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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성고 도서관에 모인 리얼메이커즈들. 왼쪽부터 정한솔, 조성호, 정영석, 양준석 군 |
횡고생이 제일 좋아하는
급식메뉴부터 비진학반 문제까지
‘IT’S REAL 횡Go’(잇츠 리얼 횡고)
듣기만 해선 뭔 소린가 싶겠지만, 알고 보면 올 한해 횡성에서 만난 가장 반가운 문구 중의 하나다. 바로 우리 지역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낸 잡지의 제목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창간호를 낸 <리얼>의 발행처는 횡성고등학교 리얼메이커즈, 횡성고 12명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잡지 동아리다. 정한솔, 조성호, 홍성수, 변지훈, 정영석, 박병길, 양준석, 최광현(이상 3학년), 김한얼, 장현근(이상 2년), 이학승, 최시화(이상 1년), 이 열두 명의 청소년들이 어떤 일을 벌이고 해낸 걸까.
제호인 ‘리얼 횡고’가 알려주듯 <리얼>은 학생들의 진솔한, 진짜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자 탄생했다. 전체 기숙사 학생을 대상으로 급식메뉴에 대한 선호도 설문을 실시한 결과, ‘횡고人 부대찌개 가장 좋아해’라는 데이터를 뽑아냈고, 학교 앞의 분식점 샛별문구사와 명인스낵 간의 선호도를 비교한 ‘세기의 대결, 샛별 대 명인. 그 승자는.’과 같이 흥미로운 기사도 만들어냈다.
리얼메이커즈의 산파 역할을 한 건, 성호 군과 한솔 군. 지난해 겨울방학부터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가며 잡지 준비를 시작했다.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편집회의는 토요일 오후, 인터뷰는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 등 수업외 시간을 활용했다. 급식관련 설문조사는 점호가 끝난 이후에 기숙사 실장과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고 한다. 이과생인 영석 군이 소질을 살려 설문통계 쪽을 담당하는 등 역할도 분담했다. 마땅한 회의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주말에 교실을 이용하다 보안업체가 달려오기도 했다. 그렇게 애쓴 작업이 8개월여 만에 세상의 빛을 본 것이다.
나와 다른 의견과 갈등 조정하는 것 힘들어
“사전에 원고 준비와 마감, 편집 기간을 다 짜놨었는데, 막상 해보니 계획대로 안 됐어요. 중간에 갈등도 좀 있었고 편집 때문에 밤을 새기도 했습니다.”(정한솔)
갈등이라 함은 창간호의 야심찬 기획중의 하나인 ‘횡성고등학교와 비진학반’이라는 기사를 둘러싼 것이었다. 횡성고는 지난해까지 학생들의 희망과 목표에 따라 진학반과 비진학반을 나누어 지도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고범수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하면서 진학/비진학반이 일반학급으로 통합되는 변화를 겪게 되었다. ‘리얼메이커즈’들은 이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와 시선을 담아보고 싶었던 게다.
“(비진학반/진학반을 통합하는 결정에 대해) 교장선생님과 의견이 달랐어요. 저희로선 ‘비진학’이야기가 메인(main)이었는데, 그걸 버릴 건지, 아니면 방향을 고쳐 살릴 것인지 두 의견이 부딪혔어요. 잡지의 취지와 초심을 말하면서 밀고가자는 의견도 있었고, 동아리를 그만두고 나가겠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갈등을 조정했습니다.” (정한솔)
결과적으로 ‘비진학반’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It’s Real Talk(잇츠 리얼 토크)’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로 게재됐다. 비록 학교정책에 대한 의견은 달랐지만, 교장
선생님도 학생들과 토론을 거치면서, 학생 잡지의 취지를 십분 존중해주었다.

우리에겐 새로운 경험과 꿈의 기회이지만
인쇄되어 나온 잡지를 들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더니 반응도 다양했다고 한다. ‘처음 한 거 치고 잘 나왔다’고 격려하는 아빠도 계시고, ‘그거 할 시간에 공부나 더 하지!’라는 엄마도 계시고, ‘재미는 있는데 시간 투자에 비해 (기사의)양이 너무 적다’고 아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한다.
‘메이커’ 본인들에게도 아쉬운 점들이 있는데, 시간에 쫓겨 최종편집을 확인하지 못한 탓에 이것저것 빠진 내용이 많았던 점이다. 특히 영석 군은 편집후기에 자신의 이름과 글이 빠진 게 엄청나게 서운했다 한다.
하지만 자발적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들이 얻게 된 자산은 작지 않아 보인다. “글쓰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구요, 한솔이의 리더십을 보면서 본받고 싶어졌어요”(조성호), “다양한 관심이 생겼어요”(양준석), “아이들과의 협력을 배우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어요”(정영석)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열정이 더 생겨났어요”(정한솔).
인터뷰에 응한 성호, 준석, 영석, 한솔 군에게 ‘리얼’ 창간호는 그들 손으로 만든 마지막 호가 됐지만, 그래도 할 일이 남아 있다. 수능이 끝나는 대로 1,2학년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이다. ‘횡성고 최고의 축구선수 베스트11 뽑기’, ‘학교 내 공원조성에 관한 학생들의 시선’ 등 창간호에 담지 못한 아이템도 전해주어야 한다.
“학생들의 시선으로 만드는 학생들의 잡지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내용에 개입하지는 않는다”는 김남희 지도교사의 말처럼 <리얼>은 온전히 학생들의 작품이다. 다만, 제작비용만큼은 학교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 ‘메이커즈’들은 학기마다 잡지를 발간하길 희망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어디서 후원을 받아볼 수도 있을까요.” 회장 정한솔 군의 눈이 반짝인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꿈과 경험을 접하게 해줄 이 소중한 작업을 위해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할 일이 또 생긴 듯하다.
이창조 기자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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