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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비판력을 기르고 인성을 길러 이 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 아닌, 공정하지 못해도 내가 1등만 되면 되는 사회를 정부가 강요하고 있다. 그 시작에 국정 역사 교과서가 있다. 그래서 국정 역사 교과서는 보완이 아니라 폐기되어야 한다.
국정 역사 교과서 초안본이 베일을 벗음으로써, 교과서 추진을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교육부는 촛불 정국과 맞물려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 하면서도 국정 역사 교과서 추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번 국정 역사 교과서는 시작 시점부터 ‘박근혜가 아버지 박정희에게 바치는 교과서’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베일을 벗은 교과서는 단지 기우가 아니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집필진 가운데 현대사 전공자는 한명도 없는 상황에서, 박정희가 20번이 넘게 언급되고 18년 정권의 치적과 분량을 늘리는 대신 6월 항쟁 이후 30년 세월은 불과 4쪽 이내로 줄였다.
더 큰 문제는 국정 역사 교과서 그 자체다. 국가가 역사교과서에 개입하게 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 교과서가 바뀌게 된다. 지금의 대통령제를 기준으로 하면 5년마다 역사교과서가 바뀌는 것이다. 정권 초기에 정권의 입맛대로 교과서를 바꾸려 하면 완성도도 떨어지고 졸속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서술구조의 문제이다. 역사학자인 E,H. 카아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였다. 여기서 과거란 과거의 사실을 말하는 것이고, 현재란 현재의 역사가를 말하는 것이다. 즉 과거의 어떤 사실이 있을 때 이를 기반으로 역사가의 주관이 곁들어 지는 것이 역사인 것이다. 요즘 TV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역사저널 그날’ 이나 ‘어쩌다 어른’에서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설민석의 경우를 보면, 역사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당시 시대적 상황과 그로 인한 결과를 보여주고, 이 상황이 역사에서 가지는 의의와 현재 우리가 배워야 할 점에 대한 언급이 되어져,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졸속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소수의 편찬위원들 손에서 나온 이번 국정 역사 교과서는 이러한 점을 보기 힘들다. 역사를 사실관계의 단순한 나열에 그쳐 인과성을 보기 어렵고, 비판과 반성이 없는 찬양 일색의 편협한 서술 논조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가 추진해온 ‘학생참여 중심의 교육과정’에 역행하며, 입시 위주의 시험을 보기 위해 단지 외울 것만 많아진 교과서가 이번 국정 역사 교과서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국정 역사 교과서는 어쩌면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역사 교과서 한권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도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획일화와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으로 봐야 한다. 다양성을 가진 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야 할 아이들에게 시험만을 위한 교과를 가르치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은 집어치우라고 하는 것이 이번 국정 역사 교과서의 본질이다. 촛불집회에 많은 학생들이 분노하며 거리로 나선 것은 인격체로 대접받아야 할 그들에게 ‘너희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것이나 해!’ 라며, 낡은 시대의 논리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획일화된 군대식 체계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예전에 내가 이렇게 배웠으니 너희들도 따르라.’며 획일화된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 횡성의 인재육성관만 봐도 알 수 있다. 다양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공부 잘하는 – 잘 외우는 – 몇몇의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횡성군 전체 교육예산의 절반을 쏟아 붓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이내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했음에도 부패의 문제나, 공정하지 못한 사회구조가 문제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전 교육의 문제, 시험 잘 보는 것만 강요하는 교육의 문제이다. 비판력을 기르고 인성을 길러 이 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 아닌, 공정하지 못해도 내가 1등만 되면 되는 사회를 정부가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작에 국정 역사 교과서가 있다. 그래서 국정 역사 교과서는 보완이 아니라 폐기되어야 한다.
태준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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