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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과연 재벌들은 강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많은 돈을 출연했을까? 노동자 1인당 국민연금 평균납부액이 25만원인데 국민연금은 240만명의 월 납부액을 1년 남짓한 시간에 날려버렸다. 반면 삼성물산은 합병이익이 7천4백억에 달하고, 이재용은 삼성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도 가능해졌다. 450억을 횡령한 SK 최태원 부회장이 특별 사면됐고, 1천6백억을 횡령한 CJ(씨제이) 이재현 회장도 특별 사면됐다.
대한민국 역사가 11월 12일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나뉠 정도로 1백만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지난 12일은 역사에서 거대한 시민 투쟁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자리에 함께 했건 TV를 통해 생중계를 봤건 이날의 감동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고, 이는 19일과 26일의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투쟁에 놀라 검찰조차 박근혜대통령을 직권남용과 강요죄의 공범 또는 주범으로 최순실 조서에 명시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탈당과 탄핵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연일 심각한 국정논란 사실이 터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하며 엘시티 사건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등 물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 배치나 한일정보협정도 전광석화로 처리하는 등 정면대결을 선택했다. 출구없는 정면대결을 선택해 적당한 타협을 원했던 보수 야당과 언론, 여권 일부도 결국 탄핵과 퇴진 투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고 그 강도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를 보면 박근혜대통령을 피의자 신분, 즉 범죄자로 보면서도 공범의 또 다른 한 축인 재벌들은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다. 재벌들이 세무조사나 기업 활동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 어쩔 수 없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에 기금을 출연한 것이어서 뇌물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물죄는 대가성이 있는 ‘검은 거래’가 있을 때 적용된다. 과연 재벌들은 강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많은 돈을 출연했을까?
가장 많은 돈을 출연한 삼성은 204억원에 달하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과 별도로 최순실 일가에 정유라의 승마 훈련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50억원 이상의 현금을 추가 지원했다. 그 결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에 손을 들어줬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이 되어야 할 국민연금은 합병이후 17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 손실액이 5천 9백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1인당 국민연금 평균납부액이 25만원임을 감안한다면 240만명의 월 납부액을 1년 남짓한 시간에 날려버린 것이다. 반면 삼성물산은 합병이익이 7천4백억에 달하고, 이재용은 삼성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도 가능해 졌다. SK의 경우 450억을 횡령한 최태원 부회장도 특별 사면됐고, 1천6백억을 횡령한 CJ 이재현 회장도 특별 사면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 정부가 재벌들에게만 돈 벌기 좋은 구조를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재벌들이 미르재단에 입금한 다음날인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청년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노동개혁 5대 법안 통과를 호소했고, 2016년 1월에는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하는 1천만 서명운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직접 거리로 나섰다. 그 결과 노동자의 삶은 비정규직 증가로, 쉬운 해고로, 청년 실업으로,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로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자영업자들은 골목 곳곳에 진출한 대기업에게 골목 상권을 유린당하고 있다.
이 결과 전년도 말 10대 재벌의 곳간은 550조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둘 정도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 공범이 아니라면, 뇌물이 아니라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결국 재벌은 박근혜·최순실과 공범이다.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재벌에 대한 칼을 뽑아들긴 했지만, 지금까지 검찰의 태도를 볼 때 제대로 된 수사를 할 리 만무하다. 경제가 안 좋다는 이유로 적당한 선에서 접을 것은 뻔하다. 그러나 2016년 국내 30대 재벌의 3분기까지 투자액은 지난해보다도 24%나 줄었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노동개악이나 경제 활성화법 등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 맞는 몇몇 부문에만 투자한 것이다. 국민 이익 증진이란 말은 그들의 안중에 없다. 재벌에게 면죄부를 준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지도, 지금 나의 삶이 윤택해지지도 않는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대다수 시민들과는 상관없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광장은 매번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독재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87년 6월이 그랬고, 광우병 쇠고기 반대를 외쳤던 2008년이 그러했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새로운 사회를 향한 상상력을 이 광장에서 외쳤기 때문일 것이다. 광장에서 외치는 것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보수 야당에 기대는 사람도 있지만, 광장에서의 외침은 분명 이 사회를 변화시켜 왔다. 전 민중의 힘이 모이는 2016년 겨울의 광장은 박근혜 퇴진뿐만 아닌 공범인 재벌의 해체와 이를 통한 분배의 민주화를 소리 높여 외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를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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