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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칼럼] 지진과 에너지 정책
태준호 기자 | 승인 2016.10.10|(113호)
태준호(횡성희망신문부대표)

 

지난 12일 경주에서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한 후 지금까지 400여차례의 여진이 발생하였다. 이번 지진은 기상 관측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강도 높은 지진으로, 인명피해는 많지 않았지만 정부에서 재난지역으로 선포할 만큼 피해규모는 계속 늘고 있고,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더 높은 강도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도 확산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 모두 명확히 알게 되었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번 지진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재난 안내 문자는 뒷북치기 일쑤였고,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도 중요한 순간에는 먹통이 되었다. 더욱이 정부는 4년전 양산단층의 활성화 사실을 알고도 2014년 신고리 원전 5,6호를 승인하기 위해 사실을 숨기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초보적 수준의 위기대응 능력에 비밀주의까지 확인되면서 ‘과연 대한민국의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세월호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크게 높아졌지만,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은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되뇌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지역이 원전밀집 지역이라는 점이다. 경주에는 10만드럼 이상의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처리장(방폐장)이 있으며, 인근 경북 지역에는 12기의 원전이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향후 계속 원전을 건설할 예정으로 되어 있다. 10기 이상의 원전이 한 지역에 밀집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원전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후쿠시마의 경우 원전이 붕괴되고 5년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도 방사능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정상적 상태로 환원되기 위해서는 몇백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며 그 피해액은 추정조차 불가할 정도이다.

경주 방폐장의 경우 진도 6에서도 견딜 수 있다고 정부가 자화자찬 했었는데, 진도 8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질학자들이 부인하지 않고 있는 만큼 원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원전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원전 중심의 전기 정책을 추진하고, 전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원전을 계속 건설할 것이라고 한다.

원전은 결코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며, 한 순간의 상황으로 끔찍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많은 나라에서 원전의 단계적 축소 내지 완전 폐지 등을 주요 목표로 에너지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는 이유다. 대한민국 역시 원전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현재 전기 수요를 보면 산업용이 56%, 가정용이 14% 정도이다.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월등히 많은데, 많은 나라들에서는 이 둘의 비율이 비슷하게 나온다. 이는 지나치게 싼 산업용 전기로 인해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산업용전기 가격을 현실화하고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을 위해 노력한다면 전기 수요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횡성지역은 원전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송전로가 전자파를 내뿜고 있으며, 향후 새로운 송전선로가 이곳 횡성을 관통할 예정이다. 송전선 건설이 자행하는 대규모의 환경 파괴, 전자파 문제 등을 감안한다면 횡성에서도 밀양과 같은 반대투쟁이 현실화 될 것이다.

지난 여름 무더위를 겪으며 집집마다 에어컨을 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기 생산량을 늘리고 누진율은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전기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원전과 송전선 등을 필요로 한다. 단순히 전기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성장제일주의 사회에서 성장이 수반해야 할 폐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회에 한 발 더 다가설 뿐이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지금 현재만 괜찮으면 된다는 이기적인 해결이 아닌, 지속 가능하며 더불어 갈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낼 때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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