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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의 아이들] (5) 횡성고 용현준 학생, '난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한다'인재육성선발에 떨어졌지만 오히려 잘된 일
이창조 기자 | 승인 2012.11.12|(0호)

 

▲ 용현준 군(횡성고1)

  사람은 하루 4시간을 노동에, 4시간은 배움에, 그리고 4시간은 벗들과 사귀는데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조화로운 삶’을 추구한 스콧 니어링이 실천했던 삶이다. 말로만 8시간 노동제가 적용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참으로 꿈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일터의 어른들만 하루 열 시간, 열다섯 시간씩 일하는 것은 아니다. 배움의 공간에 있는 학생들 중에도 하루 열 시간 수업, 그리고도 너 댓 시간씩 공부하는 경우가 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용현준 군이 그 중 한명이다.    

 횡성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현준이의 하루는 이렇다. 아침 6시 30분 기상, 1km 정도 뛰는 아침운동을 마치고 식사를 하고 나면 6시 50분쯤. 부족한 잠을 잠시 더 청한 다음, 8시까지 등교를 하고 그때부터 오후 4시까지 정규수업을 받는다.

 수업은 거기가 끝이 아니다. 보충수업을 두 시간 더 듣고 나서 저녁식사 후엔 7시부터 9시까지 전교생 자습시간, 이어 밤 10시 반까지는 ‘자율적인’ 자습시간을 갖는다. 

 현준이는 이것만으로도 공부가 성에 안 차는 모양이다. 학습동아리에 참여하는 현준이는 동아리 친구, 선후배들과 11시 반까지 공부를 더 하고 기숙사로 돌아간다. 그리곤 다시 새벽 1시까지 열람실에서 마무리 공부를 한다. 공부가 재미있어서일까. 아니면 고도의 인내력이 있는 걸까.  

 “가끔은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집중하다보면 재미가 있다 없다 하는 생각도 안 들어요. 대신 중간에 친구랑 ‘카톡’도 하곤 해요.” 

 현준이는 과학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갔던 여름방학 캠프에서 ‘성별이 여자인’ 친구를 한 명 사귀게 됐는데, 이 친구가 바로 ‘카톡’친구다.
 
인재육성프로그램 참여하며 좌절감도 느꼈지만

 현준이가 이처럼 공부에 열중하는 데엔 크게 두 가지가 영향을 끼친 듯하다. 우선은 아버지다. 

 “어릴 때부터 아빠가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키셨어요. 그게 습관이 됐고, 저도 공부하는 게 당연한 건 줄 알게 됐어요. 전 아빠가 고마워요. 그때부터 공부를 안 시키셨으면 이렇게까지 못 됐을 거에요.”

 또 하나 현준이의 공부열정에 자극을 주는 계기는 중3 때 찾아왔다. 서울 살던 부모님을 따라 일곱 살 때 강림면으로 이사 온 이후, 현준이는 여덟 명뿐인 동기 친구들과의 생활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던 현준이가 횡성군에서 실시한 제1회 인재육성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우물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다른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도 보고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어요.”

 현준이는 횡성관내 다른 중학교에서 온 동기생 29명과 함께 인재육성교육을 받았다. 학교수업을 마친 뒤 안흥까지 시내버스로 이동하고, 다시 인재육성관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송호대학교로 향했다. 거기서 4시간 수업을 받은 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게 힘들었고 숙제 난이도가 높아서 시간도 좀 걸렸어요. 저보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만나니까 비교가 돼서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현준이는 그렇게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고등학교 입학 후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단다. 하지만 1학기 전체 석차에서 5등을 하고, 수학을 잘해서 칭찬도 받다보니 자신감을 찾았다고 한다. 현준이는 올해도 인재육성프로그램에 지원을 했었다. 하지만 떨어졌다. 영어 점수가 안 나왔다고 한다. 학교성적이 꽤 좋은데 왜 떨어졌는지 물어봤다.

 “저는 내신형이라 학교시험은 잘 보는데, 시험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인재육성 지원시험에는 떨어진 거죠. 인재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여름에 미국 연수를 갈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 그렇다고 2학년에 올라가 다시 지원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학교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한다.

목표를 향해 착실한 한걸음...

 제법 ‘쿨’한 현준의 생각은 그의 구체적인 목표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진학할 학교와 전공을 이미 결정해두고 있다. 건축학을 전공해서 설계사가 되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실용적인 집을 짓고 싶다는 게 그의 목표이자 꿈이다. 

 직업을 바라보는 현준이의 시각에선 아직 열일곱이라는 나이를 느낄 수 있다. 

 “농사짓고 소 키우는 일은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작업복 입고 흙 묻히는 일이라,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하다(Dangerous)는 3D 업종이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피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반면에 공무원은 양복 빼입고 다니는 직업이구요. 솔직히 우리 부모님도 농부이기보단 공무원이었으면 더 좋을 거 같아요.”

 공부말고 딴 짓(.)은 안하는지 확인해봤더니, 그에게도 여가생활은 있었다. 주말이면 강림 집에 가서 평일에는 볼 수 없었던 웹툰(만화)을 몇 시간씩 몰아보고,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도 한단다. 학교에서는 과학동아리 외에 밴드부에도 속해 플루트를 부는 ‘플루티스트’이기도 했다.
 구체적인 꿈을 향해 중간중간 쉬어가며 착실하게 준비해 나가는 현준이. 그가 활짝 나래를 펴는 때가 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 수능시험 전날, 3학년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공연연습을 하고 있는 횡성고 밴드부 아이들(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현준이)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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