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성교육지원청의 통계(2012년 7월 1일 현재)에 따르면, 횡성 관내 유치원과 민사고를 포함한 학생 수는 5169명. 이중 중고등학생의 숫자는 총 2,980명이다. 원주를 비롯한 타 지역으로 등하교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까지 감안하면 어림잡아 3천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횡성에서 자라고 있는 셈이다. 어른들이 설정한 울타리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만, 아직은 울타리를 벗어날 만큼 충분히 자라나지 못한 시기.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며, 반항도 하고 방황도 해보는 시기.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를 통과하는 시기에 있는 우리의 아이들을 통해 횡성의 오늘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
구멍가게도 문구점도 없지만 폐교만은 안 되는데...‘딱히 다른 대안이 없어 모이긴 했지만 재미도 성취도 있는 배움터 좋아’


| ▲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지후, 선희, 나영, 효진, 의선, 재은, 호석, 자호, 기영, 연주, 지수, 종수, 영준, 동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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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학교 스포츠클럽대회’ 탁구부문의 우승과 3위 입상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학교 정문에 걸려 있다. |
| ▲ 전국대회를 앞두고 열심히 훈련중인 여학생들 ▲ 방과후 서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 |
서원면사무소 건물의 측면계단을 오르다 보면, <서원배움터>라는 작은 팻말이 눈에 띤다. 지난해까지는 건물 2층의 식당을, 올해는 2층 강당 안쪽의 작은 회의공간을 빌려, 서원중학교 아이들이 방과 후에 모여 공부를 하는 공간이다.
기영, 나영, 영준, 지후, 재은, 호석, 선희, 효진(이상 2학년), 자호, 의선, 종수, 연주, 지수, 그리고 동민이(이상 3학년). 이 열네 명의 학생들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마다 이곳에 모여 두 시간 동안 영어와 수학을 공부한다. 서원중학교의 2-3학년 전체 학생수가 스무 명이니 그중 70%의 학생들이 배움터로 모이는 셈이다.
배움터는 수업료를 받는 학원도, 부모나 학교가 의무적으로 보내는 곳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움터에 나온다. 물론 두 시간 내내 공부에 몰입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배움터로 꼬박꼬박 모이는지,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주변에 학원도 없고, (서원면) 밖으로 나가긴 멀구요”,
“버스가 올 때까지 갈 곳이 없어서요”,
“집에 가서 할 것도 없고 그래서 공부 좀 해보려구요”
“학교보다 강압적이지 않아서 재밌어요”
“친구 따라 오게 됐어요”
우리도 컴퓨터게임 줄이고 싶어요
요즘 거의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대부분 컴퓨터게임과 스마트폰 놀이에 푸욱 빠져 있다. 서원의 청소년들도 예외가 아니다. 게임에 관심 없는 친구는 아예 없다.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느끼는 친구가 있는지 물었더니 네 명이나 손을 번쩍 든다. 왜 그렇게 게임에 집착하는 걸까.
“잠깐 10분 정도 한 건데 잔소리하니까 더 하게 되요”(ㄱ군)
“부모님은 제가 공부하는 건 안 보이고 게임하는 것만 보여요”(ㄴ군)
“맞아요! 맞아요!”(너나 할 거 없이)
그러면서도 열네 명 모두가 지금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야겠다고 말한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지 물었더니,
“부모님과 상의해서 컴퓨터 사용시간을 타협하고,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ㄷ군)
“그걸론 안돼요. 스스로 해야할 거(숙제와 같은) 다하고 부모님께 검사받고 나서 컴퓨터를 하도록 해야 해요. 만약 그걸 안 지키면 용돈을 줄인다든지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해요”(ㄹ양)
경사났네! 강원도탁구대회 여자부 우승, 남자부 3위
상대적으로 변화와 자극이 많지 않은 환경에 살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최근 ‘대박’이 터졌다.
