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교육지원청의 통계(2012년 7월 1일 현재)에 따르면, 횡성 관내 유치원과 민사고
를 포함한 학생 수는 5169명. 이중 중고등학생의 숫자는 총 2,980명이다. 원주를 비롯
한 타 지역으로 등하교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까지 감안하면 어림잡아 3천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횡성에서 자라고 있는 셈이다.
어른들이 설정한 울타리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만, 아직은 울타리를 벗어날 만큼 충
분히 자라나지 못한 시기.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며,
반항도 하고 방황도 해보는 시기.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를 통과하는 시기에 있는 우리
의 아이들을 통해 횡성의 오늘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강압적인 학교 분위기로는 학생들 온전한 성장 어려워
횡성읍 조곡리에 사는 양광모(17세, 고1, 남) 군에겐 또래의 횡성 친구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 날마다 횡성과 원주를 오가는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광모는 한국YMCA원주고등학교(원주시 단계동 소재)에 다닌다. 학업은 원주에서, 교우관계는 횡성에서 하고 있는 지금의 생활을 광모가 원하고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광모는 초등학교 졸업 후부터 줄곧 외지의 학교를 다녀왔다. 성북초등학교 시절 광모는 잘나가는 씨름선수였다고 한다. 강원도 대회 1등은 물론, 전국대회 상위입상을 했던 덕에 씨름부가 있는 춘천의 후평중학교로 스카우트되었고, 그때부터 타지에서의 학교생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중학교 진학 후 씨름선수로서의 생활은 순조롭지 않았다고 한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 탓에 덩치가 큰 동년배 씨름선수들에게 밀리곤 했고, 학교 선배들과의 갈등도 발생했다.
3학년 때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운동보다 노는 것이 좋아 여러 차례 씨름장을 이탈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진학과 운동을 계속하는 문제를 두고 여러 곡절이 있던 끝에 광모는 씨름부가 있는 춘천기계공고로 진학했지만 새학기 시작 후 보름도 안 돼 학교를 그만두었다.
“씨름부 형들 중 한 명이 코치님한테 심하게 얻어맞는 걸 봤어요. 그걸 보고 무섭다고 느꼈고, 그래서 씨름부에서 다섯 명이 같이 서울로 도망쳤어요. 사흘 정도 알바하면서 지냈는데, 우리 중 한 사람이 위치추적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로 되돌아갔어요. 학교 선생님하고 이야기하면서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했고, 그래서 학교도 그만두게 됐어요.”
광모는 친구들이 있는 횡성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와 함께 횡성고를 찾아가 입학 지원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미 정원이 다 찼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원주공고, 갑천고, 영서고에도 입학문의를 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서 문을 두드린 곳이 지금 다니고 있는 YMCA고등학교였고, 이곳에서 광모는 한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재밌어요. 선생님들도 엄청 착하고, 자유도 더 많이 줘요. 형들도 재미있고,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가는데 형들이랑 더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아요.”
YMCA고등학교(홈페이지 www.ymca.hs.kr)는 ‘좀 다른’ 공교육기관이다. 학년 당 15-20명 정도인 이곳의 학생들은 일반적 고등학생들과는 좀 다른 성장과정을 겪은 친구들이 많다.
3학년 학생 중에는 횡성에서 강제 전학된 학생도 한 명 재학 중이다. 교육내용도 일반교과과정 외에 프로젝트 학습과정이 추가된다. 국토순례와 소록도 방문봉사 등은 해마다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더불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두발과 복장, 외모가꾸기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래서인지 광모는 일반 고등학교보다 이곳이 더 좋다고 말한다. 운동부 생활을 하면서 수업시간에는 늘 자다 보니 모르는 게 많은데, 지금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기초적인 것부터 가르쳐주어서 좋다고 한다.
이렇게 학교생활에 만족하면서도 광모에겐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횡성의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여전히 적다는 점이다. 방과 후 시간과 주말에 횡성읍내 피씨방(PC방), 노래방, 공원 등지에서 친구들과 놀곤 하지만, 광모는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최근 들어 운동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공부와 운동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건 싫다고 한다. 둘 중 어느 쪽이든 집중해서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철없는 아이처럼 보이지만, 광모는 이미 자신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구상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1년 정도 식당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모으고, 군에 다녀와서 다시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모은 다음, 부모님과 같이 과일가게를 열어 운영하겠다는 것. 그것이 광모의 꿈이다.
힘들었음직한 시기를 거친 게 얼마 안 되는 데도 광모에게선 그런 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옅은 노란빛으로 물든 머리카락과 한쪽 귓불을 뚫고 나온 나사 모양의 귀걸이, 그리고 ‘훈남스타일’의 동안이 주는 이미지와 광모의 내면이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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