한 동료들의 모습을 잊지 못해 신경쇠약에 시달렸고 자궁적출, 심장질환 등의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박물관은 올해 5월 5일 문을 열었다. 현재 장소에 둥지를 트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서대문역사공원(서대문구치소)에 박물관을 세우려했지만 순국선열유족회와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단체들이 독립을 위해 애쓰다 가신 분들의 넋이 깃든 곳에 일본군 ‘위안부’의 수난을 드러내는 것은 순국선열들의 명예를 폄하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이는 여성과 성에 대한 그리고 전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그릇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우리의 할머니들이 일본군에 끌려가 받는 것과 같은 고통을 동포의 이름으로 해방시켜 주는 것이야말로 독립운동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일본군 ‘위안부’를 아픔이 아니라 숨겨야 할 부끄러움으로 여기는 가부장적이고 몰 인권적인 태도야 말로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박물관은 일본군에 의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국가범죄로서의 ‘위안부’ 제도의 실체를 보여주며 피해자들의 고통을 전한다. 고인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얼굴과 사망날짜가 벽돌로 채워져 있는 2층의 추모관에는 이름과 얼굴을 남기지 못한 채 희생된 피해자들 역시 이름 없는 한 장의 검은 벽돌로 있어 가슴이 더욱 저려왔다.
지금은 많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고 살아계신 할머니들이 몇 분 되지 않는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 박물관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이 세상엔 어떠한 명분으로도 선한 전쟁이란 없음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야 합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지하 1층 벽돌에 새겨진 어느 할머니의 유언이다.
김병선 전문기자
김병선 전문기자 yongy63@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외협력관, 6년 전 논란을 다시 꺼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