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최순실 일가와 박근혜대통령으로 대표되는 타락한 재벌권력과 정치권력이 농락한 “민주”와 “정의”의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희망을 만들어 가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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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와 횡성시민들이 최순실․박근혜국정농단을 규탄하며 원주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박규원( 육민관고 2)
11월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00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나는 전국에서 모인 100만명의 국민 중 우리 반 친구들이 몇 명이라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집회에 참여한 사람은 손 한 번 들어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우리 반 40명 중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나중에 너희 자식들이 할아버지는 그때 뭐했어? 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래? 그냥 집에 있었어 그럴거야?”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부끄러웠다. 명색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인데 스스로 비겁하게 외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반 친구들 모두 면목없다는 듯 쭈볏거리고 있을 때 나도 비겁자들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너무나 불편했다. 당당히 손을 들어 해야 할 도리를 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친구와 함께 11월 19일 원주에서 있었던 집회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지만 어떻게 보면 충동적인 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시위란 투쟁이나 쟁취라는 말이 적힌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00노조라는 조끼를 입고 격분한 채 방패를 든 전경들과 쇠파이프를 들고 대치하거나 삭발로 강경한 의지를 보여주고 철탑위에서 수십일간 농성하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확성기로 고래고래 소리치며 알리는 ‘내 알 바 아닌’ 일부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뀌었다.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정치인을 욕하는 것에 관심이 많거나 언제나 현 정권에 불만을 품은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아니라 옆집 아주머니, 동네 초등학생, 가방 멘 고등학생, 엄마따라 참가한 꼬마, 연인 등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자유발언시간에 자신들의 의사를 밝힌 것은 언변이 특출나고 말솜씨가 뛰어난 연설전문가들이 아니라 초등학교 5학년생, 역사교사, 주부, 대학생 등 그야말로 그저 시민들 중 한 명일뿐인 사람들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였을 뿐인데 그 효과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분명 그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나같이 평소에는 침묵할 뿐인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행진을 중도에 그만두지 않았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질때도 모두가 하나되어 그들의 용기에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소시민들로 이루어진 집회였으나 그곳은 에너지가 넘쳤다. 사람들의 함성과 외침이 울려퍼질 때 나는 처음으로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대형비리와 정치적 사건이 일어나도 그것은 남의 일일 뿐이었다. 나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도 없었다. 내 일이 아니었다.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고 학원에 다니는 원생이고 우리 가족의 장남이었다. 여권에 적힌 대한민국 네 글자를 보면서도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소속감을 단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를 이번 집회가 바꾸어 놓았다. 나는 내가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써,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당당히 내었음을 알게 되었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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