지난 9월 21일부터 사흘간 속초에서 열린 ‘강원도 학교스포츠클럽대회’ 탁구부문에서 여자중학부 우승, 남자중학부 3위라는 성적을 거둔 일이다. 이 대회는 대한탁구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만 참가하는 대회로, 서원중학교는 횡성군 대회에서 남녀학생 모두 우승을 했다. 횡성관내 10개 중학교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고, 전교생수(25명)가 읍내 중학교의 한 학급 인원보다 적은 학교가 횡성군을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하게 된 것이다. 강원도 대회 우승까지 차지한 여학생들은 오는 11월 전국대회에 강원도 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2학년 기영이는 남자중학부가 도대회 준결승에서 탈락한 것이 못내 아쉽다. “속초 애들(준결승 상대)이 너무 잘해요. 지고 나서 속상해서 울 거 같았어요. 화장실 가서 몰래 울고 세수하려고 했는데 눈물은 안 났어요.”
그렇지만 “주말에 같이 훈련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시간을 보낸 것이 좋았다”는 선희와 동민 학생의 말처럼, 이들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까지 즐겼다.
아이들이 바라는 ‘서원’
면사무소와 붙어 있는 서원초등학교 운동장은 서원배움터 아이들의 축구장이자 놀이방이다. 방과 후 배움터수업이 없는 시간엔 항상 축구공을 차고, 무언가를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진다. 올 2학기에 경기도 구리에서 전학을 온 재은이는 “재밌다”고 말한다.
“아이들 간에 경쟁이 없고, 좀 보수적인 가치관이 있는 것 같고, 주위에 먹을 거 살 데가 불편하고, 버스비가 많이 들지만, 그냥 (이곳에서) 사는 게 재밌어요”.
서원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은 어떤 생각과 바램을 갖고 있을까.
“마을에 슈퍼가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까까 사먹게요.”(옥계리 호석)
“저도 슈퍼가 생겼으면 좋겠구요. 가로등이 꺼졌다 켜졌다 해서 불편해요.”(석화리 영준)
“중학생을 위한 놀이시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창촌리 연주)
“능이축제 때 애들 있는 데서 술 먹고 담배 피는 아저씨들 싫어요.”(창촌리 선희)
“구멍가게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여긴 문구점도 없어요. 아저씨들 담배꽁초 버리지 마세요!”(금대리 지후)
“원주 가는 버스 간격이 너무 길어요. 교통이 편리해졌으면 좋겠어요.”(옥계리 나영)
“올해 주변에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요. 아저씨, 아줌마들 오래오래 사세요.”(석화리 종수)
“종수 좀 없애줘요.”(유현리 지수)
“학교가 일찍 파했으면 좋겠어요.”(옥계리 의선)
“이렇게만 살면 괜찮은데...”(옥계리 효진)
“마을이 계속 보존됐으면 해요.”(압곡리 동민)
“횡성지역발전이 잘 돼서 서원면이 대도시로 변했으면 좋겠어요.”(창촌리 기영)
“사람이 적어서 초등학교랑 중학교가 폐교될 수도 있어요. 모교가 폐교되면 안 되니까 사람이 많아지고 지역이 발전했으면 좋겠어요.”(창촌리 자호)
아이들은 자기 마을에도 슈퍼마켓이나 구멍가게, 문구점, 청소년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문화시설이나 노래방 같은 것이 생기기를 바란다. 도시나 읍내의 아이들에겐 당연한 것들이 이곳 아이들에겐 소박하지만 절실한 희망사항인 셈이다.
서원중학교의 올해 입학생은 고작 다섯 명, 내년에도 많은 수의 신입생이 들어올 전망은 없다.
그래서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학교가 사라질까봐 걱정하는지, 그래서 근년 들어 전국적 현상으로 퍼져가고 있는 ‘산골유학’(도시의 아이들이 시골마을로 유학을 오도록 하는 것)을 그 대안으로 준비해 봐야 하는지 아이들은 또 어른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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